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강성후 스트레스뇌과학최면센터 원장)
◇ 7살 때 강아지를 두고 왔다는 죄책감 트라우마
강아지과 같은 반려동물은 이제 단순한 동물이 아니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에게 반려동물은 가족이자 친구이며, 때로는 가장 안전한 정서적 애착 대상이 되고 있다. 특히 어린아이에게 반려동물은 부모 다음으로 강력한 정서적 유대 관계를 형성하는 존재가 되기도 한다.
필자가 상담했던 한 청년의 사례가 이를 보여준다. 그는 대학을 졸업하고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20대 중반 청년이었다. 그런데 상담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이야기를 꺼냈다.
“7살 때 키우던 강아지를 시골집에 두고 도시 아파트로 이사 왔는데, 시간이 갈수록 그 친구가 너무 보고 싶고, 두고 온 것이 늘 미안하고 죄스럽다”는 것이었다.
그는 내성적 성격 탓에 친구가 많지 않았다. 학교를 마치고 돌아오면 늘 강아지와 함께 시간을 보냈다. 밤에는 같은 침대에서 잠들곤 했다. 어린 시절 가장 친밀했던 친구가 바로 강아지였던 셈이다.
그러나 7살 때 가족은 도시 아파트로 이사하게 되었다.
강아지는 시골집에 남겨졌다. 문제는 시간이 흐른 뒤 나타났다. 어린 시절에는 이해하지 못했던 감정이 성인이 되면서 죄책감으로 바뀌었다. “나는 가장 소중했던 친구를 버렸다”는 감정이 오랜 시간 무의식 속에 남아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흔히 사람과의 이별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심리학적으로 보면 인간의 뇌는 애착 대상이 사람인지 동물인지 구분하지 않는다. 사랑하고 의지했던 존재와 갑작스럽게 분리되면 그 기억은 깊은 정서적 상처로 남는다. 지금 우리는 반려동물 양육 인구 1,500만 시대에 살고 있다. 반려동물은 더 이상 ‘애완동물’이 아니라 친구요 가족이다. 이제 새로운 질문을 해야 한다.
◇ 반려동물 상실이 뇌에 남기는 흔적 : 애착, 기억, 미해결 슬픔의 과학
심리학자 John Bowlby의 애착이론은 “인간이 감정적으로 연결된 대상과 분리될 때 강한 심리적 충격을 경험한다”고 설명한다. 특히 어린 시절 형성된 애착은 뇌 깊은 곳에 저장된다.
뇌과학적으로도 강한 정서 경험은 감정 뇌인 편도체와 기억 뇌인 해마, 그리고 자율신경계에 동시에 각인된다. 특히 “떠나 보내고도 충분히 감정을 표현하지 못한 이별”은 뇌 안에서 미완성 기억으로 남게 된다.
필자가 진행한 최면 장면은 매우 상징적이었다. 청년은 인형을 껴안은 채 강아지를 떠올리며 한참을 울었다.
“친구야, 도시 아파트로 이사 가면서 너를 두고 와서 너무 미안해.”
“나는 몇 년 후에 너를 찾으러 갔어... 세월이 갈수록 더 보고 싶었어.”
“너에게 너무 큰 죄를 지었어” 라고 강아지에게 말했다.
이어서 강아지도 “나는 친구가 이사가는 날 이사 차량을 한참 쫓아가기도 했어...”
“너가 너무 보고 싶고 외로웠어. 혹시 친구가 나를 찾으러 오지 않을까. 보러오지 않을까 하고 기다렸어.”
“일부러 그 집 주변에서 살았어.”
“그래도 오늘 나를 찾아주고, 보고 싶었다. 나를 찾아 왔었다. 미안하다고 말해줘서 고마워...”
“나도 이젠 홀가분하게 저 세상으로 갈게.” 하고 환하게 웃었다.
둘은 한참을 껴안고 울었다. 마지막 인사를 나누었다.
내담자도 강아지를 편하게 보내 주었다. 최면이 끝난 후 그는 말했다. “이제야 마음이 편하다, 홀가분하다”고.
이는 의학적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억눌린 슬픔과 죄책감은 ▲지속적으로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분비를 높이고 ▲심신을 긴장하게 하는 교감신경 과작동(항진) 상태를 만들 수 있다. 반면에 충분한 감정 표현과 안전한 환경 속에서의 애도 과정은 ▲심신을 편하게 하는 부교감신경 활성화를 유도하고 ▲심리적인 안정감을 회복시킨다.
쉽게 말해서 표현되지 못한 슬픔은 ▲뇌 속에서 계속 살아 있지만 ▲완성된 이별은 신경계가 비로소 종료 신호를 보낸다.
◇ 반려동물과의‘아름다운 이별’이 필요하다 : 어린아이부터 어른까지 아름답게 이별하기
최근 일부 보호자들은 반려동물이 죽으면 무속인을 찾아 천도재를 지내기도 한다. 이를 단순히 미신이라고만 볼 수는 없다.
그 행위의 본질은 인간이 사랑했던 존재와 아름답게, 제대로 이별하고 싶어하는 심리적 욕구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많은 아이들이 이 과정을 경험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갑자기 반려동물이 사라지고, 부모는 “강아지가 멀리 갔다”고 얼버무리거나 아이가 슬퍼할까 봐 죽음을 설명하지 않는다.
그러나 아이의 뇌는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채 혼란을 경험한다.
그리고 그 감정은 죄책감, 상실감, 분리불안으로 남을 수 있다. 이제는 반려동물과의 이별에도 사회적 기준이 필요하다.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갑작스러운 분리가 아닌 작별 인사를 할 시간을 주어야 한다. 이 때 아이가 슬픔을 표현하도록 울기도 하고 하고 싶은 말을 하게 해야 한다. 사진을 보며 추억을 이야기하고 감사 인사를 나누는 것이다. 편지 쓰기, 마지막 포옹, 작은 추모 의식 등 상징적 종료 과정을 만들어 주는 것도 좋다.
이어서 죄책감을 남기지 않도록 “우리는 충분히 사랑했고 잘 돌봤다”는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현대 사회는 반려동물을 친구로, 가족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제 새로운 문화가 필요하다. 잘 키우는 문화만큼, 잘 이별하는 문화. 사람은 사랑했던 존재와 제대로 작별하지 못할 때 오래 아파한다. 아이도 그렇고 어른도 그렇다.
반려동물과의 이별은 단순히 동물을 떠나 보내는 행위가 아니다.
그것은 사랑했던 존재에게 마지막 존엄을 지켜주는 일이며, 남겨진 사람의 마음을 지켜주는 과정이다. 이제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반려동물을 사랑하는 법과 함께 “사랑했던 존재와 아름답게 이별하는 법”이기도 하다.

[프로필] 강성후 스트레스뇌과학최면센터 원장
-現 스트레스뇌과학최면센터 원장
-現 KDA 한국디지털자산사업자연합회장, (사)한국핀테크학회 부회장
-現 조세금융신문/토큰포스트/NBN미디어 고정 필진, 제주 삼다일보 논설위원
-前 기획재정부 국장(지역경제협력관), (사)탐라금융포럼 이사장
-前 (사)한국블록체인기업진흥협회 사무총장 및 정책위원장
-前 더불어민주당 디지털자산위원회 위원 (2025.06)
- 자격증 : 최면심리상담사 1급, 심리상담사 1급, 네이버 엑스퍼트(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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