(조세금융신문=정기훈 서이한방병원 대표원장) 교통사고는 찰나의 순간에 발생하지만, 그 물리적 충격은 신체 내부 깊숙한 곳까지 파고든다. 한의학에서는 이를 단순한 근육 경직이 아닌, 기혈의 정체(氣血瘀滯)와 그로 인한 어혈(瘀血)의 생성으로 본다. 겉보기에 외상이 없다고 해서 방치하면 전신의 불균형과 만성 통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교통사고 후 건강한 일상 회복을 위해, 의학적 관점에서 절대 해서는 안 될 5가지 행동을 정리한다.
첫째, ‘괜찮다’며 초기 치료 골든타임을 놓치는 것이다.
교통사고 직후에는 아드레날린 분비로 인해 통증을 일시적으로 느끼지 못하는 '통증 불감 상태'가 지속될 수 있다. 그러나 한의학적 관점에서 어혈은 사고 직후부터 혈관을 벗어나 조직 사이에 고여 점차 딱딱하게 굳어지며 기의 흐름을 막는다. 사고 2~3일 후, 혹은 수주 뒤에 나타나는 후유증은 만성 염증으로 굳어질 확률이 높다. '잠복기'를 안심의 신호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
둘째, 진통제 처방에만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이다.
통증은 몸이 보내는 '손상 신호'다. 진통제는 뇌로 전달되는 통증 신호를 차단할 뿐 손상된 조직을 복구하거나 어혈을 제거하지 못한다. 진통제로 통증만 가리면 몸은 회복된 줄 착각하고 무리하게 움직인다. 한방에서는 침과 한약을 통해 혈액 순환을 개선하고 어혈을 배출함으로써, 통증의 근원인 염증 환경 자체를 정화하는 데 집중한다.
셋째, ‘움직여야 낫는다’는 생각에 무리한 활동을 하는 것이다.
급성기(사고 후 약 1주일)에는 미세 혈관과 인대가 극도로 예민해진 상태다. 이때 무리한 운동이나 활동은 미세 손상을 심화시켜 '채찍질 손상(Whiplash Injury)'을 악화시킨다. 사고 초기에는 '적극적인 안정'이 최고의 치료다. 기혈이 스스로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신진대사를 안정한 상태로 유지해야 치료 효율이 극대화 된다.
넷째, 자가 진단으로 목과 허리를 과하게 자극하는 것이다.
사고 충격으로 척추 주변의 인대와 근육은 이미 지지력을 잃고 불안정한 상태에 놓인다. 이때 시원함을 얻으려고 스스로 목을 돌리거나 강하게 주무르는 행위는 경추와 요추의 정렬을 더 어긋나게 만들 수 있다. 한의학의 추나요법은 해부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비틀린 골격구조를 정교하게 바로잡는다. 검증되지 않은 자극은 오히려 신경 압박이나 디스크 탈출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다섯째, 심리적 불안과 수면 장애를 방치하는 것이다.
교통사고는 신체적 충격을 넘어 신경계에 '경악(驚愕, 깜짝 놀람)'의 흔적을 남긴다. 이는 한의학에서 말하는 심담허겁(心膽虛怯) 상태로, 심장이 두근거리고 잠을 설치며 사소한 소리에 예민해지는 증상을 동반한다. 심신일여(心身一如), 몸과 마음은 하나다. 심리적 긴장이 풀리지 않으면 근육은 계속 경직되어 치료 속도가 현저히 떨어진다. 한방 치료는 자율신경계를 안정시켜 신체의 자기 치유력을 회복하는 데 주력한다.
교통사고 후유증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시작된다. "나중에 아프면 가야지"라는 안일함은 후유증을 평생의 고질병으로 키우는 가장 위험한 선택이다. 사고 직후 정밀한 진단을 통해 몸 안의 어혈을 걷어내고, 무너진 기혈의 균형을 바로잡는 것이 일상으로 복귀하는 유일한 길이다. 몸이 보내는 미세한 불편함, 그것이 바로 지금 치료가 필요하다는 가장 솔직한 신호다.

[프로필] 정기훈 서이한방병원 대표원장
•現) 대한고금의학회장
•前) 대전한의사회부회장
•前) 대전대 한의예과 학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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