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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7.12 (일)

[예규·판례] ‘B급 양파’라더니…시세 40% 저가 신고 덜미

 

(조세금융신문=신경철 기자) 수입자가 중국산 건조양파를 들여오며 “분말용 B급 양파라 싸게 샀다”며 시세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가격으로 신고하자 세관이 제동을 걸었다. 품질 차이를 감안해도 유사물품과 가격 차이가 크고, 이를 소명할 증빙 자료마저 부실하다는 이유에서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한 농산물 수입업체는 2022년 11월 중국 소재 수출자로부터 건조양파 19톤을 수입했다. 이 업체는 수입신고 단가를 세관이 참고하는 기준가격의 약 39.6% 수준으로 매우 낮게 신고했다. 수입자는 정상등급이 아닌 뿌리와 껍질이 섞인 하품(B급) 양파를 들여왔기 때문에 가격이 낮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세관은 제출된 자료만으로는 이례적으로 낮은 가격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결국 관세조사를 거쳐 수입자의 신고가격을 부인하고, 관세법에 따라 유사물품의 거래가격을 기준으로 세금을 다시 부과했다. 수입자는 이에 불복해 조세심판원에 심판을 청구했다.

 

관세법상 수입물품은 수입자가 실제로 지급했거나 지급해야 할 가격을 기초로 세금을 매기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신고가격이 유사물품이나 객관적인 산지가격과 눈에 띄게 차이 나고, 수입자가 그 이유를 제대로 소명하지 못하면 세관은 신고가격을 부인할 수 있다.

 

이 사건의 핵심은 수입물품이 정말로 싼값에 거래될 만한 B급 분말용 양파였는지, 아니면 객관적 비교가격과 차이가 커 신고가격 그대로 인정하기 어려운 물품이었는지를 가리는 것이었다. 판단의 쟁점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① 시세 절반에도 못 미친 신고가격

 

수입자는 품질이 낮아 가격이 저렴했다고 주장했지만, 객관적인 시세와의 격차가 너무 컸다.

 

세관 조사 결과, 이 업체의 신고가격은 비슷한 시기 들어온 유사물품 가중평균가격의 39.79%에 불과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조사한 산지가격과 비교해도 34.5%~48.85% 수준에 그쳤다. 농산물은 품질에 따라 가격 차이가 날 수 있다. 하지만 단순히 “B급이라 싸다”는 이유만으로 정상 시세의 40% 안팎에 불과한 가격을 합리화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심판원의 판단이다.

 

② 수출자의 답변도 달랐다

 

수입자는 껍질과 뿌리가 잔뜩 섞인 양파 사진을 증거로 제시하며 B급 물품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세관이 수입신고 당시 직접 촬영한 현품 사진을 보면, 수출자 홈페이지에 올라온 정상등급(A급) 양파와 형태나 색상 면에서 큰 차이가 없었다. 수입자가 제출한 사진은 양파 전체가 아닌 뿌리와 껍질 부분만 부각돼 있어 실제 수입물품과 동일하다고 단정하기 어려웠다.

 

결정적으로 수출자의 답변이 수입자의 주장과 엇갈렸다. 세관이 현품 사진을 수출자에게 보내 가격을 문의하자, 수출자는 "A등급 수준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또 "한국으로는 대부분 A등급 물품이 수출된다. 일부 뿌리가 많이 섞인 물품을 B급으로 부를 수는 있겠으나, 이처럼 낮은 품질의 건조양파는 한국 통관이 쉽지 않아 백색 건조양파의 등급 차이를 두고 있지 않다"는 취지로 회신했다.

 

③ 2년 전 견적서에 내용물은 '마늘'…허술한 증빙

 

수입자가 낮은 가격을 소명하기 위해 제출한 거래 증빙들은 오히려 의혹만 키웠다. 수입자는 수입 전 견본품을 미리 받아 품질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를 증명할 국제특급우편(EMS) 송장의 내용물 품명은 양파가 아닌 ‘마늘’이나 ‘서류’로 적혀 있었다.

 

또한, 수출자와 거래를 협의했다며 제출한 견적송장은 이번 쟁점물품 계약일(2022년 5월)보다 무려 2년이나 앞선 2020년 6월에 발행된 서류였다. 계약 흐름도 부자연스러웠다. 계약서상 배송기한은 2022년 6월 15일 이전이었지만, 실제 물품은 11월에야 한국에 도착했다. 통상적인 양파 수확 시기(5~6월)를 고려할 때 4월에 당해 연도 수확분의 견본을 받았다는 해명도, 계약 후 5개월이 지나서야 물품이 들어온 정황도 일반적인 상거래 관행으로 보기 어려웠다.

 

결국 심판원은 수입자가 주장하는 거래 구조만으로는 낮은 신고가격을 뒷받침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신고가격의 진실성을 의심할 만한 합리적인 사유가 충분하다고 보고, 유사물품 가격으로 관세를 다시 매긴 세관의 처분을 유지했다.

 

[참고 심판례: 부산세관-조심-20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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