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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6.12 (금)

[인터뷰] 정재호 수원세관장, "규제 혁신으로 반도체 영역 넓혔죠"

수원세관-텍슨의 성공 드라마, ‘모래주머니’ 제거로 경제 선순환
해외 생산 물량 한국으로...‘K-리쇼어링’ 효과 '현장에서 답 찾아'

 

(조세금융신문=안종명 기자) 반도체 호황과 더불어 글로벌 반도체 패권 전쟁의 최전선인 경기 남부. 이곳에서 최근 한 반도체 장비 생산 기업과 공공기관이 손을 잡고 해외에서 생산되던 최첨단 반도체 장비 생산을 국내로 불러들이는 ‘리쇼어링(Reshoring)’의 드라마를 써 내려갔다.

 

단순히 관세를 징수하는 기관을 넘어 기업의 발목을 잡는 규제를 치워주는 ‘조력자’를 자처한 수원세관, 그리고 수천억 원대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 발을 동동 굴렀던 ㈜텍슨의 긴박했던 현장의 기록을 담았다.

 

 

 

 

“창고 없으면 수주도 힘들어”…프로젝트 무산 위기

 

지난해 반도체 장비 전문 기업 (주)텍슨의 화성 사업장은 팽팽한 긴장감에 휩싸였다. 글로벌 고객사 해외 자체 공장의 물량을 한국으로 이전 생산 하겠느냐는 제안을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현실적인 장벽이 앞을 가로막았다.

 

강대술 텍슨 부사장은 당시 상황을 이렇게 회상했다. “글로벌 본사로부터 수주 제안이 들어왔지만, 당장 생산 예상 물량을 감당하기엔 창고 승인 절차가 너무나 까다로웠습니다. 승인에만 몇 달씩 걸리는 행정 관행대로라면 프로젝트 무산은 불 보듯 뻔한 위기였죠.”

 

당시 텍슨은 급히 창고를 빌렸지만, 법규상 정식 보세 특허를 받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다. 수천억 원대 프로젝트를 눈앞에 두고 행정 절차라는 ‘모래주머니’ 때문에 기회를 놓칠 판이었다.

 

 

정재호 세관장의 결단, “규제보다, 현장의 시계가 우선”

 

이 절박한 목소리가 닿은 곳은 정재호 수원세관장이었다. 정 세관장은 보고를 받자마자 현장으로 달려갔다. “기업이 사업 기회를 놓치게 두는 것은 공공기관의 직무 유기”라고 판단한 그는 파격적인 카드를 꺼냈다.

 

‘사외 창고 일시 장치’, 즉 “정식 특허가 나오기 전이라도 물품을 먼저 반입해 보관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긴급 조치였다. 법과 원칙을 지키되, 현장의 시급성을 고려해 행정의 순서를 유연하게 조정한 것이다.

 

이 ‘정책적 결단’은 현장을 즉각 움직였다. 수원세관 직원들은 밤낮없이 현장을 점검하며 안전장치를 마련했고, 텍슨은 행정 처리 시간을 한 달 반 이상 단축하며 적기에 생산 라인을 가동할 수 있었다.

 

 

“60명의 일자리, 창고비용 절감”…‘안정적인 수주 확보 마련’

 

민관이 함께 뛴 결과는 놀라웠다. 텍슨은 창고 임대료 약 6,000만 원을 절감했을 뿐만 아니라, 안정적인 수주 대응 기반을 확보해 4월 초부터 신규 프로젝트를 본격 추진하게 됐다.

 

무엇보다 큰 성과는 ‘사람’이다. 물량이 늘어나며 신규 인력 60명이 새로 채용됐다. 7명으로 시작한 화성 사업장이 어느덧 200명 규모의 지역 중추 기업으로 우뚝 서는 순간이었다.

 

이 기회를 토대로 텍슨은 해외 생산 첨단 공정 모듈의 국내 최초 이전을 통해 생산 및 물류 거점이 국내로 전환됐다. 또한 사외창고 구축으로 안정적인 수주 대응과 국내 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기반을 동시에 확보했다.

 

텍슨은 현재 신규 프로젝트 수주확정과 최종 양산 전 단계인 품질 인증 과정에 집중하고 있어 하반기 매출액의 급격한 상승과 공장 가동률이 극대화 될 것으로 기대된다.

 

텍슨 관계자는 “세관이 퇴로를 열어준 덕분에 해외 생산 물량을 가져올 수 있었다”며 감사 편지를 전했다.

 

텍슨은 현재 삼성과의 오랜 신뢰 관계를 바탕으로 성장, 2015년 서진시스템 (계열사) 편입 이후 글로벌 반도체 장비사들과 첨단 장비 제조 및 부품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장해 공급망 내에서 위상을 높이고 있다.

 

텍슨은 현재 2025년 국내 기준 매출액이 3393억 원으로 매출액 성장률이 35.8%로 지속적인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무엇보다 텍슨은 현재 관세청 수원세관 등과의 원활한 소통을 통해 수출입 안전관리 우수업체(AEO)인증과 함께 FTA 활용 등 행정적인 부분에서도 체계적인 관리를 진행하는 모범적인 기업으로 꼽히고 있다.

 

“기업 성장의 가치 높이는 파트너로”…정재호 세관장의 신념

 

이 드라마틱한 상생 스토리의 중심에는 40년 가까운 공직 생활 중 20년을 국제 협력 업무에 몸담았던 정재호 세관장이 있다. 그는 이번 성과가 단순한 우연이 아닌, 수원세관 직원들과 함께 지향하는 ‘현장 중심 지원’의 결과물이라고 강조한다.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정 세관장은 “수원세관은 삼성전자를 필두로 한 세계 최대 반도체 클러스터를 관할하며 대한민국 수출의 6위, 수입의 5위를 담당하는 핵심 기관”이라며, “과거의 세관이 엄격한 ‘감시자’였다면, 이제는 우리 기업이 세계로 뻗어 나갈 수 있게 길을 닦는 ‘파트너’가 되어야 합니다”고 밝혔다.

 

실제로 최근에는 수원세관 보세공장에는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가 다수 입주해 있고, 이들 공정에는 수만 개에 달하는 원자재가 투입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스티커와 같이 부피가 매우 작은 자재는 불가피하게 일부 수량 차이가 발생할 수 있는데, 현재 규정상 재고조사에서 이러한 차이가 확인될 경우 행정제재로 이어져 기업 부담이 크다.

 

정 세관장은 “이와 관련 앞으로는 현장의 운영 실태를 반영해 보세가공 물품의 재고 관리 기준을 합리적으로 개선해 나갈 계획입니다”라고 밝혔다.

 

물류측면에서도 그는 “보세제도 활용 확대를 중심으로 지원을 준비하고 있습니다”라면서 “수출입 비중이 높은 반도체 생산 업체(공장)를 발굴해 보세공장으로 전환을 유도함으로써 관세유예, 절차 간소화 등 물류 효율을 제고할 계획입니다”라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첨단 산업의 초격차 기술 확보를 위해 보세공장 제도를 양산 중심에서 연구소 및 시제품 제작 단계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또한, ‘수원-ACE’ 프로그램을 통해 1:1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하고, AI 기반의 납세신고 도움 정보를 통해 기업이 스스로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실제로 이러한 노력은 수치로 증명되고 있다. 2026년 2월 기준, 관내 수출 실적은 반도체 업황 회복에 힘입어 전년 동기 대비 43.2%의 성장세를 기록했다.

 

냉동창고 화재 등 예기치 못한 위기 속에서도 빛난 ‘민생 파수꾼’ 역할

 

수원세관의 역할은 첨단 산업 지원에만 머물지 않는다. 수원세관은 수도권 전체 수입 육류 공급의 약 40.9%를 책임지는 ‘민생 경제의 최전선’이기도 하다. 최근 관내 대형 냉동창고에서 발생한 화재 사고 당시에도 세관 직원들은 휴일을 잊은 채 현장으로 달려갔다.

 

“화재 당시 즉시 현장 상황을 파악하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전력을 다했습니다. 특히 화주들의 안타까운 상황을 고려해, 식품으로 사용이 곤란해진 물품을 사료용으로 신속히 전환하여 통관할 수 있도록 돕는 등 창의적인 행정 솔루션을 제공했습니다. 물류 흐름이 막히면 당장 우리 국민의 식탁 물가가 뛰기 때문입니다.”

 

정 세관장은 반도체부터 소고기까지, 현장에 문제가 생기면 세관이 가장 먼저 달려가 솔루션을 찾아야 한다는 것을 지상 과제로 삼고 있다. 이러한 현장 중심의 사고방식은 관내 7,000여 수출 기업과 2만 7,000여 전체 기업들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인터뷰를 마치고 다시 현장으로 향하는 정 세관장은 “반도체부터 소고기 물가까지, 현장에 문제가 생기면 세관이 가장 먼저 달려가 솔루션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 공직자로서 마땅히 가져야 할 신념”이라고 덧붙였다.

 

현장을 누비는 정 세관장의 행보는 단순 행정서비스 차원을 넘어선다. 규제의 문턱을 낮춰 글로벌 자본과 생산 기지를 안으로 끌어들이고, 이를 통해 대한민국 경제의 선순환 흐름을 가져왔다. 결국 기업의 절박함에 유연하게 응답하는 공공의 변화가 국가 경제의 기초 체력을 어떻게 강화할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한 사례로 남게됐다.

 

 

[수원세관(Suwon Customs)은?]

1969년 인천세관 오산출장소로 시작해 1980년 승격된 수원세관은 수원·용인·화성·오산 등 경기 남부 4개 시를 관할한다. 삼성전자를 필두로 한 세계 최대 반도체 클러스터와 전국 수입 육류의 40.9%를 처리하는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며 대한민국 수출과 민생 경제를 동시에 지탱하고 있다.

 

[텍슨(Texon)은?]

30여 년의 정밀 가공 기술을 보유한 (주)텍슨은 글로벌 반도체 장비 기업들의 핵심 파트너 이다. 특히 삼성전자와 삼성SDI 등 국내 초일류 기업들과의 견고한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반도체·통신·에너지 솔루션 분야에서 독보적인 역량을 쌓아왔고, 2015년 서진시스템 (계열사) 편입과 이번 리쇼어링을 계기로 글로벌 장비 제조 허브로 도약하고 있다.

 

정재호 수원세관장은?

정재호 수원세관장은 40년 가깝게 공직에 몸담으며, 그중 20여 년을 관세청의 국제협력 업무를 전담해 온 독보적인 '글로벌 관세 전문가'다. 관세행정 자체가 국제협약에 근거하고 수출입 국가 간의 긴밀한 협력이 바탕이 된다는 점에서, 그는 늘 국제협력 분야에 깊은 애착을 갖고 임해왔다.

 

약 5년 6개월간의 해외 근무를 경험한 그는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세계관세기구(WCO)가 위치한 벨기에 및 유럽연합(EU) 주재관으로 근무했다. 수많은 국제회의 최전선에서 협상 결과와 협력 사항을 국내에 적극 전파하며 대한민국 관세행정의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특히 지난 2023년, 전 세계 60여 개국 관세당국을 초청해 개최한 대규모 국제대회인 ‘K-CUSTOMS WEEK 2023’의 총괄기획팀장을 맡아 행사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이는 국제기구가 아닌 단일 국가의 관세당국이 개최한 행사 중 역대 최대 규모라는 점에서 그의 공직 경력 중 가장 뜻깊은 보람으로 남아있다.

 

정 세관장은 "대한민국 관세청은 현재 세계 최고 수준의 전자통관시스템(UNI-PASS)을 보유하고, 품목분류(HS)·관세평가·위험관리 등 모든 분야에서 글로벌 탑티어로 평가받고 있다"며, "이는 수많은 선후배 관세 전문가들의 노력이 모인 결과이며, 저 또한 그 일원으로서 기여할 수 있어 커다란 보람을 느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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