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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7.13 (월)

[신탁 대전②] 유산 맡기는 시대…은행권 상속 설계 시장 선점戰

5대 은행 유언대용신탁 5년 새 4.8배 성장…고령화 수요 확대
가입 문턱 낮추고 상품 세분화…상담·집행 신뢰가 경쟁력으로

 

(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1500조원대로 커진 신탁시장에서 은행권이 주목하는 분야는 이제 ‘상속’이다. 고령화로 인한 자산 승계 수요 증가로 주요 은행들은 유언대용신탁을 앞세워 상속 설계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유언대용신탁은 고객이 생전에 금융회사와 신탁계약을 맺고 재산을 맡기면 사망 이후 미리 정한 수익자에게 자산을 이전하도록 설계하는 상품이다. 단순히 유언장을 남기거나 공증을 받는 기존 상속 준비와 달리, 금융회사가 수탁자로 참여해 생전 재산관리와 사후 자산 배분을 함께 맡는 구조다.

 

유언대용신탁 경쟁은 은행권이 신탁을 비이자수익원으로 키우려는 흐름과도 맞물려 있다. <조세금융신문>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공시된 4대 시중은행의 2026년 1분기 분기보고서를 확인한 결과, 주요 은행들은 신탁 관련 수익을 손익 항목에 별도로 반영하고 있었다.

 

KB국민은행은 올해 1분기 신탁부문 신탁업무운용수익을 1261억7800만원으로 공시했다. 전년 동기 459억8800만원보다 801억9000만원 늘어난 규모다. 신한은행은 순수수료손익 항목에서 신탁보수수수료를 612억500만원으로 기재했다. 전년 동기 440억1300만원보다 171억9200만원 증가했다.

 

하나은행의 경우 올해 1분기 신탁업무운용수익은 887억원으로 전년 동기 493억원보다 394억원 늘었다. 우리은행은 같은 기간 신탁업무운용수익 463억원을 기록했다. 연간 기준으로 보면 우리은행의 신탁업무운용수익은 2024년 1726억원에서 2025년 1977억원으로 251억원 증가했다. 다만 은행별 공시 계정과 분류 방식에 차이가 있어 단순 순위 비교보다는 신탁 관련 수익이 별도 관리되는 흐름을 보여주는 지표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은행들은 이 수익 기반 위에서 상속 설계 시장을 차기 성장 축으로 보고 있다. 고령화로 상속·증여 수요가 커지는 가운데 유언대용신탁은 단순 금융상품 판매가 아니라 장기 고객과 수수료 수익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사업이다.

 

최근 은행들은 유언대용신탁의 가입 문턱을 낮추거나 상품 유형을 세분화하고 있는 추세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7월 간편형 유언대용신탁을 출시했다. 해당 상품은 별도 유언장 없이도 사후 재산 이전 구조를 미리 정할 수 있도록 설계됐고, 고객 사망 시 사전에 지정한 수익자에게 자산 상속이 가능하도록 했다. 가입 대상은 만 40세 이상 개인, 최저 가입금액은 1000만원이다. 국민은행 측은 “기존 유언대용신탁이 고액자산가 중심으로 운영됐다면, 해당 상품은 최저 가입금액을 낮추고 절차를 간소화한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하나은행은 금융권 최초로 2010년 유언대용신탁인 하나 리빙트러스트를 도입해 이를 기반으로 상속·증여, 가업승계, 기부신탁 등 생애주기 전반의 자산관리 서비스를 확장해 왔다. 금전, 부동산, 증권 등 다양한 자산을 취급하고 장례 및 상조도 연계한다. 출시 초기 최소 가입금액을 5억원으로 설정했으나 현재는 별도 제한을 두지 않고 개별 상담을 통해 진행된다.

 

신한은행은 유언대용신탁을 일반형, 간편계약형, 금전기본형 등으로 세분화해 운영하고 있다. 일반형은 금전, 금전채권, 유가증권, 부동산, 보험금청구권 등을 폭넓게 맡길 수 있고, 위탁자가 생전에 사후수익자와 재산, 지급 조건을 변경할 수 있다. 간편계약형은 만기 1년 이상 특정금전신탁에 특약을 붙여 사후수익자 1명을 지정하는 방식으로 절차와 서류 부담을 낮췄다. 금전기본형은 특정금전신탁과 정기예금을 대상으로 하며, 다수의 사후수익자 지정과 수익자별 지급 비율 설정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신한은행 측은 “누구나 더 쉽고 편리하게 상속, 증여 등 재산관리와 자산승계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서비스를 준비했다”며 “앞으로도 유용한 신탁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해 고객 접근성과 편의성을 높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의 ‘우리내리사랑 유언대용신탁’은 가입 대상과 금액, 보수 구조가 비교적 구체적으로 공시돼 있다. 가입 대상은 19세 이상 개인이며 신탁재산은 금전, 부동산, 증권 등이다. 가입금액은 금전의 경우 최저 5000만원 이상, 금전 외 재산은 신탁재산 합산 5억원 이상이다. 신탁기간은 최대 30년 이내에서 고객과 은행이 협의해 결정한다. 수익자는 생전에는 위탁자 본인, 사후연속수익자는 배우자, 자녀, 제3자 등으로 지정할 수 있다. 기본보수와 집행보수는 수탁재산 규모에 따라 차등 적용된다.

 

우리은행 측은 “유언대용신탁 보수는 수탁재산 규모에 따라 차등 적용하고 있다. 기본보수는 신탁계약 체결 시 발생하며, 수탁재산 1억원 미만은 100만원, 1억원 이상 10억원 미만은 수탁재산의 0.4%가 적용된다. 다만 이 구간에는 최저 200만원이 부과되며, 10억원 이상은 수탁재산의 0.2%, 최저 400만원 수준”이라며 “위탁자 사망 시 발생하는 집행보수도 같은 기준으로 부과된다. 신탁재산별로 발생하는 개별신탁보수는 신탁계약에 따라 별도로 정한다”고 설명했다.

 

유언대용신탁 시장은 최근 빠르게 몸집을 키우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5대 시중은행의 유언대용신탁 규모는 2020년 말 9405억원에서 2025년 말 4조5023억원으로 늘었다. 5년 새 약 4.8배 증가한 규모다.

 

유언대용신탁 시장이 고액자산가를 넘어 중산층으로 넓어질수록 은행권의 책임도 커진다. 생전 자산관리부터 사후 집행까지 이어지는 계약인 만큼 단순히 가입금액을 낮추거나 상품 유형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고객 신뢰를 확보하기 어렵다. 수익자 지정, 사후 재산 이전 방식, 보수 체계, 원금손실 가능성, 유류분 분쟁 가능성 등을 계약 단계에서 얼마나 명확하게 설명하느냐가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족관계와 세금, 법률 분쟁, 노후 돌봄까지 얽힌 민감한 계약이기 때문이다.

 

결국 유언대용신탁 경쟁의 관건은 고객이 계약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고 신뢰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는 데 있다. 은행들이 이를 차세대 자산관리 상품으로 키우려면 고객 유치 경쟁에 머물지 않고 상담, 판매, 사후 집행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소비자가 믿고 맡길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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