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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7.12 (일)

월 거래액 25조원 넘었는데…이커머스 줄줄이 ‘희망퇴직’ [유통노믹스]

롯데온·11번가 등 기존 오픈마켓 잇단 인력 감축
쿠팡·네이버 ‘독식’에 C커머스 ‘초저가’ 공세
중위권 플랫폼 '생존 기로'

 

(조세금융신문=신경철 기자) 지난 5월 국내 온라인 쇼핑 거래액이 25조원을 돌파하며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했다. 수치상으로는 이커머스 시장이 외형 확장을 이어가고 있지만, 유통업계 내부의 위기감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롯데온, 11번가 등 기존 오픈마켓들이 잇달아 희망퇴직을 실시하며 고강도 구조조정에 착수했기 때문이다.

 

시장의 전체 파이는 커졌지만, 특정 빅테크와 전문 플랫폼으로 성장의 과실이 집중되면서 뚜렷한 돌파구를 찾지 못한 중위권 플랫폼들이 생존의 기로에 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8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 5월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25조130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10.3% 늘었다. 이처럼 시장 규모는 팽창하고 있으나 기존 오픈마켓들의 기조는 정반대다. 롯데온은 지난달 근속 3년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단행했고, 11번가 역시 지난달 23일부터 근속 2년 이상 구성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이러한 ‘성장 속 구조조정’이라는 역설적 상황은 시장의 극심한 쏠림 현상에서 기인한다. 쿠팡은 ‘로켓배송’과 ‘와우 멤버십’을 앞세워 소비자의 반복 구매를 유도하는 강력한 록인(Lock-in) 생태계를 구축했다. 네이버는 국내 1위 포털의 지배력을 기반으로 상품 검색부터 가격 비교, 네이버페이 결제로 이어지는 독점적 쇼핑 동선을 장악했다.

 

여기에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중국계 이커머스의 초저가 공세가 겹쳤다. 와이즈앱·리테일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국내 쇼핑 앱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쿠팡(3368만명), 테무(905만명), 네이버(869만명). 알리(841만명) 순으로 상위권을 휩쓸었다. C커머스가 공산품의 가격 하한선을 붕괴시키면서, 배송 인프라는 쿠팡에 밀리고 가격 경쟁력은 중국 플랫폼에 뒤처진 토종 플랫폼들의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해진 구조다.

 

◆ 약진하는 버티컬 플랫폼

 

소비 패턴의 파편화도 이커머스 지각 변동의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과거 한 플랫폼에서 모든 물건을 구매하던 ‘원스톱(One-stop) 쇼핑’ 시대가 저물고, 소비자들은 구매 목적에 맞춰 플랫폼을 취사선택하고 있다. 패션은 무신사, 신선식품은 컬리, 뷰티는 올리브영 등 특정 카테고리에 특화된 버티컬(Vertical·전문) 플랫폼으로 수요가 이동하는 추세다.

 

실적 지표가 이를 입증한다. 무신사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1조4679억원, 영업이익 1405억원을 기록하며 외형 성장과 수익성을 동시에 달성했다. 컬리도 올해 1분기 매출 7457억원, 영업이익 242억원으로 창사 이래 최대 분기 실적을 냈다. 반면 롯데온과 11번가의 올해 1분기 영업손실은 각각 58억원, 78억원에 달하며 적자 늪을 벗어나지 못했다.

 

◆ 외형 확장 시대 종막

 

과거 이커머스 업계의 최우선 지상 과제는 거래액 중심의 양적 팽창이었다. 막대한 출혈 마케팅과 할인 쿠폰 살포로 인한 적자는 미래를 위한 투자로 인정됐다. 하지만 자본 시장 경색이 맞물리면서, 시장은 기업에 강도 높은 ‘흑자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대규모 마케팅비 집행을 통해 트래픽을 사 오던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은 한계에 직면했다는 평가다.

 

나아가 저출산에 따른 인구 구조 변화와 고물가로 인한 소비 양극화가 겹치며 국내 유통 시장은 구조적 저성장 국면에 진입했다. 차별화된 킬러 콘텐츠 없이 중간 가격대의 상품을 백화점식으로 나열하는 기존 이커머스에는 불리한 환경이라는 분석이다.

 

결국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양적 팽창기를 지나 냉혹한 질적 재편기에 돌입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플랫폼 간 경쟁에서 '거래액 규모'는 더 이상 생존을 담보하는 지표가 아니다"며 "소비자가 반드시 자사 플랫폼을 찾아야만 하는 독보적인 차별성과 자체 생존 가능한 수익 구조를 증명하지 못하는 플랫폼은 결국 시장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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