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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6.09 (화)

[양현근 시인의 詩 감상] 오지다

 

오지다 / 문정영

 

오지다라는 할머니의 말씀이 이제사 깊게 들린다

어릴 적 내 고추가 조금만 능청거려도, 조금만 밥을

잘 먹어도 오지다고 하시던, 할머니 크게 아프지 않고

돌아가신 것이 오지다는 말 이 지상에 다 뿌렸기 때문일

것이다 텃밭의 풀들이 자라 봉분처럼 둥그스름해져

감나무의 밑동을 휘감을 때도 저것들 오지게 잘도

자라네, 가만히 그 자라는 모습 지켜보시던, 그것이

이 땅에 나서 다시 가는 날들인 것처럼, 언젠가는 시들

시들해질 일 년생 풀들인 것을 아는 것처럼 오지다는 말

누누이 나누어주고 가신 할머니, 오늘 내가 오지다고

내 아이들의 등 두드려 주어도 아이들 무덤덤한 표정

짓는 것은, 내 오지다는 말 속에는 무성한 풀 속에 서

있던 감나무의 은근함이 부족한 탓은 아닌지, 할머니의

오지다라는 말 다시 들어 보고 싶은 날들이다

 

[詩 감상] 양현근 시인

 

오지다, 사랑이 말을 건네는 방식

 

문정영 시인의 「오지다」는 오래된 사투리 한마디 속에 시간의 겹과 사람의 체온을 접어 넣은 시입니다. 여기서 ‘오지다’는 단순한 감탄이나 수사가 아닙니다. 한 인간을 온전히 키워내고 북돋우던 삶의 내력이자, 세월이 닳도록 입안에서 굴려 온 다정한 사랑의 어법입니다.

 

오랫동안 계간 《시산맥》 발행인 등으로 문학의 척박한 들판을 일구어 온 시인의 발자취처럼, 그의 작품에는 사람을 향한 오랜 믿음과 웅숭깊은 시선이 배어 있습니다. 시는 모름지기 사람 곁으로 걸어가야 한다는 듯, 시인은 한 단어의 우물에서 공동체의 온기와 세대의 시간을 길어 올립니다.

 

“저것들 오지게 잘도 자라네”

 

텃밭의 풀잎을 쓰다듬던 할머니의 낮고 둥근 목소리는 감나무 밑동을 지나, 마침내 어린 손주의 몸속으로 흘러들어 단단한 뼈와 살이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이 시의 ‘오지다’는 찬사를 넘어선 축복이며, 이 거친 세상을 기어이 살아내라는 눈물겨운 주문과도 같습니다.

 

결국 이 시는 사라져 가는 토속어에 대한 기록이 아닙니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품어 안던 방식, 말보다 먼저 당도하던 체온, 그리고 세월이 흘러도 마르지 않는 사랑의 유산을 복원하는 일입니다. 이 시를 읽고 나면, 우리 각자의 등 뒤로 오래전 누군가 얹어주었던 묵직하고 따스한 손길 하나가 천천히 살아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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