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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8.12 (수)

[전문가 칼럼] 교통사고 후 수면, 회복의 스위치를 켜는 시간

(조세금융신문=정기훈 서이한방병원 대표원장) 교통사고 후 환자들이 흔히 겪는 변화 중 하나는 수면의 질이 급격히 떨어지는 현상이다. 쉽게 잠들지 못하거나 자주 깨고, 자고 일어나도 개운하지 않은 상태가 이어진다. 많은 이들이 이를 단순한 사고 후 스트레스로 치부하지만, 수면의 변화는 회복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신호다. 잠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다. 기혈이 재정비되고 장부가 스스로를 복구하는 '치유의 골든타임'이다.

 

사고의 충격은 육체에만 머물지 않는다. 강력한 외부 타격은 기(氣)의 흐름을 뒤흔들고 심장의 기능을 교란 시킨다. 이를 한의학에서는 심담허겁(心膽虛怯)이라 부른다. 심장과 담력이 약해져 작은 일에도 깜짝 놀라고 불안해하는 상태다. 몸은 지쳐있으나 신경계는 날카롭게 서 있어, 뇌가 비상사태를 해제하지 못하고 계속 깨어 있게 된다.

 

이러한 상태에서 숙면은 불가능하다. 잠은 휴식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깊은 잠 속에서 손상된 조직이 수복되고 염증 반응이 조절되며, 정체된 기혈이 다시 순환한다. 이는 수면 중 성장호르몬이 분비되고 자율신경의 균형이 회복된다는 현대 의학적 관점과도 일치한다. 결국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면 치유의 동력이 꺼지고 회복은 지연될 수밖에 없다.

 

통증과 수면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아프면 못 자고, 못 자면 통증 민감도가 높아져 더 아프게 느껴진다. 이른바 '통증-수면의 악순환'이다. 특히 사고로 생긴 어혈(瘀血)은 밤에 본색을 드러낸다. 야간에는 기혈의 흐름이 느려지는데, 이때 정체된 어혈 부위의 압력이 상대적으로 높아지며 통증이 심해진다. "밤만 되면 더 쑤신다"는 호소가 나오는 이유다. 이 어혈이 숙면을 방해하고, 다시 회복을 늦추는 고리가 형성된다.

 

따라서 수면을 부수적인 요소가 아닌 치료의 핵심으로 인식해야 한다. 단순히 잠을 참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할 대상이다. 일정한 시간에 자고 일어나는 습관은 흐트러진 자율신경을 안정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한방 치료 역시 이 과정에 정밀하게 개입한다. 침 치료는 날 선 신경계를 진정시키고, 한약은 심신의 균형을 잡아 자연스러운 수면을 돕는다. 어혈을 제거해 기혈 순환을 개선하면 야간 통증이 줄어들며 잠의 질도 함께 향상된다.

 

"잠이 오지 않는다"는 상태를 방치하면 좋지 않다. 그것은 몸이 회복을 멈췄다는 경고일 수 있다. 교통사고 치료는 낮에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밤에 얼마나 깊이 자느냐가 회복의 속도를 결정한다. 몸은 잠을 통해 스스로를 고친다. 그 시간을 지켜주는 것이 후유증 없는 회복을 위한 절대 원칙이다.

 

 

[프로필] 정기훈 서이한방병원 대표원장

•現) 대한고금의학회장

•前) 대전한의사회부회장

•前) 대전대 한의예과 학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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