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한국은행이 서울 등 수도권 주택가격 상승세 재확대를 금융안정의 핵심 불안 요인으로 지목했다. 국내 금융시스템은 전반적으로 안정적이지만, 집값 상승 기대가 되살아날 경우 가계대출 증가와 자산시장 쏠림이 맞물리며 금융불균형이 다시 커질 수 있다는 진단이다.
2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 2026년 6월’을 살펴보면 국내 금융시스템은 대체로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금융기관의 자본·유동성 비율이 규제 기준을 웃돌고 대외지급능력도 양호한 상태다.
다만 ‘안정적’이라는 총평과 달리, 보고서 곳곳에는 뚜렷한 경고 신호가 담겼다. 한은은 국내 금융·외환시장 변동성이 크게 높아진 가운데 서울 등 수도권 주택가격 상승세가 다시 확대되고, 차입을 활용한 자산투자가 늘어나면서 금융불균형 누증 가능성이 잠재해 있다고 봤다.
이와 관련 단기 금융불안 상황을 보여주는 금융불안지수(FSI)는 올해 5월 17.2로 집계됐다. 3~4월 상승 이후 다소 낮아졌지만 지난해 12월 16.3보다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중장기 금융취약성을 나타내는 금융취약성지수(FVI)는 올해 1분기 46.0으로, 장기평균인 45.7을 소폭 웃돌았다. 단기적인 금융 불안은 관리 가능한 수준이지만, 주택시장과 가계부채를 중심으로 누적된 취약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는 의미다.
한은이 가장 민감하게 짚은 지점은 주택시장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주택매매가격은 높아진 가격상승 기대 등의 영향으로 서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상승폭이 다시 커졌다. 도표상 최근 전월 대비 주택매매가격 상승률은 전국 0.21%, 수도권 0.46%, 서울 0.90%로 제시됐다. 비수도권은 -0.02%로 약보합권에 머물렀다. 집값 불안이 전국 전반이 아니라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 확인된다.
문제는 주택시장 불안이 매매가격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전월세가격도 수도권과 비수도권 모두에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매매가격 상승 기대가 살아나는 가운데 임대차 가격까지 오르면 실수요자의 주거비 부담이 커지고, 주택 매입 수요를 자극하는 요인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
주택시장 불안은 가계대출 흐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올해 1분기 말 가계부채는 가계신용통계 기준 1993조1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 증가했다. 이 가운데 가계대출은 1865조8000억원으로 전체 가계부채의 93.6%를 차지했고, 판매신용은 127조3000억원이었다.
수치상으로 보면 1분기 증가세는 크지 않았다. 그러나 5월 이후 흐름이 달라졌다. 금융위원회 자료를 인용한 보고서에 따르면 가계대출 월별 증가폭은 올해 1분기 월평균 3조원에서 4월 3조5000억원, 5월 9조3000억원으로 확대됐다. 5월 증가분 가운데 주택관련대출은 4조원, 기타대출은 5조3000억원이었다. 주택 매입 수요가 주택담보대출을 밀어올린 가운데,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도 늘면서 차입 수요가 주택시장 밖으로도 확산된 모습이다.
이 가운데 한은이 특히 주목한 대목은 수도권 주택 거래 증가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를 앞두고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 늘어나면서, 주택관련대출 증가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봤다. 수도권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지난해 11월 2만1000호에서 올해 1월 2만3000호, 3월 2만7000호, 4월 2만8000호로 증가했다. 거래 증가는 통상 시차를 두고 주택담보대출 실행으로 이어진다. 한은이 주택가격 상승세를 단순한 자산가격 문제가 아니라 금융안정 문제로 보는 이유다.
은행보다 비은행 쪽 증가세가 빠르다는 점도 부담이다. 올해 1분기 말 은행 가계대출은 1009조6000억원, 비은행금융기관 가계대출은 856조2000억원이었다. 전기 대비로 보면 은행 가계대출은 2000억원 감소한 반면 비은행금융기관 대출은 13조1000억원 증가했다. 대출 규제가 강화될수록 차입 수요가 상대적으로 느슨한 통로로 이동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물론 가계 전반의 상환 부담은 일부 완화됐다. 올해 1분기 말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34.1%로 지난해 3분기 말 139.7%보다 낮아진 것으로 추정됐다. 금융자산 대비 금융부채 비율도 같은 기간 40.5%에서 38.1%로 떨어졌다. 소득 증가와 주가 상승에 따른 금융자산 확대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평균 수치가 좋아졌다고 취약성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소득 또는 저신용인 취약차주 비중은 올해 1분기 말 차주 수 기준 6.7%로 지난해 3분기 말 6.4%보다 상승했다. 취약차주가 보유한 대출 비중도 4.9%에서 5.2%로 올랐다. 자산가격 상승으로 전체 지표는 개선돼 보이지만, 상환능력이 약한 차주는 오히려 늘어난 것이다.
한은이 우려하는 금융불균형의 뇌관은 결국 집값 상승 기대가 다시 살아나는 흐름이다.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인식이 퍼지면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사려는 수요가 늘고, 이는 다시 가격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처럼 대출 증가와 자산가격 상승이 맞물릴 경우 금융불균형이 빠르게 커질 수 있다는 게 한은의 판단이다.
아울러 주식시장 자금 흐름도 변수다. 한은은 최근 주가 상승 속도가 빠르고 레버리지를 활용한 투자도 늘어난 상황이라고 봤다. 신용융자 및 신용미수 잔액은 올해 5월 39조4000억원, 레버리지 ETF 순자산 총액은 35조4000억원으로 제시됐다. 주식시장 차익실현 자금이 주택시장으로 과도하게 이동할 경우, 시장금리 상승이 금융불균형을 완화하는 효과가 약해질 수 있다.
결과적으로 이 같은 흐름은 통화정책에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한은은 최근 여러차례 물가 상승 압력 확대, 경기 개선 전망, 금융안정 리스크 등을 고려해 적절한 시기에 기준금리를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금리 인상이 곧바로 금융불균형 완화로 이어지려면 자산시장 기대가 함께 안정돼야 한다. 집값 상승 기대가 지속될 경우 금리 부담에도 불구하고 차입 수요가 살아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관건은 집값 상승 기대가 대출 수요를 자극하고, 그 대출이 다시 자산가격을 밀어 올리는 고리를 어떻게 차단하느냐다. 국내 금융시스템은 아직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하고 있지만, 수도권 주택시장으로 쏠린 기대가 가계대출과 자산시장 레버리지 확대를 타고 금융불균형으로 번질 가능성은 남아 있다. 향후 금융안정 정책의 초점도 단순한 대출 총량 관리보다 주택시장 기대를 안정시키고, 차입을 통한 자산 매입이 다시 불균형으로 이어지는 흐름을 끊는 데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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