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김필주 기자) 금융당국·한국거래소가 추진 중인 중복상장 원칙금지 및 예외 허용에 대한 가이드라인 및 관련 규정 개정안이 조만간 발표될 것으로 전해지면서 재계·증권가 등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특히 해당 가이드라인 및 규정 개정안에는 중복상장 추진시 모회사 일반(소액)주주의 동의를 의무화하는 내용이 담길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재계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앞서 지난 4월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는 서울 여의도 소재 한국거래소에서 ‘중복상장 제도개선을 위한 공개세미나’를 열고 주요 기업, 투자자, 증권사, 학계·법조계 등을 상대로 의견 수렴에 나섰다.
이때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그간 우리 자본시장에서 지배주주는 실질적 경영권을 유지하면서도 사업부문과 계열사를 확대하는 수단으로 중복상장을 쉽게 이용해 왔다”며 “이에 반해 일반주주는 자회사 성장의 성과를 공정하게 향유하지 못하고 주가 디스카운트를 감수해왔다. 이제는 이런 문제를 덮지 않고 우리 자본시장에 공정하고 합리적인 문화를 조성해 가기 위해 다 함께 중지를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상장의 이익이 소수에게 집중되는 비대칭적인 중복상장과 전체 주주에게 공정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중복상장을 엄격히 구분해 심사할 것”이라며 “모회사 이사회가 중복상장이 주주에게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고 주주 보호방안을 마련하면서 지속 소통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당시 금융위 등은 올해 6월까지 중복상장과 관련된 가이드라인 및 규정 개정을 추진한 뒤 7월 시행을 목표로 설정했다.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금융위·한국거래소는 최근 중복상장 가이드라인 및 관련 규정 개정과 관련해 막바지 조율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 중복상장 가이드라인에 모회사 일반주주 동의 의무화 조항 포함될까?
재계·업계는 금융위 등이 향후 발표할 중복상장 가이드라인 및 관련 규정에 모회사 일반주주 동의 의무화 내용이 담길지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투자자 보호를 위해 자회사 상장을 추진하는 기업을 상대로 모회사 일반주주로부터 동의를 구하는 절차가 의무화될 가능성이 높은데, 이때 거론되는 방안은 ▲3%룰 ▲주주총회 특별결의 ▲소수주주 다수결(MoM, Majority of Minority) 등 세가지다.
이중 가장 유력한 것으로 알려진 ‘3%룰’은 안건 의결시 최대주주의 의결권을 3%까지만 인정해 지배주주의 영향력을 제한하고 일반주주의 목소리를 폭넓게 수용하는 방식이고, 주주총회 특별결의는 중복상장 등과 같은 안건 처리시 출석 주식 수의 3분의 2 이상,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 찬성을 요구해 통과 기준을 높이는 수법이다.
또 소수주주 다수결은 지배주주와 일반주주간 이해가 충돌할 수 있는 중복상장, 합병, 분할, 내부 거래 등 주요 안건을 처리시 지배주주의 의결권을 배제하고 이해관계가 없는 일반주주(소액주주)들만의 과반수 찬성으로 최종 결정을 내리는 제도다.
다만 지배주주 중심으로 지분이 쏠린 국내 기업 현황상 일반주주들이 과반을 확보하기가 사실상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이와함께 또 다른 주요 쟁점사안으로는 반도체, AI 등 대규모 자금 조달이 필요한 특정 첨단산업에 대한 중복상장 예외 허용 여부다.
그간 재계는 반도체 등 첨단산업의 경우 매년 수조원에서 수십조원의 투자가 필요한 만큼 모회사가 보유한 현금, 채권 발행, 금융권 차입 능력만으로는 이를 감당하기 어렵다며 중복 상장 예외 허용 업종으로 분류해달라고 요청해왔다.
지난 4월 열린 ‘중복상장 제도개선을 위한 공개세미나’에 참석한 나현승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도 ▲자회사가 추진 중인 사업 성장성 ▲신규투자를 위한 자금조달 필요성 ▲자금조달을 위한 중복상장 이유의 타당성 ▲일반주주 보호 방안 ▲일반주주의 동의 절차 이행 여부 등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 사례에 한해 중복상장을 예외적으로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재계, 중복상장 가이드라인 ‘3%룰’ 의무화 여부에 촉각
재계는 중복상장 가이드라인 및 관련 규정 개정안에 기대감보다는 걱정 어린 목소리를 냈다.
한 재계 관계자는 “‘3%룰’이 의무화된다면 자회사 상장 여부가 온전히 일반주주들 표심에 달리게 된다”며 “하지만 국내 증시 특성상 단기 투자가 많아 주주들의 ‘손바꿈’이 매우 빈번하게 일어난다. 즉 주주명부를 폐쇄하고 실제 주주총회가 열리는 사이에도 주식을 매도하는 등 변동성이 크기에 중복상장에 찬성하는 일반주주를 일일이 찾아내 의결 정족수를 채우고 찬성표를 끌어모으는 것 자체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고 우려했다.
이어 “중복상장이 원천 봉쇄된다면 자회사가 모회사의 여러 사업 부문 중 하나로 묶여 있을 때 발생하는 이른바 ‘지주사 할인(Conglomerate Discount)’으로 인해 사업의 본질 가치나 기술력을 제대로 평가받기 어렵다”며 “반면 자회사가 중복상장 등을 통해 독립 법인으로 분리돼 상장된다면 시장에서 기업가치를 재평가받을 수 있고 투자 자금을 유치하는 데 훨씬 유리하다”고 부연했다.
◇ 한국거래소 “중복상장 가이드라인 일정·내용 등 정해진 것 없어”
한편 금융위와 함께 중복상장 가이드라인 등을 조율 중인 한국거래소는 구체적으로 정해진 사안은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조세금융신문’과의 통화에서 “현재까지도 중복상장 가이드라인 및 규정 개정안에 대한 의견수렴이 진행되고 있다. 따라서 발표시점도 정해진 것이 없다”며 “앞서 지난 4월 세미나에서 모회사 일반주주 동의 절차 의무화, 중복상장 예외 허용 업종 등을 논의된 것은 맞으나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시행할지 여부도 결정된 것은 없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향후 발표할 중복상장 가이드라인 및 규정 개정안만으로 시장에 대한 관리·감독이 가능하다면 다행이지만 만약 상법, 자본시장법 등 관련 법률의 추가 개정까지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국회와의 논의도 이뤄져야 한다”며 “때문에 아직까지는 중복상장 가이드라인 등의 일정, 구체적 내용 등을 확정해 말할 수 없는 점 양해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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