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두천 21.3℃맑음
  • 강릉 21.4℃맑음
  • 서울 23.1℃맑음
  • 대전 22.3℃맑음
  • 대구 20.3℃맑음
  • 울산 22.1℃맑음
  • 광주 23.3℃맑음
  • 부산 23.1℃맑음
  • 고창 21.6℃맑음
  • 제주 24.5℃맑음
  • 강화 22.2℃맑음
  • 보은 17.2℃맑음
  • 금산 18.9℃맑음
  • 강진군 20.9℃맑음
  • 경주시 22.3℃구름많음
  • 거제 22.5℃맑음
기상청 제공

2026.08.12 (수)

[예규·판례] 세관도 수입자도 빗나갔다…윤활기유 과세 분쟁의 전말

 

(조세금융신문=신경철 기자) 국내 기업이 해외 합작법인에서 생산한 물품을 ‘총비용+5.5% 수준 마진’으로 수입한 사안에 대해 세관이 제동을 걸었다. 해외 합작법인과 국내 기업이 ‘특수관계’인 만큼, 신고가격이 통상적인 가격결정 관행에 부합하는지 검토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국내 윤활기유(엔진오일 등 각종 윤활유를 만드는 기초 원료) 수입업체는 2006년 인도네시아 국영 석유기업 A사와 합작투자계약을 맺고, 현지에 윤활기유를 생산·판매하는 합작법인을 세웠다. 합작법인은 생산된 윤활기유를 지분율(국내 업체 65%, A 35%)에 따라 두 회사에 각각 배분했다.

 

이때 국내 업체가 자신의 지분만큼 직접 인수하는 물량에는 OP(Off-take Price·지분 물량 인수 가격)가 적용됐다. 이 가격은 합작법인의 총비용에 5.5% 수준의 마진을 더하는 방식으로 산정됐다.

 

문제는 A사가 배정받은 35% 물량 중 일부에서 불거졌다. A사가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팔지 못한 잔여 물량을 국내 업체가 다시 사들였는데, 이 거래에는 IOP(Inter-Off take Price·주주 간 재판매 가격)가 적용됐다. 이는 A사를 거친 재판매 물량이므로, IOP는 합작법인과 직거래한 가격(OP)보다 높게 형성됐다.

 

국내 업체는 2018년 10월부터 2022년 4월까지 합작법인에서 직접 구매한 윤활기유 92건에 대해 상대적으로 단가가 낮은 OP를 기준으로 수입신고를 했다. 반면 세관은 국내 업체와 합작법인 간 특수관계가 영향을 미쳐 가격이 낮게 산정됐다고 판단했다.

 

결국 세관은 업체의 신고가격(OP)을 부인하고, A사가 국내 업체에 판매한 가격(IOP)을 ‘동종·동질물품의 거래가격’으로 보아 관세와 부가가치세, 가산세를 부과했다. 수입자는 이에 불복해 조세심판원에 심판 청구했다.

 

관세는 수입자가 실제로 지급했거나 지급해야 할 가격을 바탕으로 과세하는 것이 원칙이다. 특수관계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신고가격을 부인할 수는 없으나, 그 관계로 인해 가격이 영향을 받았다면 세관은 관세법상 다른 평가방법을 적용해 과세가격을 다시 정할 수 있다.

 

쟁점은 세 가지다. 신고가격(OP)이 특수관계의 영향을 받은 가격인지, 세관이 제시한 비교가격(IOP)을 별도의 조정 없이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지, 그리고 가산세 부과가 타당한지 여부다.

 

① 국제시세보다 저렴한 가격…“특수관계 영향 인정”

 

수입자는 영업이나 마케팅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 공장 직거래 특성상 가격이 낮아질 수 있다며, OP가 정상적인 상거래 관행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심판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가장 큰 이유는 국제시세와의 격차였다. 해당 윤활기유의 신고가격(OP)은 같은 시기 국제 평균시세(ICIS Group III)보다 최대 57%나 낮았다. 심지어 수입자가 특수관계가 없는 제3자로부터 사들인 한 단계 낮은 등급의 윤활기유 가격보다도, 이번에 수입한 고품질 제품의 단가가 더 저렴했다.

 

수익 구조도 차이를 보였다. 윤활기유 시장 전반의 정제 마진이 증가했음에도 쟁점 물품의 정제 마진은 배럴당 20~30달러 내외로 일정하게 유지됐다. 아울러 수입자가 합작법인에 생산 기술과 노하우를 제공했음에도, 그 대가가 원가에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심판원은 시장 상황에 따른 이윤 증가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점, 기술·노하우 제공 대가가 누락된 점 등을 종합할 때 OP가 특수관계의 영향을 받은 가격이라는 세관의 판단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② 거래단계 무시 과세 방식은 ‘제동’

 

그러나 심판원은 세관의 과세 방식에 대해서는 다른 판단을 내렸다. 세관은 두 물품이 같은 공장에서 만들어져 같은 배를 타고 들어왔으므로 실질적으로 동일한 물품이라며, A사의 재판매가격(IOP)을 과세 기준에 적용했다.

 

하지만 심판원은 화물의 물리적 이동이 아닌 거래 구조의 차이에 주목했다. OP는 합작법인으로부터 직접 구매한 가격인 반면, IOP는 다른 주주인 A사를 거쳐 유통된 재판매 가격이다.

 

유통 단계를 더 거치면 부가가치가 발생해 가격이 변동될 수 있다. 관세법 역시 동종·동질물품의 거래가격을 적용할 때 거래단계, 거래수량, 운송거리, 운송형태 등의 차이를 반영해 가격을 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심판원은 세관이 거래 구조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IOP를 그대로 적용한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IOP를 기준으로 삼으려면 거래단계 차이가 가격에 미친 영향을 객관적인 자료로 조정해야 하며, 차이 조정이 불가능한 경우 관세법상 다음 순위의 평가방법을 순차적으로 적용해 과세가격을 다시 산정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③ 과거 세관 조사 믿은 납세자…“가산세 부과 취소”

 

과세표준의 재조사와 별개로 가산세 부과는 취소됐다.

 

수입자는 2008년 첫 수입 이후 지속적으로 동일한 거래구조와 가격결정방식을 유지해 왔다. 특히 2012년과 2016년 두 차례 관세조사 과정에서 수입가격 결정 관련 자료가 제출됐으나, 당시 세관은 OP의 특수관계 영향 여부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2016년 조사에서는 가격이 시세와 유사하게 신고된 2건에 대해서만 거래가격을 부인했을 뿐, 당시 과세가격 역시 OP를 기준으로 경정됐다.

 

다만 심판원은 과거 조사에서 지적이 없었다는 사실만으로 “OP가 특수관계의 영향을 받지 않은 가격”이라는 과세관청의 공적 견해표명이 성립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해 신의성실 원칙 위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가산세와 판단에서는 과거 조사에서 같은 거래구조가 검토됐음에도 세관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던 객관적 정황을 고려했다. 수입자가 자발적으로 다른 평가방법으로 바꿔 신고하기를 기대하기는 무리라고 본 것이다.

 

심판원은 가산세 부과처분을 취소하고, 관세 부과처분에 대해서는 거래단계에 따른 가격 차이를 재조사해 과세표준과 세액을 다시 경정하라고 결정했다.

 

[참고 심판례: 서울세관-조심-2024-22]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첨부파일

더보기
93건의 관련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