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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7.12 (일)

[예규·판례] ‘데친 고사리’도 부가세 면세 받을 수 있을까

서류상 이름보다 실제 공정 우선
단순 가공 넘어서면 ‘과세’
조세심판원 “면세 요건 못 미쳐”

 

(조세금융신문=신경철 기자) 수입신고서에 적힌 품명은 ‘데친 고사리’였다. 수입업체는 이 물품이 부가가치세법상 면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단순 가공 채소라고 판단해 세금 없이 통관을 진행했다. 그러나 세관이 서류상의 이름 대신 실제 제조공정에 주목하면서 제동이 걸렸다.

 

사건은 한 수입업체가 2022년 7월부터 2024년 1월까지 총 270건의 고사리를 수입하면서 시작됐다. 업체는 이 물품을 HSK 제2005.99-9000호, 품명은 ‘데친 고사리’로 신고했다. 관세는 FTA 협정세율 18%를 적용했고, 부가가치세는 면세로 신고했다.

 

처음에는 신고가 그대로 수리됐다. 하지만 2023년 12월 수입된 물품에 대해 세관이 수입수리 전 분석을 진행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세관은 2024년 1월 이 물품을 “데친 생고사리를 건조한 후 다시 물에 열처리하여 조직이 연화된 상태의 고사리”라고 판단했다. 이후 업체 측에 부가세를 과세 대상으로 수정신고할 것을 안내했다.

 

업체는 보정 및 수정신고를 마친 뒤 다시 세관에 경정청구를 제기했다. 쟁점 물품은 부가세법상 면세 대상인 미가공식료품, 그중에서도 ‘데친 채소류’에 해당하므로 납부한 부가세를 돌려달라는 취지였다. 세관이 이를 거부하자 업체는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제기했다.

 

부가세법은 가공되지 않은 식료품의 수입에 대해 부가세를 면제한다. 원생산물의 본래 성질이 변하지 않는 정도의 1차 가공을 거친 식료품도 면세 대상에 포함된다. 시행규칙상 ‘데친 채소류’ 역시 면세 대상이다. 그렇다면 쟁점 물품은 왜 이 혜택을 받지 못했을까.

 

◆ 첫 번째 쟁점: 이름이 ‘데친 채소’면 모두 면세 대상인가

 

세관은 면세 대상을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데침’은 식품의 저장성을 높이기 위해 색깔과 풍미가 변하지 않는 선에서 효소를 억제하는 가벼운 열처리라는 것이다. 세관은 쟁점 물품이 건조 고사리를 원재료로 사용했고, 열처리를 통해 조직이 부드러워진 상태이므로 단순 1차 가공의 범위를 벗어났다고 봤다.

 

반면 업체는 법령상 ‘데침’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을 내세웠다. 현행법에는 데침의 구체적인 온도나 시간 기준이 정해져 있지 않다는 것이다. 업체는 단순히 효소를 불활성화하는 것만 데침으로 한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고사리 특유의 독성을 제거하고 품질을 유지하기 위한 열처리와 수침 과정도 면세 대상인 데침 공정의 일환으로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 두 번째 쟁점: 단순 데침인가, 추가 가공인가

 

세금 혜택을 가른 결정적 요인은 실제 공정이었다. 문제는 이 공정이 일반적인 의미의 ‘살짝 데침’에 그쳤는지 여부였다.

 

결정문에 나타난 제조공정에 따르면 쟁점 물품은 건조 고사리를 70~80℃ 온수에서 3~6분간 데친 뒤, 세척과 수침, 조제용액 포장, 살균, 건조, 숙성 등 여러 공정을 거쳤다. 세관 분석결과에서도 이 물품은 열처리로 조직이 연화된 상태의 고사리를 비타민C, 젖산칼슘, 정제수로 조제된 용액에 보존처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세관은 이처럼 복합적인 공정을 거쳤다면 원재료의 본래 성질이 그대로 유지된 미가공식료품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업체는 이에 대해 독성 제거와 수침은 고사리를 안전하게 먹기 위한 필수 전처리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새로운 재화를 만들거나 용도를 바꾸는 가공행위가 아니라, 원재료의 본질을 유지하면서 섭취 안전성을 확보하는 과정이라는 주장이다.

 

◆ 세 번째 쟁점: 통관 수리만으로 면세를 믿을 수 있나

 

업체는 신뢰보호 원칙도 주장했다. 그동안 같은 물품을 부가세 면세로 신고했고 세관도 이를 수리해 왔으므로, 면세가 정당하다고 믿을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세관은 과거 통관 수리나 분석결과 안내만으로 부가세 면세가 확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분석결과 안내서는 수출입 물품의 품명, 성분, 상태, 품목분류 등을 확인하기 위한 기술적 참고자료일 뿐, 부가세 과세 여부를 확정하는 공적 견해표명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실제 쟁점 물품에 대한 분석결과 안내서에도 제2005.99-9000호 분류 의견과 물품 상태에 관한 설명이 담겼을 뿐, 부가세 면세를 인정한다는 판단은 없었다.

 

◆ 조세심판원 “단순 데침으로 보기 어려워”

 

조세심판원은 세관의 처분이 정당하다고 보고 업체의 심판청구를 기각했다. 심판원은 ‘데침’에 대한 별도 정의 규정은 없지만, 일반적으로 데침은 물에 넣어 살짝 익히는 것으로서 채소나 해산물을 끓는 물에 잠깐 넣어 표면을 가볍게 익혀내는 조리법이라고 봤다.

 

그러나 쟁점 물품은 건조 고사리를 70~80℃ 온수에서 3~6분간 데친 뒤 세척, 수침, 조제용액 포장, 살균, 건조, 숙성 등 여러 공정을 거쳐 제조됐다. 분석결과에서도 조직이 연화된 상태로 확인됐다. 심판원은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면 쟁점 물품을 원생산물의 본래 성질이 변하지 않는 정도의 1차 가공, 즉 단순 데침의 범위에 머문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신뢰보호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세관의 분석업무는 품명, 규격, 성분, 용도 확인이나 품목분류 업무 지원 등을 위한 감정분석 업무일 뿐, 부가세 과세 여부에 대한 공적 견해표명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참고 심판례: 조심2025관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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