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양학섭 편집국장) 국세청이 달라지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임광현 국세청장 취임 이후 국세청은 단순한 세무 행정기관의 틀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국세청 역사 60여 년 동안 조직의 존재 이유는 명확했다. 세금을 부과하고 징수하는 기관이었다. 그래서 국세청의 영문 명칭도 'NTS(National Tax Service)'다.
그런데 최근 임광현 청장이 취임 1주년을 맞아 던진 화두는 차원이 다르다.
그는 국세청을 국세 징수기관에서 국가 통합재정수입기관(KRS·Korea Revenue Service)으로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흩어져 있는 국가 재정수입을 한데 모아 관리하는 기관으로 역할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조직 혁신이 아니라 국세청의 존재 이유 자체를 바꾸는 시도다.
현재 각종 부담금·과징금·변상금·국세외수입은 300여 개 법률에 따라 부처별로 흩어져 관리되고 있다. 임 청장은 이를 국세청 중심으로 통합 징수하는 체계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만약 현실화된다면 국세청은 세금 징수기관을 넘어 국가 재정수입을 총괄하는 사실상의 재정 컨트롤타워로 진화하게 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임광현 체제의 국세청은 지금 '조세 정의 전담기관'으로도 변신하고 있다.
지난 1년간 국세청은 주가조작 세력과 자산 빼돌리기(터널링), 불법 리딩방 등 자본시장 교란 행위를 집중 조사해 2576억원을 추징했다. 가격 담합과 독과점으로 물가 상승을 부추긴 탈세에는 3084억원을 추징했고, 고가주택·변칙 증여 등 부동산 탈세에도 칼을 들이댔다.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해외 은닉재산 추적이다.
과거 해외로 빼돌린 재산은 사실상 추적이 어렵다는 인식이 강했다. 그러나 임광현 체제 이후 국세청은 징수공조 범위를 아시아에서 유럽까지 확대했다. 그 결과 단 1년 만에 해외 은닉재산 환수액 339억원을 거둬들였다. 전체 해외재산 환수 실적의 대부분을 최근 1년 사이에 이뤄낸 것이다. 국세청 개청 이후에도 보기 드문 성과다.
이는 단순한 세금 징수가 아니다.
"국외로 도피하면 끝"이라는 고액 체납자들의 인식을 깨뜨리는 상징적 사건이다.
실제로 국세청은 해외재산 추적, 고액 체납자 특별기동반, 체납관리단 운영을 통해 지난해 개청 이래 최대 규모인 3조1000억원의 체납세금을 징수했다.
동시에 국세청은 가장 강한 칼과 가장 따뜻한 손을 함께 들고 있다.
악의적 탈세자에게는 AI를 활용한 탈세 적발 시스템을 구축해 끝까지 추적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반면 생계형 체납자와 소상공인에게는 세무조사 유예, 납부기한 연장, 환급금 조기 지급 등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이것이 임광현 체제가 보여주는 국세청의 새로운 모습이다.
강자에게는 더 강하게.
약자에게는 더 따뜻하게.
그리고 국세청 스스로는 더 크게.
AI 국세청, 체납관리단, 해외재산 추적, 국세외수입 통합징수는 각각 따로 움직이는 정책이 아니다. 모두 국세청을 국가 재정수입 전반을 책임지는 기관으로 키우겠다는 하나의 큰 그림 속에 놓여 있다.
국세청은 지금 단순한 세정 혁신을 추진하는 것이 아니다.
임광현 청장은 국세청의 역할 자체를 다시 쓰고 있다.
NTS에서 KRS로.
만약 이 구상이 현실이 된다면 훗날 국세청 역사는 임광현 체제를 '국세청의 두 번째 개청'으로 기록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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