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정기훈 서이한방병원 대표원장) 교통사고 치료를 받는 환자들 사이에는 막연한 믿음이 존재한다. 치료를 오래 받을수록 몸에 더 이로울 것이라는 생각이다. 하지만 의학적 관점은 다르다. 치료 기간의 무한정한 장기화는 결코 긍정적인 신호가 아니다. 특정 시점을 넘어서면 회복 효율이 급격히 떨어진다. 이른바 정체기에 진입하는 것이다. 결국 교통사고 치료는 기간의 문제가 아니다. 각 단계에 맞는 처치가 제때 이루어졌느냐는 '적기 치료'의 문제다.
치료가 지연될 때 가장 우려되는 변화는 조직의 섬유화다. 사고 직후 인체는 손상 부위를 보호하려 한다. 주변 근육을 강하게 수축시킨다. 이는 일종의 '생체 부목' 역할을 하는 정상적 방어 기제다. 그러나 이 긴장이 적절히 해소되지 않고 길어지면 문제가 생긴다. 근육과 인대는 탄력을 잃는다. 딱딱하게 굳는 섬유화 단계로 접어든다. 이 과정이 고착되면 정상적 움직임 패턴이 왜곡된다. 사고 이전의 유연성을 회복하기가 매우 어려워진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신경계의 변화다. 바로 중추 감작(Central Sensitization) 현상이다. 통증 신호가 뇌에 지속적으로 전달된다. 신경계는 해당 부위를 과도하게 예민한 상태로 유지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뇌는 통증을 '습관'처럼 기억한다. 실제 조직의 손상이 회복된 후에도 마찬가지다. 결국 아주 작은 자극에도 극심한 고통을 느낀다. 일상적인 움직임조차 만성 통증 증후군으로 이행될 확률이 높아진다.
한의학적 관점도 일맥상통한다. 어혈(瘀血)이 제때 제거되지 않으면 기혈 순환의 통로를 영구적으로 좁힌다. 초기에는 어혈을 풀고 순환을 회복하는 치료 반응이 빠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신체는 불완전한 균형 상태에 적응해버린다. 여기에 불안감이 더해지면 상황은 악화된다. 스트레스 호르몬이 자율신경계 균형을 무너뜨린다. 미세 혈류를 방해한다. 회복 탄력성을 더욱 떨어뜨리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든다.
결국 교통사고 치료는 명확한 의학적 과업이 필요하다. 급성기부터 회복기까지 단계별 목표가 뚜렷해야 한다. 치료가 목적 없이 길어지면 안 된다. 염증 조절, 조직 복구, 기능 정상화라는 단계별 경계가 모호해진다. 치료의 방향성 자체가 약해진다. 환자가 ‘치료는 받는데 몸은 제자리걸음’이라는 정체감에 빠지는 이유다.
중요한 것은 사고 직후의 집중적 치료다. 신체의 회복 리듬에 맞춰야 한다. 시간이 흐른다고 몸이 저절로 예전처럼 돌아오지는 않는다. 오히려 잘못된 방식으로 굳어질 기회만 줄 뿐이다. 숫자상의 기간에 연연하지 마라. 내 몸이 회복의 골든타임을 지나치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야 한다. 전략적으로 접근하라. 길어지는 기간보다 적절한 시기를 놓치는 것이 회복에 있어 가장 불리한 요소다.

[프로필] 정기훈 서이한방병원 대표원장
•現) 대한고금의학회장
•前) 대전한의사회부회장
•前) 대전대 한의예과 학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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