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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7.12 (일)

[박규훈 변호사의 택스 뷰] 조세조약상 '고정사업장' 법리의 이해

 

(조세금융신문=박규훈 변호사) 최근 국내 모 건설사가 사우디에서 수행한 EPC(설계·조달·시공) 사업에 대하여 사우디 과세당국으로부터 약 8533억원에 달하는 거액의 법인세를 부과받은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시공 뿐만 아니라 설계 및 조달까지 사우디 내‘고정사업장’에서 이루어진 이상, 설계 및 조달로 얻은 이익에 대해서도 사우디에 세금을 납부하여야 한다는 이유이다.

 

‘고정사업장’의 뜻과 기능

 

여기에서 ‘고정사업장’이란 무엇일까?

 

OECD에서 만든 모델조세조약(Model Tax Convention)에 따르면, ‘고정사업장’이란 “기업의 사업이 전적으로 혹은 부분적으로 수행되는 고정된 사업장소”를 말한다(제5조 제1항).

 

‘고정사업장’에는 관리장소, 지점, 사무소, 공장, 작업장, 천연자원의 채취장소 등도 포함되므로(같은 조 제2항), 세법에서 말하는‘고정사업장’은 상법상 ‘회사’와 다르거나 그보다 훨씬 넓은 개념이라 볼 수 있다.

 

그럼 ‘고정사업장’이라는 개념은 왜 필요한 것일까?

 

국제조세 규범은 전통적으로 일방 체약국(거주지국)의 거주자가 타방 체약국(원천지국)에서 얻은 소득(또는 이중거주자가 한 체약국에서 얻은 소득)을 둘러싸고 조세조약 등을 통해 양 체약국 사이에 과세권을 배분하는 기능을 수행해 왔다.

 

‘고정사업장’ 과세제도도 마찬가지이다.

 

일방 체약국의 기업이 타방 체약국에 진출해 사업소득(Business Profit)을 얻은 경우, 타방 체약국에게 과세권을 배분하는 기준이 바로 ‘고정사업장’인 것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일방 체약국의 기업이 원천지국에 소재한 ‘고정사업장’을 통해 사업을 수행하고 그로 인해 얻은 소득이 ‘고정사업장’에 귀속된다면, 원천지국은 ‘고정사업장’을 마치 내국법인과 유사하게 취급해 과세권을 행사할 수 있다(OECD 모델조세조약 제7조 제1항 후문, 법인세법 제91조 및 제92조).

 

그러나 만일 ‘고정사업장’이 없거나 있더라도 사업소득이 ‘고정사업장’에 귀속하지 않는 경우 원천지국에는 과세권이 없고, 대신 거주지국이 과세권을 행사하게 될 것이다(OECD 모델조세조약 제7조 제1항 전문).

 

정리하면, 사업소득의 과세방법은 ‘고정사업장’이 있는지 여부에 따라 완전히 달라진다.

 

참고로 배당소득, 이자소득 등 이른바 ‘수동적 소득’(Passive Income)의 경우에는 사업소득과 과세방법이 다르다.

 

원칙적으로 원천지국 및 거주지국 모두 과세권을 가지고, 심지어 원천지국으로서는‘고정사업장’이 없더라도 과세가 가능하다(OECD 모델조세조약 제10조 제1항 및 제2항 본문, 제11조 제1항 및 제2항 본문).

 

배당이나 이자를 지급하는 자에게 총지급금액 중 일부를 세금으로 원천징수(withholding)해 납부하도록 하기 때문이다(법인세법 제98조 제1항 제1호, 제2호).

 

다만 이 때 조세조약에 따른 제한세율을 적용해 이중과세를 방지한다(OECD 모델조세조약 제10조 제2항 단서 및 제11조 제2항 단서).

 

‘고정사업장’의 3가지 성립요건

 

마지막으로 어떠한 경우에 ‘고정사업장’이 성립하였다고 말할 수 있을까?

 

과거 대법원에서 미국의 경제전문 통신사인 블룸버그가 국내 자회사에 노드 장비 및 블룸버그 수신기를 설치해 정보를 전달한 경우, 불룸버그가 한·미 조세조약상‘고정사업장’을 두었는지 여부가 다투어진 적이 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처음으로 ‘고정사업장’의 성립요건으로 ① 국내의 건물, 시설 또는 장치 등의‘사업상의 고정된 장소’가 존재할 것, ② 외국법인이‘사업상의 고정된 장소’에 대해‘처분권한 또는 사용권한’을 가질 것, ③ 외국법인이‘사업상의 고정된 장소’에서‘본질적이고 중요한 사업활동’을 영위할 것을 밝힌 바가 있다(대법원 2011. 4. 28. 선고 2009두19229, 19236 판결).

 

‘고정사업장’관련 대법원 판례 동향

 

비록 대법원은 ‘블룸버그 사건’에서 고정사업장의 존재를 부인하였지만, 이후 국세청은 위 법리를 바탕으로 적극적으로‘고정사업장’과세에 나섰다.

 

국세청이 과세에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로 ‘홀리데이 레저 리조트 사건’을 꼽을 수 있다.

 

대법원은 카지노 이용고객 모집 전문업체인 필리핀 법인이 서울 강남구에 있는 카지노 일부에 사무실을 개설하여 카지노 이용고객의 미집, 게임지원, 게임비 공동정산 등의 활동을 하고 고객이 잃은 돈의 70%를 모집수수료로 받은 사안에서, 필리핀 법인이 위 사무실에서 이용고객에게 편의를 제공한 행위는 자신의 모집수수료와 연동되어 있으므로, ‘본질적이고 중요한 사업활동’이 국내에서 이루어졌다고 보아한·필리핀 조세조약상‘고정사업장’을 두었다고 보았다(대법원 2016. 7. 14. 선고 2015두51415 판결).

 

그러나 대법원 판례를 돌이켜 보면, 과세처분의 적법성에 대한 입증책임이 과세관청에 있는 상황에서, 국세청이 최종적으로 ‘고정사업장’ 성립요건의 입증에 성공한 케이스는 많지 않다.

 

분명 과세관청으로서 ‘고정사업장’은 국내원천소득에 대한 과세권 확보라는 차원에서 꺼내들고 싶은 카드지만, 동시에 과세를 유지하는데 상당히 까다로운 개념인 셈이다.

 

예를 들어 대법원은 론스타 펀드가 국내에 투자자문사를 두고 외환은행 등을 인수하였다가 매각한 사안에서, 한·미 조세조약상‘고정사업장’을 두지 않았다고 보았다. 

 

국내 투자자문사의 직원이 외환은행의 인수 및 경영에 관여한 활동은 어디까지나 별개의 법인격을 가지는 국내 투자자문사의 활동일 뿐 이를 론스타 펀드의 대리인 등의 지위에서 이루어진 것이라 볼 수 없고, 그 세법상 성격도 ‘사전적·예비적 활동’에 불과하다는 이유 때문이다(대법원 2017. 10. 12. 선고 2014두3044, 3051 판결).

 

국세청의 ‘고정사업장’과세는 ‘론스타 펀드 사건’이후 뜸하였다가, 최근 미국 빅테크 기업에 대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디지털 경제가 발전함에 따라 OECD에서‘고정사업장’개념이 변화하고 있는 흐름과 맞물려 있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자세히 살펴보고자 한다.

 

 

[프로필] 박규훈 법무법인 광화문 변호사

• 서울대 경제학부 졸업(법학 부전공)

• Kyushu University LL.M

• 현) 법무법인 광화문 파트너 변호사
• 현) 광운대학교 법학부 겸임교수 (세법)
• 현) 국세청 법률고문, 한국세법학회 이사
• 현) 한국지방세연구원 자문위원
• 전) 한국국제조세협회 이사, 국세청 행정사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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