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정기훈 서이한방병원 대표원장) 교통사고 후 환자들이 가장 흔히 혼동하는 처치 중 하나가 바로 찜질의 선택이다. "뜨끈하게 지져야 풀린다"는 통념이나 "부었으니 무조건 차갑게 해야 한다"는 단편적인 지식은 자칫 회복을 더디게 하거나 염증을 키울 수 있다. 한의학에서는 사고 후 신체의 변화를 급성 손상기와 만성 정체기로 구분하며, 각 단계의 생리적 특성에 맞는 찜질법을 권장한다.
교통사고라는 강력한 외부 충격이 가해지면 미세혈관이 파열되고 조직액이 유출된다. 사고 직후 약 48시간에서 72시간까지의 시기는 어혈(瘀血)이 형성됨과 동시에 국소 부위에 열독(熱毒)이 차오르는 단계다. 이때는 냉찜질이 필수다. 냉찜질은 혈관을 수축시켜 내부 출혈을 억제하고 부종을 가라앉히는 역할을 한다. 또한 신경 전도 속도를 늦추어 사고 직후의 날카로운 통증을 완화하는 천연 마취제 작용을 한다. 만약 환부에 열감이 느껴짐에도 불구하고 온찜질을 할 경우, 혈관 확장으로 인해 염증 반응이 가속화되어 통증이 주변부로 확산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사고 후 약 3일이 지나 급성 염증이 진정되면 통증의 양상이 변한다. 날카로운 통증 대신 묵직하고 뻐근한 느낌, 혹은 몸이 굳는 듯한 강직감이 주를 이룬다. 한의학에서는 이를 기혈 순환이 정체되어 나타나는 비증(痺症)의 상태로 보며, 이때부터는 온찜질이 필요해진다. 따뜻한 온기는 혈류량을 증가시켜 조직 복구에 필요한 영양분과 산소 공급을 원활하게 한다. 또한 사고 충격으로 수축된 근육과 인대를 이완시켜 정체된 어혈이 풀어지도록 돕는다. 특히 활동량이 적어 근육이 굳기 쉬운 저녁 시간이나 수면 전 온찜질을 시행하면 자율신경계의 안정을 도와 사고 후 동반되는 수면 장애 개선에도 효과적이다.
하지만 찜질의 시기를 잘못 선택하면 치유 프로세스에 역효과를 낸다. 염증이 진행 중인데 온찜질을 하면 '불난 데 부채질'하는 격이 되고, 반대로 조직이 재생되어야 할 시기에 냉찜질을 고집하면 혈관 수축으로 인해 회복에 필요한 세포 활동이 저하된다. 따라서 단순한 날짜 계산보다 중요한 것은 환부의 상태를 살피는 것이다. 사고 후 일주일이 지났더라도 여전히 특정 부위가 붉게 부어오르고 열감이 있다면 냉찜질을 이어가야 하며, 반대로 이틀밖에 안 됐더라도 부기 없이 근육만 뭉쳐 있다면 미온적 찜질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기억해야 할 점은 찜질은 어디까지나 훌륭한 자가 관리법이자 보조적인 수단이라는 사실이다. 피부 표면에 가해지는 온도 자극만으로 신체 깊숙한 곳의 어혈과 정렬이 어긋난 골격을 바로잡기에는 한계가 있다. 한의학에서는 찜질로 길을 열어준 뒤, 침 치료를 통해 막힌 경락을 소통시키고 추나요법으로 뒤틀린 척추를 교정하며 한약으로 미세 혈관 내의 어혈을 근본적으로 삭혀낸다. 찜질이 회복을 위한 최적의 환경을 조성한다면, 한방 전문 치료는 회복의 주체가 되어 몸의 균형을 완성한다.
"부으면 차갑게, 굳으면 뜨겁게." 이 간단한 원칙만 기억해도 교통사고 후유증의 상당 부분을 예방할 수 있다. 우리 몸은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자생력을 갖추고 있다. 그 흐름에 맞춰 때로는 차갑게 열을 식히고, 때로는 따뜻하게 온기를 불어넣는 지혜가 필요하다. 작은 찜질 팩 하나에도 정교한 타이밍이 요구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프로필] 정기훈 서이한방병원 대표원장
•現) 대한고금의학회장
•前) 대전한의사회부회장
•前) 대전대 한의예과 학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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