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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8.14 (금)

[이슈체크] ‘뚝 떨어진 영업권’…측정 단위 뭉쳐서 숨기기 수법 횡행

영업권 크게 평가받을 때는 반영…보고 내용은 두루뭉실
영업권 손상 시 보고 미루다 사고 터져야 한꺼번에 보고
영업권 큰 기업이 좋다? 주가는 마이너스
주가 플러스는 특허 등 무형자산 명확하게 표시한 곳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기업들이 현금창출단위(CGU)를 뭉개는 수법으로 영업권 가치 하락(손상인식)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다는 연구가 보고됐다.

 

한국회계기준원(원장 곽병진)은 26일 한국회계연구원 회계 및 지속가능성 연구 세미나에서 ‘영업권 손상 인식 관련 현금창출단위(이하 CGU) 공시 실태와 품질(나현종, 문해원, 임현정)’, ‘사업결합으로 취득한 무형자산의 정보유용성(이우종, 양승희)’을 각각 발표했다.

 

이날 나현종 한양대 교수는 영업권 손상을 늦게 반영하거나 조금 반영하는 것에 대해 국제적 비판을 받고 있지만, 손상검사 단위인 CGU의 공시 실태 분석은 부족한 실정이라며 연구 배경을 밝혔다.

 

나 교수 연구팀은 영업권 잔액은 급증한 데 반해 영업권 손상은 적시에 인식되지 않고 경제적 충격기에 집중적으로 인식된다고 판단했는데, 실제 영업권 보유 기업들의 CGU를 따져보니 대상 기업 중 겨우 약 40%만 CGU를 공시했다.

 

할인율 공시 여부, 추정치 유형 및 손상평가 핵심 가정 유형으로 측정한 공시 품질 역시 전반적으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고했다.

 

영업권이란 조금 속된 말로 기업에서 다른 기업 사들일 때 얹어주는 일종의 권리금 같은 건데 회계로 보면 순자산 가치에 더해 추가로 웃돈을 얹어준다.

 

그냥 막 붙여주는 돈은 아니고 당연히 얼마나 돈을 잘 버는지, 가치가 있는지 따져야 하는데, 이걸 장부에 명확하게 표현하려면 사업성을 최대한 개별 사업 단위로 쪼개서 판단할 필요가 있다(세분화하여 판단).

 

예를 들어 외식사업부라고 하면, 실제 업장 판매, 식자재 유통, 외부 컨설팅 수익 등 돈 버는 창구가 여러 곳이 있는데, 이 돈 벌리는 각 창구를 CGU라고 한다.

 

웃돈 준 기업이 잘되면 좋은데, 기업도 사업이 안 되거나 사양 산업이 되면, 영업권 가격이 내려갔다고 보고해야 한다. 이를 손상 인식이라고 한다. 가게를 팔 때, 매출 흐름 봐서 권리금을 내리거나 못 받는 것하고 비슷하다.

 

그런데 기업들이 높게 평가받는 영업권은 그대로 두다가, 영업권이 떨어지면 어물어물 미루다가 나중에 사고 터졌을 때 한꺼번에 몰아서 보고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이 경우 투자자나 채권자들은 피해를 입게 된다.

 

이 문제는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외국에서도 벌어지는 문제인데, 이번 나 교수 연구팀이 국내 상장기업을 분석한 결과, 이러한 실태는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영업권 부풀리기, 영업권 손상 보고 미루기는 한국이나 외국이나 기업들의 고질병이다.

 

국제회계기준위원회가 2020년 영업권 상각 재도입 여부를 검토하고 나섰지만, 2024년 이 방법이 쓸모가 있겠느냐는 이유를 달고 슬그머니 접었다. 국내 대형 유통기업, 플랫폼 기업 관련해 강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었던 시점이었다.

 

연구팀은 CGU를 정확히 보고하려면, 각 사업부별, 사업부 내에서도 각각 돈 벌어오는 곳을 세세하게 구분해 손상여부를 파악해야 하는 데, CGU를 세분화하지 않고, 사업부 큰 단위로 뭉쳐서 보고해버리면 손상보고가 지연된다고 지적했다.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여전히 기업들이 영업권 관련 보고를 제대로 안 한다는 게 드러났고, CGU 세분화하여 측정하는 방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시사점이 도출된 셈이다.

 

회계기준원은 나 교수 연구팀에 대해선, 국제적인 공시 강화 흐름에 대응하기 위한 국내 공시 실태의 기준선(baseline)을 제시하고, 핵심 가정·민감도·세전 할인율 공시의 의무화 및 표준화의 필요성을 시사한다고 전했다.

 

한편, 양승희 세종대 교수 연구팀은 ‘사업결합으로 취득한 무형자산의 정보유용성’을 발표했다.

 

연구결과, 평균적으로 기업 인수가격의 웃돈의 74%가 영업권에, 34%가 식별가능 무형자산에 배분됐고, 35%의 거래에서는 식별가능 무형자산 금액이 공시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장기 주가성과 분석에서 식별가능 무형자산은 양(+)의, 영업권은 음(-)의 가치관련성을 보이며, 식별가능 무형자산은 2~3년 후 영업현금흐름을 예측하나 영업권은 그러한 예측력을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쉽게 말해서, 앞서 기술한 것처럼 기업을 인수할 때 가게 권리금마냥 지분 프리미엄 웃돈을 주는데, 사들인 기업이 장부에다가 그 웃돈을 표시할 때 74%는 영업권이라고 두루뭉술 표현했고, 34% 정도를 특허처럼 정확히 돈벌이 대상으로 인식할 수 있는 지표(식별가능 무형자산)으로 표시했다는 뜻이다.

 

이게 돈벌이(주가성과)에서 어떤 차이가 있는지 봤더니, 영업권이 크다고 표시한 곳은 주가가 마이너스가 났다.

 

특허같은 식별가능 무형자산으로 표시한 기업은 주가가 플러스가 됐고, 돈벌이가 잘 될거나 안 될거다는 판단에도 도움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에서 심각한 대목 중 하나는 35%의 거래에서는 식별가능 무형자산 금액이 공시되지 않았다는 내용이다.

 

무슨 말이냐면, 기업 35%가 고의인지 실수인지 모르지만, 자기들 대외적으로 공표하는 장부에 어떤 무형자산이 있는지 알려주지도 않았다는 뜻이다.

 

회계기준원은 양 교수 연구팀에 대해서 사업결합 무형자산 공시의 국내 기초자료를 처음 제시하며, 별도인식 무형자산이 영업권과 구별되는 정보유용성을 가짐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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