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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6.09 (화)

[판읽기] 예고된 단타장…‘삼전닉스’ ETF에 몰린 개미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ETF 16종, 사흘 거래대금 27조8710억원
개인 매수액 9조2146억원·매도액 5조1541억원…고회전 거래 뚜렷

 

(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 고위험·고회전 상품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ETF는 그동안 여러 종목에 나눠 투자할 수 있는 분산투자 수단이자 장기 자산관리 상품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그러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한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ETF가 상장 직후 대규모 거래를 기록하면서, ETF 시장의 무게중심이 단기 방향성 매매로 기울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일간 수익률을 ±2배 추종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ETF 16종의 거래대금이 출시일인 지난달 27일부터 29일까지 사흘간 27조8710억원으로 집계됐다. 하루 평균으로는 9조2903억원 수준이다.

 

거래는 SK하이닉스 관련 상품에 집중됐다. KODEX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는 사흘간 거래대금 10조9258억원을 기록하며 전체 ETF 시장 거래대금 1위에 올랐다. TIGER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와 KODEX 삼성전자단일종목레버리지도 각각 4위와 5위에 이름을 올렸다.

 

◇ 단일종목 ETF, 무엇이 다르나

 

이 같은 거래 규모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향한 투자 수요가 상장 직후부터 빠르게 형성됐음을 보여준다. 다만 이번 흥행을 단순한 거래대금 증가로만 보기는 어렵다. 분산투자 상품으로 여겨졌던 ETF가 특정 종목의 단기 방향성에 베팅하는 수단으로 소비되고 있다는 점이 더 큰 쟁점이다.

 

일반적인 ETF는 지수나 여러 종목을 담아 특정 종목에 대한 위험을 낮추는 상품으로 받아들여져 왔다. 반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특정 기업 한 곳의 일간 주가 흐름을 두 배로 추종한다. 기초자산이 삼성전자 또는 SK하이닉스 한 종목으로 좁혀지는 데다 레버리지 구조까지 더해져, 분산투자보다는 특정 종목의 방향성에 베팅하는 성격이 강하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장기 보유에 적합하지 않다는 점에서도 일반 ETF와 차이가 있다. 하루 수익률을 기준으로 설계된 상품인 만큼, 보유 기간이 길어질수록 기초자산의 누적 등락률과 ETF 수익률이 단순히 두 배로 맞아떨어지지 않을 수 있다. 주가가 박스권에서 등락을 반복하면 복리 효과로 손실이 커질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그럼에도 이들 상품은 ETF라는 익숙한 형식을 통해 개인투자자 시장에 빠르게 파고들었다. 개별 주식을 직접 사지 않아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상승 또는 하락 방향에 투자할 수 있다는 점이 단기 거래 수요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 사흘 만에 절반 되판 개인…단기 매매 뚜렷

 

실제 투자자별 거래 흐름을 보면 단기 매매 성격은 더 분명해진다. 개인투자자는 출시일인 지난달 27일부터 29일까지 16개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ETF를 9조2146억원어치 사들인 반면, 5조1541억원어치를 되팔았다.

 

매도액은 매수액의 55.9%에 달했다. 상장 후 사흘이라는 짧은 기간에 개인 매수액의 절반 이상에 해당하는 물량이 다시 시장에 나온 셈이다. 매수 후 보유하는 흐름보다 주가 움직임에 맞춰 사고파는 거래가 상당 부분을 차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일반 레버리지 ETF와 달리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기초자산이 개별 주식 한 종목으로 좁혀진다. 레버리지 구조에 따른 일간 리밸런싱 부담은 동일하지만, 지수형 상품이 가진 분산 효과는 사라진다. 이 때문에 출시 전부터 단기 변동성 확대 가능성이 제기됐다.

 

하재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19일 보고서에서 “레버리지 ETF는 일간 리밸런싱을 통해 주가가 상승하면 추가 매수, 주가가 하락하면 추가 매도를 수행하는 구조”라며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주가의 중장기 방향성에 영향을 주기보단 장 마감 시점의 수급 집중을 유발해 단기적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언급했다.

 

수익률도 단기 거래를 자극했다. 지난달 27일부터 29일까지 SK하이닉스 주가는 13.69% 상승했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들은 26~28%대 수익률을 기록했다. ETF 수익률 상위권에도 SK하이닉스 레버리지 상품들이 대거 포함됐다.

 

다만 레버리지 구조는 손실도 확대한다. 기초자산이 예상과 반대로 움직일 경우 손실 폭도 커질 수 있다. 변동성이 큰 종목일수록 단기 수익 기회와 손실 위험이 동시에 확대되는 구조다.

 

◇ ETF 성장의 그늘, 고위험 상품 관리

 

ETF 시장 확대 자체를 부정적으로 볼 수는 없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시장 상황에 따라 활용할 수 있는 상품군이 넓어졌다는 의미가 있다. 하지만 거래가 고위험·고회전 상품에 집중될 경우 ETF의 안정적 자산관리 기능은 약해질 수 있다.

 

이번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열풍은 국내 ETF 시장이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동시에 ETF라는 이름 아래 개인투자자에게 어느 수준의 위험까지 허용할 것인지라는 과제도 남겼다. 분산투자 상품으로 인식돼 온 ETF가 단일종목 2배 거래 수단으로 활용되면서, 레버리지 상품의 손실 위험이 상대적으로 가볍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금융감독원도 출시 전부터 쏠림과 변동성 확대 가능성을 우려했다. 황선오 금감원 자본시장·회계 부원장은 지난달 11일 기자간담회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ETF가 도입되면 투자자가 더 쏠리고 그로 인한 변동성 확대도 불가피하다”고 언급했다.

 

투자자 손실 위험에 대한 경고도 이어졌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투자자 유의사항을 통해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이 지렛대 효과로 단기간 큰 손실을 낼 수 있고, 주가가 오르내림을 반복할 경우 ‘음의 복리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국내 주식의 가격제한폭을 감안하면 이론적으로 하루 최대 60% 손실도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시장의 관심은 당분간 반도체 랠리 지속 여부에 쏠릴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번 흥행은 단순한 반도체 투자 열풍을 넘어 ETF 시장의 방향성을 둘러싼 논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단일종목 2배 상품이 ETF라는 이름으로 개인투자자에게 빠르게 확산된 만큼, 상품 구조와 투자자 보호 장치가 충분한지에 대한 점검 필요성도 커졌다. ETF 시장의 다음 과제는 외형 성장보다 고위험 상품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에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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