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이정욱 기자) "생각보다 아담한데."
펜트하우스와 전용면적 84㎡ 타입을 차례로 둘러본 뒤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이었다. 하이엔드 아파트라면 으레 넓은 거실과 시원한 개방감을 기대하기 마련이지만, 디에이치 방배의 세대 내부는 조금 달랐다. 공간은 넓이를 키우기보다 기능에 맞게 배치했고, 팬트리와 수납공간 등 실용성을 고려한 설계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AI 스마트홈 역시 일상 편의를 높이는 요소로 자연스럽게 녹아 있었다.
서울 서초구 방배5구역을 재건축한 디에이치 방배는 지하 4층~지상 33층, 29개 동, 총 3064가구 규모로 조성되는 현대건설의 하이엔드 단지다. 오는 9월 입주를 앞두고 있으며 현대건설의 주거 서비스 플랫폼인 ‘H컬처클럽’이 처음 적용된다.
세대 내부에서는 '왜 이렇게 설계했을까'라는 의문이 남았지만, 커뮤니티 공간을 둘러보면서 단지가 추구하는 방향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아트밸리부터 스카이라운지 ‘클라우드33’, 피트니스센터와 실내 수영장, 도서관까지 둘러보자 디에이치 방배가 내세운 하이엔드의 무게중심은 집 안보다 단지 전체의 생활 경험에 더 가까워 보였다.
◇ 긴 복도가 먼저 맞은 펜트하우스…84㎡도 ‘아담한’ 첫인상
프레스투어는 펜트하우스부터 시작됐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자 넓은 거실보다 긴 복도가 먼저 나타났다. 복도를 따라 여러 개의 방을 지나야 거실에 도착했고, 다시 안쪽으로 이동하자 별도의 넓은 공간이 이어졌다. 거실 중심으로 공간을 구성한 평면과는 달리 생활 영역을 구획별로 나눈 설계에 가까웠다.
펜트하우스에는 출입구가 두 곳 마련됐다. 현대건설은 가족 구성과 생활 방식에 따라 공간을 분리해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부모와 자녀 세대가 독립적인 동선을 사용하거나 한쪽을 업무·손님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구조다.
다만 복도와 방이 연속해서 배치된 만큼,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집 전체가 한눈에 펼쳐지는 개방적인 평면과는 결이 달랐다. 공간을 독립적으로 쓰려는 수요자에게는 장점이겠지만, 개방감을 중시한다면 호불호는 분명할 듯했다.
이어 둘러본 84㎡ 판상형에서도 비슷한 인상을 받았다. 현관을 지나 거실에 들어섰지만 첫 느낌은 ‘넓다’보다 ‘아담하다’에 가까웠다. 안방 역시 대형 침대를 배치하면 남는 공간이 넉넉해 보이지 않았다.
세대를 모두 둘러본 뒤에도 의문은 남았다. 왜 하이엔드 단지의 세대 내부가 예상보다 아담하게 느껴졌을까. 투어를 마친 뒤 현대건설 관계자에게 직접 이유를 물었다.
회사 측은 최근 주거 수요가 거실이나 침실의 크기만을 키우기보다 팬트리와 드레스룸 등 수납공간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84㎡ 세대에 설치된 붙박이장 등도 공간을 상대적으로 좁게 보이게 했다는 설명이다.
기자가 둘러본 펜트하우스는 조합원이 일부 발코니를 확장하지 않은 세대였다. 현대건설은 발코니 확장 여부와 옵션 선택에 따라 같은 평면이라도 실제 공간감에는 차이가 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기자가 느낀 공간감은 최근 수납 중심 설계와 공개 세대의 특성이 함께 반영된 결과로 이해됐다.
공간 설계 외에 눈길을 끈 것은 AI 스마트홈이었다. "오케이 셀리, 다녀올게"라는 음성 명령에 조명과 에어컨이 꺼지고 외출 모드가 실행됐다. "다녀왔어"라고 말하자 사전에 설정한 귀가 모드로 전환됐다.
음성만으로 조명과 냉난방은 물론 가스밸브 제어, 방문자 확인, 뉴스와 날씨 안내까지 가능했다. 각 방에서도 개별 제어가 가능하며 현대건설은 이 기능을 전 세대 기본 사양으로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 아트밸리 들어서자 달라진 분위기…시원한 조망 ‘클라우드33’
세대를 나와 커뮤니티 공간으로 이동하자 단지의 분위기는 확연히 달라졌다.
가장 먼저 찾은 아트밸리에서는 세대 내부에서 느꼈던 기능성과는 다른 여유가 먼저 다가왔다. 통창 너머로 들어오는 자연광과 조경, 박선기 작가의 작품이 어우러지며 실내외 경계를 자연스럽게 연결했다.
미술관처럼 작품을 감상하는 공간이라기보다 호텔 라운지처럼 잠시 머물며 쉬어가는 공간에 가까웠다. 곳곳에 놓인 좌석도 작품을 바라보기보다 차를 마시거나 대화를 나누며 시간을 보내도록 꾸며진 모습이었다.
이어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동한 스카이라운지 ‘클라우드33’에서는 이름 그대로 조망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비가 내리는 오전이어서 시야가 완전히 맑지는 않았지만, 넓은 통창 너머로 방배 일대와 서울 도심 풍경이 펼쳐졌다.
특히 라운지뿐 아니라 일부 공용공간까지 조망을 적극 활용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현장 안내를 맡은 관계자가 직접 둘러보길 추천한 여성 화장실 역시 통창 너머로 방배 일대가 시원하게 펼쳐져 있었다.
피트니스센터는 기구 사이 간격과 동선을 여유롭게 확보한 점이 눈에 띄었다. 실내 수영장 역시 높은 층고와 간접조명, 벽면 마감을 통해 일반적인 아파트 부대시설보다는 호텔 수영장과 비슷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투어의 마지막은 도서관이었다. 높은 서가와 곡선형 천장, 곳곳에 배치된 라운지형 좌석이 일반 독서실과는 다른 인상을 줬다. 책을 읽고 바로 자리를 떠나는 곳이라기보다 머물며 휴식하는 북카페에 가까웠다.
현대건설은 이들 커뮤니티 공간을 'H컬처클럽'을 통해 운영할 계획이다. 입주민 대상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커뮤니티와 연계하는 주거 서비스 플랫폼이다.
현대백화점 문화센터와 연계한 강좌, 영화 상영, 북콘서트, 도슨트 프로그램 등을 준비 중이다. 이날 투어에서는 시설을 둘러보고 향후 운영 계획을 소개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 집 안의 기능, 집 밖의 여유…단지 전체로 넓어진 하이엔드
투어를 마치고 나니 처음 품었던 의문이 조금은 풀렸다.
세대 내부에서는 압도적인 공간감보다 기능성과 독립성이 먼저 보였다. 방과 거실만 키우기보다 팬트리와 수납공간을 마련하고, AI 스마트홈을 통해 일상의 편의성을 높이는 데 무게를 둔 모습이었다.
반면 공용공간에서는 면적을 과감하게 사용했다. 아트밸리부터 클라우드33, 피트니스센터와 실내 수영장, 도서관으로 이어지는 동선은 시설의 숫자를 보여주기보다 입주민이 단지 안에서 어떻게 시간을 보낼지를 보여주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다만 공간이 넉넉하고 시설이 화려하다고 해서 곧바로 입주민의 만족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H컬처클럽이 제시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입주 이후에도 꾸준히 운영되는지, 이용료와 예약 경쟁, 시설 관리 등이 어떻게 이뤄지는지는 실제 입주가 시작된 뒤 확인해야 할 부분이다. 화려한 커뮤니티를 지속 가능한 생활 서비스로 만드는 것은 건축의 영역을 넘어 운영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투어를 시작할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생각보다 아담하다"였다. 하지만 단지를 한 바퀴 돌고 난 뒤 가장 오래 기억에 남은 것은 집의 크기가 아니었다. 아트밸리와 클라우드33, 수영장과 도서관으로 이어진 공간들은 현대건설이 하이엔드를 어디에서 완성하려 했는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디에이치 방배가 보여준 하이엔드는 더 큰 집이 아니라, 단지 안에서의 생활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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