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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6.09 (화)

[이슈체크] 선거 끝나자 금융현안 재부상…ELS 감경, 지배구조 압박

금감원, 5개 은행 과징금 6000억원 수준 의결
지배구조 개선안·생산적 금융 압박도 하반기 쟁점 부상

 

(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지방선거 이후 금융권 현안 처리에 속도가 붙고 있다. 첫 번째는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 과징금이다. 금융감독원은 은행권에 부과할 과징금을 6000억원 수준으로 다시 낮췄다. 최초 산정액이 약 4조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제재 수위가 크게 조정된 셈이다.

 

이번 결정은 단순한 과징금 감경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선거 기간 중 속도 조절에 들어갔던 금융 현안들이 다시 처리 수순을 밟는 흐름이 감지되기 때문이다. 홍콩H지수 ELS 제재를 시작으로 금융권 지배구조 개선, 생산적 금융 확대 요구 등 당국이 금융권에 요구해온 과제들이 잇따라 수면 위로 오를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4일 오전 임시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KB국민·신한·하나·NH농협·SC제일은행 등 홍콩ELS 판매 은행 5곳에 대한 합산 과징금을 6000억원 수준으로 의결했다.

 

당초 금감원이 처음 산정한 과징금은 약 4조원이었다. 이후 제재심 논의 과정에서 2조원 안팎으로 낮아졌고, 지난 2월 세 차례 제재심을 거치며 1조4000억원 수준의 제재안이 금융위원회로 넘어갔다. 이번 임시 제재심에서는 과징금 규모가 다시 절반 이하로 줄었다. 최초 산정액과 비교하면 6분의 1 수준까지 낮아진 셈이다.

 

감경의 핵심은 위법성 판단 기준 변화다. 제재심은 위반 동기와 방법에 대한 판단을 기존 ‘중’에서 ‘하’로 낮췄다. 이에 따라 과징금 산정에 적용되는 부과 기준율도 함께 내려갔다. 불완전판매 책임 자체는 유지하되, 제재 수위는 제도 시행 초기의 특수성, 은행권의 사후 수습 노력 등을 반영해 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 조 단위 리스크 벗어난 홍콩ELS 과징금

 

구체적인 감경 명분은 제도 초기와 자율배상으로 해석된다. 홍콩ELS 불완전판매는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 초기 발생한 대규모 위반 사례다. 금소법 도입 이후 처음으로 대규모 과징금이 부과되는 사안인 만큼 당국은 제도 안착 과정에서 생긴 혼선과 향후 선례로 남을 수 있다는 점을 함께 고려했다.

 

은행권의 자율배상도 과징금 감경에 영향을 줬다. 5개 은행은 이미 ELS 손실 관련 96% 이상에 대해 배상액을 지급한 상태다. 당국으로서는 소비자 피해 회복을 끌어내는 동시에 과징금이 금융회사 자본 여력과 향후 금융 공급에 미칠 영향도 따져야 했다.

 

이번 제재심 결과는 금융위 안건심사 소위원회와 정례회의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이르면 이달 중순 최종 의결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위 의결 전까지 세부 금액은 달라질 수 있지만, 조 단위 과징금 가능성은 사실상 낮아졌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와 관련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홍콩H지수 ELS 제재가 갖는 상징성을 짚었다. 그는 “ELS 과징금은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 이후 첫 번째 대규모 제재이고, 다수의 금융기관이 관련된 사안으로 향후 유사 사례의 시금석이 될 수 있다”며 “조치안이 보완돼서 오는 대로 신속히 검토해 처분 내릴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금융위 입장에서는 이번 제재가 금소법 시행 이후 불완전판매 책임을 어디까지, 어느 강도로 물을지 가르는 첫 시험대였다. 이번 제재의 바탕이 된 논리와 산정 기준은 향후 금융권 판매 관행을 판단하는 기준선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 은행 부담 덜었지만, 소비자 보호는 숙제

 

이로써 은행권은 일단 큰 부담을 덜었다. 최초 4조원대에서 출발했던 제재 리스크가 6000억원 수준으로 낮아지면서 재무적 충격은 크게 줄었다. 일각에선 주요 은행들이 이미 자율배상을 상당 부분 진행한 만큼, 과징금까지 조 단위로 확정될 경우 이중 부담 논란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으나 이 점이 해소됐다. 

 

하지만 감경 폭이 큰 만큼 소비자 보호 측면의 논란은 불가피하다. 홍콩ELS 사태는 고령층과 금융 취약 소비자에게 고위험 상품이 판매됐다는 점에서 은행권의 내부통제와 판매 관행 문제를 드러낸 사건이었다. 제도 시행 초기라는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대규모 불완전판매에 대한 제재가 지나치게 약해진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금융당국 입장에서는 감경의 명분을 분명히 하는 일이 중요해졌다. 불완전판매 책임은 인정하면서도 과징금은 대폭 낮춘 만큼, 소비자 보호 원칙이 후퇴했다는 인상을 피해야 하기 때문이다. 금융위가 최종 의결 과정에서 제재 형평성, 소비자 피해 회복, 금융회사 부담, 법 적용의 예측 가능성을 어떻게 정리하느냐에 따라 향후 불완전판매 사건의 처리 기준도 달라질 수 있다.

 

◇ 다음 전선은 지배구조와 생산적 금융

 

홍콩ELS 과징금 제재가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면서 금융권의 시선은 다른 현안으로 옮겨가고 있다. 대표적인 쟁점은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선안이다. 당국은 금융지주 회장 선임 절차의 투명성과 이사회 독립성 강화를 핵심으로 한 개선안을 검토해왔다. 회장 연임 절차, 사외이사 역할, 이사회 견제 기능 등이 주요 논의 대상이다.

 

지배구조 개선 논의는 금융권에 미칠 파장이 작지 않다. 주요 금융지주의 차기 회장 선임 일정과 맞물릴 경우 당국 가이드라인이 실제 인선 절차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KB금융의 차기 회장 선임 절차가 본격화된 상황에서 개선안 공개 시점과 적용 범위는 금융권 전체의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

 

생산적 금융도 하반기 은행권을 압박할 변수다. 정부는 은행 자금이 부동산·담보 중심 대출에 머물지 않고 중소기업, 혁신기업, 중저신용자 지원 등 실물경제로 흘러가야 한다는 기조를 강화하고 있다. 은행권 입장에서는 건전성 관리와 정책 역할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 부담이 커졌다.

 

선거 이후 금융당국의 행보는 빨라지고 있다. 다만 홍콩ELS 과징금 감경이 금융회사 부담 완화로만 비치면 소비자 보호 원칙이 흔들렸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제도 초기의 혼선과 자율배상 노력을 반영한 합리적 조정이라는 설명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앞으로의 판매 규율과 지배구조 개선에서 더 분명한 기준을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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