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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8.12 (수)

공정위, 산란계협회 계란 산지가격 고시 '담합' 판단한 까닭은?

공정위 "산란계협회가 고시한 계란 산지가격, 향후 유통상인으로부터 받아야 할 '희망가격'" 지적

 

(조세금융신문=김필주 기자) 최근 공정위로부터 적발된 대한산란계협회(산란계협회)의 계란 가격 담합 의혹은 ‘제공된 가격 정보의 성격’이 과거 대한양계협회(양계협회) 사례와 달리 위법성이 인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지난 5월 공정거래위원회는 대한산란계협회가 협회에 소속된 계란 생산·판매업체와 유통업체간 산지 거래에서 받는 기준가격을 결정·통지한 행위를 담합 행위로 규정하고 과징금 5억9400만원을 부과한 바 있다.

 

이에 반해 공정위는 지난 2019년 대한양계협회의 산지가격 고시 행위는 무혐의로 판단했다.

 

13일 공정위가 공개한 ‘대한산란계협회의 사업자단체금지행위 건’에 대한 최종 의결서에 따르면 산란계협회는 계란 유통 시장의 특수성과 농가 보호 목적 등을 고려해 직접 권역별 계란 산지가격(농가가 유통상인에게 파는 가격)을 결정·통지했다.

 

즉 산란계협회는 ▲매일 대량 생산되지만 유통기한이 짧고 깨지기 쉬워 일반 농수산물처럼 경매를 통한 명확한 시장 가격을 형성하기 어려운 점 ▲전국에 흩어진 개별 농가의 경우 정보가 부족해 유통상인과 거래시 참고할 만한 명확한 기준가격이 없는 점 ▲특히 수도권에서는 유통상인이 계란을 먼저 가져간 뒤 4~6주 뒤 흠집(파각란) 등을 이유로 가격을 깎아서 대금을 치르는 ‘후장기 할인’ 관행이 존재하는 점 등을 고려해 협회 소속 농가들이 유통상인과의 협상에서 손해 보지 않도록 돕는다는 명분으로 계란 산지가격을 고시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계란 산지가격을 고시한 산란계협회의 행위가 시장 내 공정경쟁과 소비자 후생(Consumer Welfare, 소비자가 재화·서비스 소비 후 얻는 만족감 및 경제적 이득)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이중 산란계협회가 고시한 계란 산지가격이 실제 시장에서 거래된 과거의 평균 실거래가격이 아닌 농가들의 재고·수요를 파악한 뒤 향후 유통상인으로부터 받아야 할 ‘목표가격(희망가격)’인 점에 주목했다.

 

공정위는 의결서를 통해 “산란계 농가는 전국에 분산돼 있고 특정 소수 농가에게 생산이 집중된 것이 아니라 다수의 농가가 생산에 참여하고 있다. 또 계란은 특성상 품질 차이가 크지 않아 특정 농가의 계란에 의존하는 정도가 낮고 특정 농가의 계란만을 구매해야 할 이유가 적다”며 “따라서 농가들이 생산한 계란 사이에 대체가 용이하며 계란은 매일 지속 생산되는 축산물로서 저장 기간이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같은 특성 때문에 개별 농가는 원칙적으로 유통상인과 독자적으로 출하가격을 협상하거나 생산 후 신속한 판매를 위해 경쟁을 할 유인이 존재한다”면서 “그러므로 국내 산지 계란 판매시장은 경쟁이 작동하는 시장으로서 산란계협회 소속 농가는 시장의 수요 정도, 자신의 재고 상황 등 여러 여건을 감안해 자신이 생산·판매하는 제품(계란)의 가격을 자율 책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꼬집었다.

 

이와함께 공정위는 산란계협회의 계란 산지가격 고시로 인해 시장 경쟁이 원천 차단됐다고 판단했다.

 

계란 농가들은 각자 재고 상황이나 경영 여건에 맞춰 스스로 가격을 결정하고 경쟁해야 하는 독립된 사업자이지만 산란계협회가 기준가격을 정해주면서 농가들 사이의 자율적인 가격 경쟁이 사라지게 됐다는 것이다.

 

계란 산지가격 고시 과정에서 산란계협회의 조직적이고 반복적인 행위도 문제가 됐다. 산란계협회는 산하에 5명의 지역별 특별위원장을 두고 매주 수요일마다 문자·팩스·홈페이지 등을 통해 변동된 산지가격을 전국 농가에 조직적이고 규칙적으로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위는 이러한 산란계협회의 통제 행위가 공급 증가로 가격이 떨어져야 할 시기에도 가격 하락을 막거나 그 하락 폭을 줄이는 결과를 낳았다고 분석했다. 또 이는 결국 도매가격과 최종 소비자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국민들의 밥상 물가 부담을 키웠다고 결론냈다.

 

◇ 2019년 양계협회 계란 산지가격 고시 행위 ‘담합’ 아닌 이유는?

 

공정위는 2019년 양계협회의 계란 산지가격 고시 행위가 ‘담합’이 아니라고 판단한 바 있다.

 

이는 공정위가 공급이 비탄력적이고 집중도가 낮은 계란 시장 특성을 바탕으로 양계협회가 고시한 산지가격 정보가 ‘장래행위에 대한 불확실성을 제거할 수 있는 전략적 정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또한 당시에는 후장기 할인 관행의 영향이 커서 농가의 수취가격이 출하시점이 아닌 출하 후 다음 달 시세를 기준으로 사후에 결정됐다. 이에 공정위는 양계협회가 발표한 산지가격 정보의 경우 농가의 수취 가격을 평균한 가격정보로서 과거 거래의 실거래가격을 평균 내 가공한 통계정보라고 판단했다.

 

실제 양계협회는 2018년에도 후장기 할인 관행을 바로잡고자 실제 농가의 수취 가격을 조사해 평균가격을 발표하겠다고 공지한 바 있다.

 

공정위측은 “산란계협회는 양계협회처럼 농가들의 실거래가격을 조사하고 이를 평균 내 발표한 것이 아니고 농가들의 계란 재고량, 수요 정도 등을 조사한 뒤 이를 감안해 앞으로 ‘받고자 하는 희망가격, 적정 기준가격’을 결정한 것”이라며 “산란계협회는 ‘설립 이전 기간(2019년∼2022년)’에 대한 공식적인 계란 산지 고시가격 대비 농가 실거래가격 관련 자료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 여기에 협회 설립 이후에도 계란의 지역별 농가 실거래가격에 대한 공식적인 조사·집계 체계를 운영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 농식품부, 산란계협회 대상 15일 청문 절차 진행

 

한편 농림축산식품부(농식품부)는 관련 법령에 따라 산란계협회의 비영리법인 설립 허가 취소 여부를 검토하기 위한 행정절차에 착수한 상황이다.

 

농식품부는 공정위 처분뿐 아니라 법인의 설립허가 조건 이행 여부 등 관련 법령과 사실관계를 종합 검토해 설립허가 취소 여부를 판단한다는 방침이다.

 

업계에 의하면 산란계협회는 대형 법무법인을 선임해 법적대응에 나설 것으로 전해졌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조세금융신문’과의 통화에서 “오는 15일 오후 2시 청문회를 열고 비영리법인 허가 취소 처분에 앞서 공정위가 지적한 담합 건과 비영리법인 설립 허가 조건 위반 건 등에 대해 산란계협회로부터 의견을 청취할 예정”이라며 “당초 산란계협회 설립 당시 농식품부는 산지가격을 고시하지 말라는 부가 조건을 내걸고 협회 설립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란계협회는 지속적으로 산지가격을 고시했고 이후 공정위 조사를 통해 담합행위가 적발됐다. 이같은 행위로 인해 소비자들은 비싼 가격에 계란을 구매하면서 피해를 입게 됐다”며 “결국 민법 제38조 및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산란계협회를 상대로 비영리법인 허가 취소 절차를 진행하게 됐고 처분에 앞서 청문을 통해 산란계협회의 의견을 듣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이 관계자는 “산란계협회는 청문이 아닌 비영리법인 허가 취소 이후에나 법적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면서 “산란계협회가 행정소송을 제기한다면 농식품부 역시 대응에 나설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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