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김필주 기자)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이하 ‘초기업노조’) 위원장에 대한 재신임안이 최종 가결됐다.
이에 따라 재계·업계는 최승호 위원장이 기존에 내세웠던 ‘DS(반도체)부문 교섭단위 분리’ 공약이 본격 가속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동시에 전국삼성전자노조(전삼노), 동행노조 등 타 노조와의 협력에도 금이 가면서 각 노조별 ‘각자도생’ 움직임이 강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30일 초기업노조는 ‘2026년 4차 총회’를 통해 조합원을 상대로 최승호 위원장에 대한 재신임안을 전자투표한 결과 총 선거인수 5만4165명 중 3만8336명이 투표에 참여(70.8% 투표율)해 3만3550명이 찬성(찬성률 87.5%)표를 던졌다고 밝혔다.
재신임에 성공한 최승호 위원장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노동위원회 교섭단위 분리제도를 활용해 2027년 교섭에서는 DS부문의 교섭단위 분리를 공식 추진하겠다”며 “(노동위원회로부터)분리 교섭이 인정되지 않더라도 공동 교섭이 아닌 초기업노조만의 단독 교섭으로 DS부문에 더 나은 결과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최승호 위원장은 “조합원 권익보호를 위해 과반 노조 지위 재확보와 함께 노사협의회 장악을 통한 교섭대표노조 지위 확보를 추진하겠다”고 공언했다.
◇ 초기업노조 분리 교섭 성공 가능성은?
최승호 위원장을 주축으로 초기업노조가 분리 교섭을 추진하는 이유는 지난 ‘2026년 임금협상 공동교섭’ 과정에서 불거진 DS부문과 DX부문(가전, 모바일) 간 성과급 논란 때문이다.
DS부문은 기존 초과이익성과급(OPI) 제도를 유지하고 사업성과(영업이익)의 10.5%를 재원으로 하는 특별경영성과급이 신설됨에 따라 최대 6억원에 달하는 성과급을 수령할 수 있게된 반면 DX부문의 성과급 수준은 600만원 상당의 자사주 지급에 그쳤다.
이같은 내용의 2026년 임단협 잠정합의안이 조합원 대상 투표에서 최종 통과되자 DX부문 소속 노조원들의 이탈이 가속화됐고 초기업노조는 사측과의 단독 교섭권을 보장받는 법적 과반 노조 지위를 잃게 됐다.
여기에 자신들의 투표권이 배제됐다며 분노한 동행노조는 초기업노조가 주도한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에 대해 부결 운동을 펼쳤고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및 민사 소송까지 예고하며 두 노조간 갈등은 격화됐다.
이후 최승호 위원장은 2027년 임단협부터는 분리 교섭을 통해 DS부문 소속 조합원 중심으로 권익 향상에 나서겠다고 시사했다.
현행 노동조합법 제29조의3 제1항에서는 교섭단위를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조직형태에 관계없이 근로자가 설립하거나 가입한 노동조합이 2개 이상인 경우 교섭창구단일화절차에 따라 교섭대표노동조합을 결정해야 하는 단위로 규정하고 있다.
노동조합법 및 대법원 판례 등에서 교섭단위는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을 원칙적 단위로 규정하며 ‘하나의 사업’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경영상의 일체를 이루는 기업체 그 자체를 의미한다.
노동조합법에 의하면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현격한 근로조건의 차이, 고용형태, 교섭 관행 등을 고려해 교섭단위를 분리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될 시 노동위원회는 노동관계 당사자의 양쪽 또는 어느 한 쪽의 신청을 받아 교섭단위를 분리하는 결정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노동위원회가 초기업노조의 분리 교섭을 승인할 지는 미지수다.
노동위원회는 단순히 ‘소속 사업 부문이 다르다’거나 ‘노조 소속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는 교섭단위 분리를 쉽게 허용하지 않아서다.
실제 지난 2021년 4월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LG전자 사무직노조가 신청한 교섭단위 분리를 기각한 바 있다.
당시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교섭단위 분리를 정당화할 정도로 근로조건 및 고용형태의 현격한 차이, 교섭 관행이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 아울러 사무직의 교섭단위를 분리해서 얻는 이익이 교섭창구 단일화를 유지해서 얻는 이익보다 크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기각 이유를 설명했다.
노동법 관련 한 법조계 관계자는 “노동위원회는 과거 여러회사 노조들이 신청한 교섭단위 분리를 기각한 주요 사유로 기본급 체계, 근로시간, 휴가, 복리후생 등 핵심적인 취업규칙을 전사가 동일하게 적용받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며 “즉 근로조건의 현격한 차이가 없는 상태에서 노조가 속한 상급단체가 다르거나 노조간 갈등 양상이 있다는 점은 교섭단위 분리 사유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 초기업노조, 타 노조간 갈등 양상 확대되나?
업계는 최승호 위원장의 재신임 확정 이후 초기업노조가 본격적으로 분리 교섭을 추진하면서 공동교섭을 주장 중인 동행노조, 전삼노 등 타 노조와의 갈등이 확산될 것으로 우려했다.
최근 초기업노조는 ‘동행노조의 공동교섭 제안에 대한 초기업노조의 입장’이라는 공지를 통해 “초기업노조는 동행노조의 부결 운동, 효력 정지 가처분, 민사 소송 등 이슈로 공동교섭 의향이 없다는 점을 동행노조측에 명확히 전달했다”며 “2027년 임단협부터는 부문별 교섭이 진행될 수 있도록 하면서 초기업노조는 DS부문의 교섭에 집중해 올해 해결하지 못한 이슈의 우선 해결과 조합원들의 권익 향상을 최우선으로 챙기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초기업노조가 2027년 임단협과 관련된 공동교섭 제안을 거부함에 따라 동행노조 역시 독자노선을 걸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동행노조의 경우 30일 기준 DX부문 전체 직원 5만1717명 중 과반이 넘는 2만7325명이 노조에 가입한 상태다. 동행노조는 가입자 수를 늘려 4만명까지 세를 불린다는 계획이다.
동행노조 가입자 수는 지난 5월 초 수천명에 불과했으나 2026년 임단협 과정에서 성과급 논란이 불거지면서 한 달 새 가입자 수가 급증했다.
삼성전자 내 또 다른 노조인 전삼노는 초기업노조의 분리 교섭 추진에 반대 의사를 표명 중이다. 전삼노는 ▲사측을 대상으로 한 교섭력 약화 ▲영업이익 기준 성과급 추진 과정에서 DX부문 내 사업부간 분열 우려 ▲DS부문 내 메모리 사업부와 파운드리·CSS·시스템 LSI 등 비메모리 사업부간 신규 갈등 발생 등을 이유로 초기업노조의 분리 교섭 추진을 반대하고 있다.
이달 1일 기준 전삼노는 DS부문 직원 1만2354명, DX부문 직원 8569명이 가입된 상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초기업노조가 분리 교섭을 통해 소속 DS부문 노조원들을 먼저 챙긴다는 ‘선택과 집중’ 전략은 노조 내 결속력을 다지는 데 유리할 수 있지만 난관도 적지 않다”며 “가장 먼저 노동위원회가 DS부문 직원 중심인 초기업노조와 DX부문 및 비메모리사업부 직원 위주인 동행노조, 전삼노간 물리적 분리 교섭을 쉽게 인정해 줄지 미지수다. 여기에 현재 교섭을 대표할 과반 노조가 존재하지 않기에 교섭 주도권 확보를 위한 ‘전삼노-동행노조간 연합 대 초기업노조’와 같은 경쟁도 치열해 질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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