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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7.12 (일)

[예규·판례] 치매 간병에 밀린 세금신고…가산세 면제 길 열렸다

국세청 심사청구 인용…장기 치매 투병·배우자 간병 정당한 사유로 판단

 

(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알츠하이머 치매로 장기간 치료를 받아온 납세자와 이를 간병한 배우자가 양도소득세를 제때 신고하지 못했다면 가산세를 감면할 정당한 사유가 있다는 국세청 판단이 나왔다. 납세자 본인뿐 아니라 동거가족의 질병·간병 상황도 세법상 의무 이행 가능성을 판단할 때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다.

 

6일 국세청이 최근 공개한 심사결정문에 따르면, 국세청은 가산세 감면 관련 심사청구 사건에서 청구인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인용 결정했다.

 

쟁점은 토지와 건물이 수용된 뒤 양도소득세 예정신고를 하지 못한 데 대해 무신고가산세와 납부지연가산세를 감면할 정당한 사유가 있는지 여부였다.

 

청구인①은 2007년부터 보유하던 경기 소재 토지와 건물이 2022년 2월 한국토지주택공사에 수용되자 예정신고기한이 지난 2023년 3월 양도소득세를 기한후신고했다. 당시 신고세액에는 무신고가산세와 납부지연가산세 등 가산세 6043만원이 포함됐다.

 

청구인①의 배우자인 청구인② 역시 2015년 청구인①로부터 증여받은 경기 소재 토지와 건물이 2022년 2월과 3월 각각 수용됐지만 양도소득세 예정신고를 하지 않았다. 과세당국은 청구인②에게 건물분과 토지분 양도소득세를 결정·고지하면서 가산세 5125만원을 포함했다.

 

이후 청구인들은 2023년 5월 확정신고를 하면서 가산세 감면을 신청했다. 그러나 처분청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청구인들은 이의신청을 거쳐 심사청구를 제기했다.

 

청구인 측은 청구인①이 2007년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은 뒤 16년째 투병 중이었고, 중기 치매를 지나 말기 치매에 이르러 일상생활 대부분을 가족 도움에 의존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배우자인 청구인② 역시 청구인①을 장기간 간병하느라 정상적인 사회생활과 세무신고 이행이 어려웠다는 입장이다.

 

특히 청구인①이 토지수용 계약서에 서명·날인하고 인감증명서를 발급받은 것은 독자적인 의사결정에 따른 것이 아니라 가족 도움으로 진행된 절차라고 설명했다. 실제 계약서 작성과 지문 확인 등도 사위가 청구인①의 손을 잡고 도운 사실상 대리작성에 가까웠다는 주장이다.

 

반면 처분청은 청구인들이 부동산 임대업을 영위하면서 부가가치세와 종합소득세 신고·납부는 정상적으로 이행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양도소득세 신고기한 무렵 다른 세목은 신고하면서 양도소득세만 질병 때문에 신고할 수 없었다는 주장은 신빙성이 낮다고 봤다.

 

또 청구인①이 토지수용 계약서에 직접 날인했고, 인감증명서도 본인이 신청한 것으로 기재돼 있다는 점도 처분 근거가 됐다. 처분청은 청구인들이 직접 신고하기 어려웠더라도 자녀나 기존 세무대리인을 통해 신고의무를 이행할 수 있었다고 판단했다.

 

결과적으로 국세청은 청구인 측 손을 들어줬다. 국세청은 세법상 가산세가 납세의무자의 의무 위반에 대한 행정상 제재이지만, 의무 이행을 기대하기 어려운 정당한 사유가 있다면 부과할 수 없다는 법리를 전제로 판단했다.

 

국세기본법은 납세자가 세법상 의무를 이행하지 못한 데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 가산세를 부과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같은 법 시행령은 납세자 또는 동거가족이 질병이나 중상해로 6개월 이상의 치료가 필요한 경우를 기한연장 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국세청은 우선 청구인①의 치매 진단과 치료 경과를 중요하게 봤다. 제출된 진단서에는 청구인①이 2007년 기억력 저하와 인지능력 저하를 주 증상으로 병원을 찾았고, 상세 불명의 알츠하이머병을 최종 진단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또 2021년 진료기록부에는 청구인①이 알츠하이머 치매 진단 후 10년 넘게 약을 복용했고, 인지기능 저하로 정상적인 면담이 어려운 상태였다는 내용이 기재돼 있었다. 성년후견인 진단서 발급을 위해 의료기관을 방문한 기록도 확인됐다.

 

배우자 간병 사정도 판단에 반영됐다. 청구인들의 주민등록등본상 두 사람은 같은 주소지에서 함께 거주한 것으로 확인됐고, 청구인①이 거주지 인근 의원을 주기적으로 내원한 사정 등을 고려하면 청구인②가 청구인①을 간병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국세청은 청구인들이 국세기본법 시행령상 ‘납세자 또는 그 동거가족이 질병이나 중상해로 6개월 이상의 치료가 필요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봤다. 청구인들에게 양도소득세 예정신고 불이행을 탓하기 어려운 정당한 사유가 있다는 판단이다.

 

결국 국세청은 처분청이 가산세 감면을 불승인한 통지에 잘못이 있다고 보고 심사청구를 인용했다.

 

이번 결정은 가산세 감면 여부를 판단할 때 단순히 다른 세목 신고가 이뤄졌는지, 계약서에 본인 명의 날인이 있는지만으로 정당한 사유를 부정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납세자의 질병 상태, 실제 인지능력, 가족의 간병 부담, 세법상 의무 이행을 기대할 수 있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는 의미다.

 

특히 고령 납세자의 부동산 수용이나 양도 과정에서 신고기한을 놓친 경우, 질병과 간병 상황이 객관적 자료로 확인된다면 가산세 감면 사유로 인정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사 사례에 참고할 만하다.

 

다만 이번 결정이 질병을 이유로 한 모든 신고 지연에 가산세 감면을 인정한다는 취지는 아니다. 국세청은 알츠하이머 진단서와 진료기록, 장기 투병 사실, 동거 및 간병 정황 등을 종합해 판단했다. 향후 유사 사건에서도 질병의 정도, 치료 기간, 신고의무 이행 가능성, 가족이나 대리인을 통한 신고 가능성 등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참고 심사례: 심사-기타-2024-03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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