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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8.12 (수)

[클래식&차한잔] 드뷔시 《빗속의 정원》

Jardins sous la pluie, from Estampes

 

(조세금융신문=김지연 객원기자) 7월이 되면 하늘은 자주 흐린 모습을 보입니다.

 

아침에 창문을 열면 공기 속에는 습기가 가득하고, 멀리 보이는 건물들은 옅은 안개에 잠긴 듯 흐릿하기도 합니다.

 

사람들은 흔히 비 오는 날을 우울한 날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가만히 들여다보면 비는 생각보다 다양한 얼굴을 가지고 있습니다.

 

보슬보슬 내리는 비는 나뭇잎을 깨우고, 갑자기 쏟아지는 소나기는 도시의 먼지를 씻어냅니다. 장마철의 비는 불편함을 안겨주기도 하지만 동시에 세상을 새롭게 만드는 힘도 가지고 있습니다.

 

프랑스 작곡가 클로드 드뷔시는 그런 비의 모습을 누구보다 섬세하게 음악으로 그려내었습니다.

이 곡은 1903년에 발표된 피아노 모음곡 <판화 Estampes>의 마지막 곡입니다. ‘판화’라는 제목 그대로 마치 한 장의 그림을 음악으로 옮겨 놓은 것 같습니다.

 

음악이 시작되면 빗방울이 하나둘 떨어지는 듯한 음형이 들립니다. 그리고 곧 바람이 불고 비가 세차게 쏟아집니다. 음들은 이리저리 튀어 오르며 나뭇잎을 두드리고, 물웅덩이를 만들고, 정원을 가로질러 달려갑니다.

 

흥미로운 것은 이 곡이 여타의 다른 곡처럼 단순히 ‘비’라는 소재를 묘사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빗속의 정원>에는 프랑스의 오래된 동요 선율 두 개가 숨어 있습니다. 음악학자들은 이를 드뷔시의 어린 시절 기억과 연결해 해석하기도 합니다.

 

음악 속에는 어린아이의 웃음 같은 생동감이 숨어 있습니다. 빗방울은 건반 위를 뛰어다니고 바람은 나뭇가지를 흔들며 지나갑니다. 비를 통하여 동심이 지닌 감정의 색을 전달하려는 것입니다.

 

드뷔시는 우리를 다시 어린 시절로 데려갑니다.

창문을 두드리는 빗소리가 신기했던 날들, 장화를 신고 물웅덩이를 뛰어넘던 날들, 비가 그친 뒤 젖은 흙냄새를 맡으며 동네를 돌아다니던 날들을 떠올리게 합니다.

 

드뷔시는 비를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비를 바라보던 한순간의 설렘과 경이를 음악 속에 담아 두었습니다. 그래서 7월의 장마철에 <빗속의 정원>을 듣고 있노라면 우리는 잠시 잊고 지냈던 감각들을 다시 만나게 됩니다.

 

빗방울 하나에도 마음을 빼앗기고, 세상의 모든 것을 신기하고 아름답게 보던 시절.

어쩌면 음악이란, 그렇게 우리 안에 아직 남아 있는 작은 동심을 다시 깨워주는 예술인지도 모릅니다.

 

드뷔시의 '빗속의 정원' 듣기

 

[프로필] 김지연

•(현)수도국제대학원대학교 외래교수

•(현)이레피아노원장

•(현)레위음악학원장

•(현)음악심리상담사

•(현)한국생활음악협회수석교육이사

•(현)아이러브뮤직고양시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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