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설미현 변호사)
국제조세의 변화
해외 투자 구조를 검토하다 보면 흥미로운 질문을 자주 마주하게 된다.
“법인은 분명 존재하는데, 왜 세금은 다른 사람에게 부과하려고 하는가?”
전통적인 회사법 관점에서 보면 법인은 독립된 권리와 의무의 주체다. 법인이 소득을 얻으면 법인이 세금을 부담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국제조세 분야에서는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최근 각국 과세당국은 법인의 형식보다 실질적인 소득 귀속자를 찾는 데 더욱 집중하고 있다. 과세의 출발점이 ‘누가 돈을 받았는가’에서 ‘누가 실제 이익을 누리는가’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해외 투자기구에 대한 과세당국의 시각
대표적인 사례가 해외 펀드 구조다.
예를 들어 한국 기업의 주식을 보유한 룩셈부르크 투자기구가 배당금을 수령했다고 가정해보자. 형식적으로는 룩셈부르크 법인이 배당을 받은 것이므로 조세조약상 혜택을 주장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과세당국은 여기에서 질문을 멈추지 않는다.
“그 룩셈부르크 법인이 실제로 배당의 주인인가?”
만약 해당 투자기구가 단순히 투자자들의 자금을 모아 운용하는 통로에 불과하고, 실질적인 경제적 이익은 다른 투자자들에게 귀속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다.
수익적 소유자 개념의 등장과 그 의의
이 때 등장하는 개념이 바로 ‘수익적 소유자(Beneficial Owner)’이다.
국제조세에서 수익적 소유자는 단순히 소득을 수령하는 명의인이 아니라 해당 소득을 실제로 향유하고 처분할 권한을 가진 자를 의미한다.
OECD 모델조세협약은 오래전부터 이러한 개념을 발전시켜 왔으며, 각국 과세당국 역시 조세조약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핵심 기준으로 활용하고 있다.
패밀리오피스 구조: 초고액 자산가의 투자 구조와 과세 이슈
최근에는 Family Office 구조에서도 유사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초고액 자산가들은 투자 효율성과 자산관리 목적을 위해 다양한 국가에 법인과 신탁, 투자기구를 설립하는 경우가 많다.
겉으로 보기에는 여러 법인과 투자기구가 존재하지만, 과세당국은 그 이면에 있는 실질적인 의사결정권자와 경제적 귀속자를 확인하려고 한다.
예컨대 미국에 설립된 투자회사 명의로 금융자산이 운용되고 있더라도 투자 의사결정이 특정 가족 구성원에 의해 이루어지고 모든 경제적 이익이 해당 가족에게 귀속된다면, 과세당국은 법인의 형식만으로 판단하지 않을 수 있다.
Look-through 과세: 형식보다 실질을 보는 접근
이러한 접근은 이른바 ‘Look-through’ 과세로 설명되기도 한다. Look-through란 중간에 존재하는 법인이나 투자기구를 그대로 인정하기보다 그 뒤에 있는 실질 귀속자를 들여다보는 접근 방법이다.
물론 모든 투자기구가 무시되는 것은 아니다. 실질적인 사업 활동을 수행하고 독립적인 의사결정을 하며 경제적 위험을 부담하는 투자기구라면 별도의 과세주체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높다.
결론
실질과세원칙이 확정되는 오늘날, “이 소득의 진짜 주인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국제사회는 BEPS 프로젝트 이후 조세조약 남용과 우회 구조에 대한 감시를 지속적으로 들여다보고 있으며, 과세당국 역시 단순히 계약서와 조직도를 보는 것이 아니라, 투자 의사결정 과정, 자금 흐름, 위험 부담 구조, 인력과 조직 운영 실태까지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국제조세 변화의 흐름을 정확히 인지하여야 그에 대해 대비할 수 있을 것이다.
[프로필] 설미현 (유)법무법인 린 파트너 변호사
· 서울대 경제학부 졸업
· 변호사시험(2회) 합격
· 국세청 개인납세국, 서울지방국세청 국제거래조사국 등 근무
· 2025년 3월 법무법인 린 파트너 변호사로 합류
[주요 저서 및 활동]
· 국제조세 분야 박사학위
· 조세·국제조세 관련 신문 칼럼 및 전문지 기고 (한국경제, 조세금융신문 등)
· 국세청 과세사례, 조세심판원·행정법원 판례 분석
· 기업 경영자·전문가 대상 세무조사 대응, 불복 절차 강의
· 국제조세·디지털세·가상자산 과세 관련 학술 세미나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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