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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8.11 (화)

[판읽기] 日 1% 금리 복귀…한은 ‘동결 명분’ 줄었다

일본은행, 31년 만에 기준금리 1%로 인상
한일 금리차 1.50%p로 축소…환율·물가 부담에 한은 셈법 복잡

 

(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으로 주요국 통화정책의 긴축 압력이 다시 부각되면서 한국은행의 7월 금통위 셈법도 복잡해졌다.

 

일본의 금리 인상 자체가 한은의 결정을 좌우하는 변수는 아니지만, 고유가와 고환율이 물가를 자극하는 상황에서 주요국 중앙은행이 잇달아 긴축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은 한은의 동결 명분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본은행은 지난 16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단기 정책금리를 기존 ‘0.75% 정도’에서 ‘1.0% 정도’로 0.25%p 인상했다. 일본 기준금리가 1%대에 올라선 것은 1995년 9월 이후 31년 만이다. 이번 결정으로 한국은행 기준금리인 연 2.50%와 일본 정책금리 간 격차는 1.50%p로 좁혀졌다.

 

일본은행이 이번 결정에 대해 내세운 표면적 이유는 물가다. 중동 사태 이후 급등한 원유 가격이 기업 간 거래 가격에 반영되고 있고, 이 비용 부담이 소비자물가로 확산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판단이다. 일본은행은 최근 정부의 에너지 부담 완화 조치 등으로 물가상승률이 2%를 밑돌고 있지만, 유가 상승에 따른 가격 전가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봤다. 중장기 기대인플레이션이 계속 오르는 점도 금리 인상 배경으로 제시했다.

 

다만 이번 인상을 일본의 공격적 긴축 신호로 보기는 어렵다. 일본은행은 기준금리를 올리면서도 국채 매입 축소는 기존 계획대로 완만하게 진행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했다.

 

올해 4~6월 월 2조7000억엔 수준인 국채 매입 규모를 분기마다 약 2000억엔씩 줄여 내년 4월 이후 월 2조엔 안팎으로 낮추는 방식이다. 장기금리가 급등할 경우 국채 매입 확대 등으로 대응하겠다는 문구도 함께 담았다. 금리 정상화에는 나서되, 채권시장 불안을 키우지는 않겠다는 메시지다.

 

한국은행 입장에서는 일본의 금리 인상 자체보다 그 배경에 깔린 물가 압력이 더 부담스럽다. 일본은행이 물가 상승 압력을 이유로 금리 인상에 나선 만큼 한은 역시 물가와 환율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도 중동 사태 이후 유가와 환율이 동시에 물가를 자극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원·달러 환율은 미국과 이란의 종전 합의 이후에도 1500원대 초반에서 쉽게 내려오지 못하고 있다. 지난 16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0.5원 오른 1511.6원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한은은 이미 5월 금통위에서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당시 기준금리는 연 2.50%로 8회 연속 동결됐지만, 금통위원 2명은 0.25%p 인상을 주장했다. 동결 결정문에서도 물가 압력 확대와 고환율 변동성, 서울·수도권 주택시장, 가계부채를 동시에 점검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2.2%에서 2.7%로, 근원물가 전망치를 2.1%에서 2.4%로 올려 잡았다.

 

이로써 7월 금통위에서 한은의 운신 폭은 더 좁아졌다. 물가만 보면 긴축 쪽 명분이 커졌고, 성장 측면에서도 반도체 수출 호조와 추가경정예산 효과가 경기 하방을 일부 완충하고 있다. 금리 인하를 밀어붙이기 어려운 환경인 셈이다.

 

그렇다고 금리 인상 카드도 간단하지 않다. 가계와 기업의 이자 부담이 커지고, 추경을 통한 경기 부양 효과도 일부 약해질 수 있어서다. 결국 물가와 환율을 의식해 금리를 올리면 내수에 부담이 되고, 동결을 선택하면 물가 기대와 외환시장 불안을 자극할 수 있는 구조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의 최근 발언은 시장의 금리 인상 관측에 힘을 싣고 있다. 신 총재는 지난 12일 한국은행 창립 제76주년 기념식에서 “성장, 물가, 금융안정 상황은 통화정책 측면에서 비교적 명확하게 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며 “물가 안정에 중점을 두고 늦지 않게 금리를 인상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은 총재가 공개적으로 ‘늦지 않게’라는 표현을 쓴 만큼, 7월 금통위에서 최소 0.25%p 인상 가능성은 더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본 금리 인상이 곧바로 글로벌 자금 이탈로 이어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있다. 저금리 엔화를 빌려 해외 고수익 자산에 투자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가 일부 청산될 수는 있지만, 일본은행의 긴축 속도가 완만한 만큼 대규모 포지션 정리로 번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해석이다.

 

게다가 일본 금리가 1%로 올라섰지만 미국 등 주요국과의 금리 차는 여전히 크다. 일본의 해외투자 역시 과거처럼 단기 금융자산에 집중된 구조가 아니라 직접투자 비중이 커진 상태다. 금리가 0.25%p 오른다고 해외 투자자금이 일시에 회수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문제는 일본은행의 정책 방향이 결국 긴축 쪽을 향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이 초저금리에서 벗어나는 속도가 빨라지고, 미국 연방준비제도까지 매파적 신호를 강화할 경우 글로벌 자금 흐름은 다시 흔들릴 수 있다. 엔화 강세가 제한되더라도 일본 투자자의 해외자산 배분이 달라지면 신흥국 자산시장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 한국 입장에서는 원화 약세 압력과 외국인 자금 흐름을 동시에 봐야 한다.

 

시장 일부에서는 한은 금통위의 7월 빅스텝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 원·달러 환율이 1600원 안팎까지 접근할 경우 한은이 물가와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0.50%p 인상을 검토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최지욱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환율과 한은 7월 빅스텝 가능성’ 보고서를 통해 “다양한 외환 정책 투입에도 환율이 5일 밤 고점인 1561.5원을 넘어 1600원 내외까지 접근할 경우, 과도한 쏠림 방지 및 물가에 미치는 파급 효과 방지 차원에서 기준금리를 0.5%p 인상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빅스텝이 당장 유력한 시나리오인 것은 아니다. 환율이 1500원대에서 머물더라도 급격한 추가 상승이 없다면 한은이 한 번에 0.50%p를 올리기보다는 0.25%p 인상으로 정책 전환을 시작할 가능성이 더 크다. 가계대출 금리와 회사채 시장,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 등 금리 민감 부문의 부담을 감안하면 속도 조절 필요성도 적지 않다.

 

일본은행의 1% 금리 인상은 한은의 결정을 좌우할 직접 변수는 아니지만, 7월 금통위의 정책 환경을 바꿔놓은 변수로 볼 수 있다. 중동발 유가 충격, 1500원대 환율, 주요국 긴축 재개, 국내 물가 전망 상향이 한 방향으로 겹치면서 한은은 더 이상 동결을 쉽게 설명하기 어려운 국면에 들어섰다. 7월 금통위의 쟁점은 금리 인상 여부에서 인상 폭과 이후 경로로 확장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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