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이차전지 랠리의 정점에서 시가총액 10조원을 넘보던 금양이 상장폐지를 막기 위해 법적 대응에 나섰다. 한국거래소가 외부감사인의 감사의견 거절을 이유로 상장폐지를 결정하자, 금양은 곧바로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하며 법원의 판단을 구했다.
금양은 21일 서울남부지방법원에 거래소의 상장폐지 결정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앞서 거래소는 지난 20일 유가증권시장 상장공시위원회를 열고 금양의 상장폐지를 심의·의결했고, 오는 26일까지 상장폐지 예고기간을 거친 뒤 27일부터 7영업일간 정리매매를 진행할 계획이었다.
금양은 거래소 결정에 불복하며 법원의 판단을 받겠다는 입장이다. 회사 측은 입장문을 통해 “24만 주주 여러분의 상장 유지에 대한 간절한 바람을 받들고, 기장 공장 준공을 위한 자금 확보 노력과 그간의 추진 경과 및 향후 계획에 대해 좀 더 폭넓고 공정하게 판단받고자 법원의 결정에 호소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이어 “횡령·배임 등 불법 행위로 인해 상장적격성 문제가 발생한 기업은 아니므로 외부 자본 조달을 통한 유동성 확보와 감사 의견 적정을 통해 주주와 협력 업체 및 모든 이해관계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경영 정상화를 위한 노력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양 측 주장은 이번 사안을 불법행위에 따른 퇴출 문제가 아니라, 자금 조달 지연과 감사의견 문제에서 비롯된 경영 정상화 과정으로 봐야 한다는 데 맞춰져 있다. 반면 거래소 결정의 핵심은 상장사로서 가장 기본적인 재무정보의 신뢰성이 이미 크게 훼손됐다는 점이다.
직접적인 상장폐지 사유는 2년 연속 감사의견 거절이다. 금양은 2024사업연도에 이어 2025사업연도 감사보고서에서도 외부감사인으로부터 의견거절을 받았다. 감사의견 거절은 단순한 적자나 실적 부진과는 다르다. 감사인이 회사 재무제표를 신뢰할 만한 수준으로 확인하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상장사가 투자자에게 제공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정보 체계가 흔들렸다는 의미다.
금양의 외부감사인은 지난 3월 “금양은 2025년 12월 31일로 종료되는 보고 기간에 418억3600원의 영업손실과 535억8700만원의 당기순손실이 발생했으며, 2025년 12월 31일 현재 유동부채가 유동자산을 6112억4300만원 초과하고 있다”며 감사의견을 거절했다. 단기간에 갚아야 할 부채가 현금화 가능한 자산을 크게 웃도는 상태라는 지적이다.
◇ 롤러코스터 탄 10조 배터리주…유증 철회와 공시 번복
1978년 설립된 금양은 발포제와 정밀화학 제품을 생산해 온 회사다. 그러나 2020년대 들어 이차전지 사업에 뛰어들면서 주식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당시 홍보이사였던 박순혁 씨가 회사의 이차전지 사업을 적극적으로 알리며 이른바 ‘밧데리 아저씨’로 유명해진 것도 투자 열기에 영향을 미쳤다.
주가는 이차전지 랠리와 함께 급등했다. 2023년 7월 26일 금양 주가는 장중 19만4000원까지 올랐고, 시가총액은 10조원에 육박했다. 하지만 거래정지 직전인 지난해 3월 21일 종가는 9900원에 그쳤다. 고점 대비 하락률은 94.9%에 달했다. 한때 10조원을 넘보던 시가총액도 6300억원대로 줄었다.
대규모 사업 확장은 곧 자금 조달 부담으로 이어졌다. 금양은 몽골과 콩고 광산 투자, 부산 기장 배터리 공장 건설 등 대규모 사업을 동시에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2024년 9월 45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결정했지만, 이차전지 업황 둔화와 주가 하락, 주주 반발이 겹치면서 지난해 2월 이를 철회했다.
유상증자 철회는 단순한 자금 조달 차질에 그치지 않았다. 거래소는 공시 번복을 이유로 금양을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했고, 벌점 누적으로 관리종목 지정까지 이어졌다. 공시 번복으로 자금 조달 계획의 신뢰성도 흔들렸다.
광산 사업에서는 실적 추정치 변경이 문제가 됐다. 금양은 앞서 몽골 광산의 매출과 영업이익 추정치를 각각 4000억원대와 1600억원대로 제시했다가 약 1년여 만에 각각 66억원과 13억원 수준으로 크게 낮췄다. 사업 환경 변화에 따라 전망이 달라질 수는 있지만, 투자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핵심 수치가 단기간에 크게 바뀐 것이다.
자금 압박은 채권 회수 절차로 이어졌다. 부산은행은 금양을 상대로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신청했고, 법원은 이를 인용했다. 부산 기장군 배터리 공장 부지도 이미 경매 절차에 들어갔다. 법원은 금양 소유 부동산에 대해 경매절차 개시 결정을 내렸다. 채권자는 동부건설이며, 경매 청구금액은 100억원이다. 공사대금 미지급 문제가 경매 신청으로 이어지면서, 기장 공장 관련 자산도 채권 회수 절차에 포함됐다.
◇ 법원 판단 남은 금양 상폐…지역 금융도 영향권
지역 금융권과 부산시도 이번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부산은행은 금양에 1348억원을 대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리금 연체 이후 부산은행은 이자와 지연손해금 등을 포함한 1379억1842만원 규모의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신청했고, 법원은 이를 인용했다. 은행 측은 감정가 2000억원 규모의 담보를 확보했고, 400억원 이상의 충당금을 쌓아둔 만큼 직접적인 충격은 제한적이라는 입장이다. 다만 법적 공방이 길어질 경우 대출 회수 일정과 담보 처분 절차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부산시도 후속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 부산시는 그동안 금양과 투자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이차전지·모빌리티 기회발전특구 지정을 추진하는 등 금양의 지역 투자 확대를 지원해 왔다. 행정부시장을 전담 책임관으로 두고 기업 규제 완화도 지원했다. 다만 거래소의 상장폐지 결정에 금양이 법적 대응에 나서면서, 부산시가 추진해 온 이차전지 관련 지역 산업 전략에도 변수가 생긴 상황이다.
부산시는 상장폐지가 확정될 경우 부산시청과 부산상공회의소에 ‘원스톱 긴급지원센터’를 마련해 관련 기업과 직원 피해를 접수하고, 긴급운전자금 지원 등 피해 최소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법적 공방 결과에 따라 소액주주와 협력업체, 채권은행, 지방자치단체의 대응 방향도 달라질 전망이다.
이제 관건은 법원이 거래소의 상장폐지 결정을 멈출 필요성이 있다고 볼지 여부다. 가처분이 인용되면 정리매매와 상장폐지 절차는 본안 판단 전까지 중단될 수 있다. 반대로 기각될 경우 거래소의 상장폐지 절차는 다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법원 판단의 쟁점은 금양의 경영 정상화 가능성에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외부 자금 조달이 실제로 가능한지, 기장 공장 준공 계획에 현실성이 있는지, 감사의견을 적정으로 전환할 만큼 재무정보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금양 사태는 이차전지 열풍 이후 시장이 어떤 기준으로 기업가치를 다시 따지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대규모 공장 건설과 해외 광산 투자, 장기 공급계약, 외부 투자 유치 계획은 주가를 끌어올리는 재료가 될 수 있지만, 상장 유지를 위해서는 회계상 확인 가능한 재무정보와 현금흐름이 뒷받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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