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신경철 기자) 글로벌 담배 회사의 한국 법인이 수입 담뱃잎 등에 부과된 로열티(권리사용료)를 두고 과세당국과 분쟁을 벌였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이 법인은 해외 본사 계열사들과 계약을 맺고, 국내에서 해당 브랜드 담배를 제조·판매하는 대가로 순매출액의 일정 비율을 로열티로 지급해 왔다. 회사가 2019년 1월부터 2024년 1월까지 들여온 담뱃잎, 각초(잘게 썬 담뱃잎 혼합물), 필터 등 원·부재료는 총 4851건에 달한다.
당초 회사는 본사에 지급할 로열티를 원재료 수입 가격에 포함해 세관에 신고하고 관세와 부가가치세를 납부했다. 하지만 돌연 입장을 바꿨다. 회사는 “지급한 로열티는 완제품 판매 대가일 뿐, 수입 원재료와는 무관하다”며 이미 납부한 세금을 돌려달라는 경정청구를 낸 것이다. 부산세관이 이를 거부하면서 다툼이 시작됐다.
관세는 수입자가 물품을 사기 위해 실제로 지급했거나 지급해야 할 가격을 기초로 세금을 매기는 것이 원칙이다. 송장에 적힌 물품 대금과 별도로 상표권, 특허권, 노하우 등 권리사용료를 냈다면 일정 요건에 따라 과세가격에 합산된다.
다만 모든 로열티에 세금이 붙는 건 아니다. 그 돈이 수입물품과 직접 관련돼 있어야 하고(관련성), 그 돈을 내는 것이 물품을 사기 위한 필수 요건(거래조건성)이어야 한다. 결국 이번 사건의 쟁점도 지급된 로열티가 ‘수입물품 때문에 낸 돈인지’, ‘그 돈을 안 내고도 같은 물품을 살 수 있었는지’ 두 가지로 압축됐다. 조세심판원 결정의 핵심은 다음 세 가지다.
① 담뱃잎은 단순 농산물인가, 브랜드 핵심 재료인가
회사 측은 수입 담뱃잎과 각초가 전 세계 담배업체가 공통으로 쓰는 ‘일반 농산물’이라고 주장했다. 본사의 노하우나 영업비밀이 깃든 게 아니고, 상표가 인쇄된 포장지 역시 완제품 판매 단계에서나 의미가 있다는 논리다.
하지만 조세심판원의 판단은 달랐다. 원재료는 아무나 가져다 쓰는 범용품이 아니었다. 해외 본사는 균일한 품질을 유지하려 경작 관리부터 등급 지정, 가공까지 직접 챙겼다. 가공 담뱃잎에 붙은 ‘로트(Lot) 번호’는 단순한 창고 번호가 아니라, 배합표 및 제조명세서와 직결됐다. 수입 원재료들이 서로 결합해 하나의 ‘브랜드 담배’를 완성하는 핵심 뼈대라고 본 것이다.
② 수입을 위한 실질적 거래 조건인가
과세 요건을 갖추려면 로열티 지급이 수입 물품을 사기 위한 ‘거래 조건’에 해당해야 한다. 회사는 “과거 외부 도매상에서 담뱃잎을 사 온 적도 있고, 필터 등도 알아서 조달할 수 있다”며 로열티가 원재료 구매의 필수 조건은 아니라고 항변했다.
쟁점은 ‘실제로 누구의 통제를 받았느냐’였다. 회사는 브랜드 담배를 만들기 위해 본사가 승인한 까다로운 사양을 맞춰야만 했다. 계약서에는 원재료 조달처와 가격까지 본사가 통제할 수 있는 조항도 있었다. 겉보기엔 다른 구매처를 찾을 수 있었을지 몰라도, 실질적으로는 로열티를 내지 않고 본사가 요구하는 품질의 원재료를 구하기란 불가능한 구조였다.
③ 세액 입증 못하고 “전액 환급” 요구…심판원, 청구 기각
회사는 과거 유사 사건에서 법원이 세관의 과세 처분을 취소한 판례를 내세웠다. 하지만 이번 건은 세관의 과세 처분을 다투는 것이 아니라, 납세자가 낸 세금을 돌려달라는 ‘경정청구’ 사건이다. 이 경우 납세자가 돌려받을 세액을 구체적으로 입증해야 한다. 회사는 로열티 중 수입 원재료와 무관한 상표권 사용료가 얼마인지 따로 계산하지 않은 채 “전부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결국 조세심판원은 회사의 청구를 기각했다. 쟁점이 된 로열티가 수입 원재료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고, 그 지급 역시 원재료 구매의 거래 조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참고 심판례: 부산세관-조심-202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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