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임화선 변호사) ‘폭행’이란 용어는 사람이나 물건에 미치는 유형력 행사 전반을 의미하기도 하고, 사람의 신체에 대한 직·간접적인 유형력 행사를 의미하기도 하는 등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
그중 폭행죄에서 말하는 폭행이란 사람의 신체에 대하여 불법한 유형력을 행사함을 뜻하는 것으로서 반드시 피해자의 신체에 접촉함을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형법상 폭행죄는 사람의 신체에 대한 완전성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지 사람의 심리적 불안감까지 보호하기 위한 것은 아니므로, 피해자의 신체에 접촉하지 않은 사안에서 사람에 대한 유형력의 행사가 폭행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때에는 폭행죄의 보호법익이 ‘신체’의 완전성이라는 점을 충분히 고려하면서, 해당 행위의 신체지향성 유무와 정도, 그로 인한 피해자의 신체에 대한 위법성의 정도 및 직접성, 행위자와 피해자의 공간적 근접성, 행위의 직접적인 목적과 의도, 행위의 태양과 종류, 수단과 방법, 행위 당시의 정황, 피해자의 신체에 가하는 고통의 유무와 정도 등을 아울러 참작하여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 구체적 사례는 아래와 같다.
자신의 차를 가로막는 피해자를 부딪칠 듯이 차를 조금씩 전진시키는 것을 반복하는 행위 - 폭행이다
대법원 2016. 10. 27. 선고 2016도9302 판결은 피고인이 자신의 차를 가로막고 서 있는 피해자를 향해 차를 조금씩 전진시키고 피해자가 뒤로 물러나면 다시 차를 전진시키는 방식의 운행을 반복하였는데, 이는 그 자체로 피해자에 대한 유형력의 행사에 해당하고, 피고인 주장의 사정만으로는 차 앞에 서 있는 사람을 향해 차를 전진시킨 행위가 정당방위나 정당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폭행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원심을 유지하였다.
시비 중 책상을 피해자가 서있던 방향으로 뒤집어엎은 행위 - 폭행 아니다
대법원 2026. 4. 2. 선고 2023도5440 판결에서는, 피고인과 갑은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의 회장과 감사 사이인데, 피고인이 입주자대표회의 회의실에서 회의록 작성과 관련하여 갑과 시비하던 중 화가 나 양손으로 앞에 놓인 책상을 갑이 서있던 방향으로 뒤집어엎어 갑을 폭행하였다는 내용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이 약 1m가 안 되는 가까운 위치에 있던 갑과 말다툼 중 갑자기 피고인 앞에 있는 책상을 피고인의 정면 방향(피고인 기준 12시 방향)으로 뒤집어엎은 사실은 인정되나, 피고인이 책상을 뒤집어엎은 방향은 다른 책상으로 막혀 있었고, 갑은 피고인 기준 약 10시 방향에 서 있었으므로, 피고인의 행위로 인하여 갑의 신체에 대한 위험성이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 점, 단순히 갑을 놀라게 하거나 겁을 주었다는 것만으로 ‘폭행’으로 볼 수 없는 점 등을 종합할 때 피고인의 행위를 갑의 신체에 대한 불법한 유형력의 행사로 보기 어렵고, 또한 피고인에게 갑의 신체에 대한 불법한 유형력을 행사하겠다는 의도가 있었다고 단정하기도 어려우므로, 결국 피고인이 한 행위의 부수적인 결과로 갑에게 책상 파편 일부가 튀었다는 사정 등만으로는 피고인이 갑을 폭행하였다거나, 피고인에게 폭행의 고의가 있었던 것으로 단정할 수 없다고 보아 폭행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피해자에게 근접하여 욕설을 하면서 때릴 듯이 손발이나 물건을 휘두르거나 던지는 행위 - 폭행이다
서울남부지방법원 2024. 5. 14. 선고 2023노1027 판결은, 당시 피고인이 항공기 내의 협소한 공간에서 나란히 앉아 있던 여성에게 큰 소리로 화를 내면서 손을 들어 올리는 행위는, 비록 직접 피해자의 신체에 접촉하지 않았다고 하여도 공간적으로 매우 근접한 피해자에 대한 불법한 유형력의 행사로서 폭행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결론
폭행죄에서 말하는 폭행은 사람에 대한 유형력의 행사로 볼 수 있으면 그 방법에 특별한 제한이 없다. 반드시 피해자의 신체에 접촉할 것을 필요로 하지도 않는다.
피해자를 향하여 주먹을 휘둘렀으나 신체에 접촉하지 않은 경우라도 그 근접성 등으로 인하여 주먹이 피해자의 신체에 작용할 위험성이 상당하여 피해자가 공포감을 느낄 정도가 되면 ‘신체에 대한’ 물리적 유형력의 행사로 평가할 수 있고 침을 뱉거나 멱살을 잡거나 밀치는 행위, 신체의 외관을 변형시키는 행위(머리카락·수염을 자르는 행위 등)도 폭행이 될 수 있다.
다만 물리력의 작용이라 하더라도 사람의 신체에 대한 불법한 공격이라고 볼 수 없는 경우에는 폭행죄의 폭행에 해당하지 않고 물건에 대한 유형력의 행사는 피해자의 신체에 대한 유형력의 행사로 볼 수 없어 폭행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처럼 폭행죄에서의 폭행은 구체적 사안에 따라 달리 평가될 여지가 있음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프로필] 임화선 변호사
•법무법인(유)동인 구성원 변호사
•한국연구재단 고문변호사
•중부지방국세청 고문변호사
•법률신문 판례해설위원
•사법연수원 34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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