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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8.15 (토)

[전문가 칼럼] 해외직구 시대, 소액 면세의 재설계가 시작됐다

- 미국·EU의 변화가 던지는 한국의 과제

(조세금융신문=고태진 관세사·경영학 박사) 국경 간 전자상거래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소액 면세제도(De Minimis)는 전 세계적으로 다시 논쟁의 중심에 서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저렴하고 편리한 해외직구를 가능하게 한 제도였지만, 정부와 산업계의 시각은 다르다. 초저가 플랫폼의 성장과 소포 물량 증가는 세수 확보, 국내 소상공인과의 과세 형평성, 위해물품 관리라는 새로운 과제를 동시에 던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연합을 비롯한 주요국은 더 이상 소액 면세를 단순한 소비자 편의 장치로 바라보지 않는다. 논쟁의 초점은 이제 "면세를 유지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로 이동하고 있다.

 

◇ 유럽은 세금을 걷으려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를 모으고 있다

 

유럽연합은 기존의 150유로 미만 수입품 관세 면제 체계를 폐지하고, 2026년 7월 1일부터 역외 저가 수입품에 대해 임시로 3유로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합의했다. 다만 이 조치는 소포 1건당 일괄적으로 적용되는 방식이 아니다. 품목분류 또는 신고 라인 단위로 부과되기 때문에 하나의 소포 안에 서로 다른 세번의 상품이 여러 개 포함되어 있다면 각각 별도로 적용될 수 있다.

 

표면적으로는 증세 정책처럼 보이지만, 유럽연합이 진정으로 겨냥하는 대상은 세수보다 데이터에 가깝다. 이번 조치는 2028년 전후 본격 가동이 예상되는 EU 관세 데이터 허브 구축 이전까지 운영되는 과도기적 장치의 성격이 강하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세관이 해외 플랫폼에서 발송되는 소포의 신고가격과 실제 거래가격을 사후적으로 확인해야 했다. 그러나 플랫폼 거래 데이터가 연계되면 주문 단계에서 상품 가격, 판매자 정보, 거래 내역을 확인할 수 있어 저가 신고나 위해물품 반입을 보다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결국 유럽이 추진하는 변화의 핵심은 세율 인상이 아니라 거래 정보의 실시간 확보와 플랫폼 중심의 신고 체계 구축이다. 앞으로 유럽의 통관 경쟁력은 관세율보다 거래 데이터를 얼마나 정확하게 확보하고 활용하는지에 의해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 세계에서 가장 관대한 미국도 방향을 바꿨다

 

미국은 800달러 이하 수입품에 적용되던 de minimis 제도를 2025년 8월 29일부터 종료했다. 오랫동안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관대한 소액 면세 시장으로 평가받아 왔지만, 폭증하는 소포 물량과 우회 수입, 위해물품 관리 문제는 기존 방식으로는 제도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문제를 드러냈다. 그동안 면세로 미국 소비자에게 직배송되던 저가 수입품은 이제 관세와 통관 절차를 거쳐야 한다. 미국 시장의 경쟁 규칙이 '면세 직배송'에서 '과세 통관'으로 바뀐 것이다.

 

물론 여행자 휴대품이나 일부 선물성 물품에는 제한적인 예외가 남아 있다. 그러나 미국의 정책 중심은 면세 확대에서 통관 관리 강화로 이동했다.

 

이 변화는 중국계 초저가 플랫폼뿐 아니라 미국 시장을 대상으로 소액 직배송 모델에 의존해 온 글로벌 이커머스 기업 전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제는 단순한 판매가격보다 관세와 통관비용, 물류비, 배송 리드타임을 포함한 공급망 전체의 효율성이 기업 경쟁력을 좌우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세계 최대 소비시장이자 가장 개방적인 면세 국가였던 미국마저 제도 축소를 선택했다는 점은 상징적이다. 소액 면세는 이제 전자상거래 성장을 뒷받침하는 무조건적인 특혜가 아니라, 관리와 통제가 필요한 정책 수단으로 전환되고 있다.

 

◇ 한국은 아직 면세 한도보다 관리 체계가 먼저다

 

한국의 소액 수입 면세제도는 자가사용 목적의 150달러 이하 물품을 기준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미국발 목록통관 물품 일부에는 200달러 기준이 적용되고 있다.

 

다만 해외직구에서 "150달러 이하이면 세금이 없다"는 생각은 실제 통관 구조와는 차이가 있다. 면세 여부는 구매 금액뿐 아니라 자가사용 여부, 거래 형태, 통관 요건 등을 함께 고려한다. 예를 들어 반복 구매나 판매 목적의 반입으로 판단되면 면세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 해외직구 면세제도는 가격 기준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거래 목적과 반입 형태까지 함께 살피는 제도다.

 

정부 역시 면세 한도를 급격히 조정하는 문제에는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대신 개인정보 도용과 저가 신고, 우회 수입 문제를 줄이기 위한 관리 체계 강화에는 속도를 내고 있다.

 

개인통관고유부호의 유효기간 도입과 정기 갱신 의무화, 전자상거래 전용 수입통관 플랫폼 구축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현재 한국의 정책 방향은 전면적인 과세 확대보다는 거래 정보를 보다 정확하게 확보하고 검증하는 데 무게가 실려 있다고 볼 수 있다.

 

◇ 문제는 150달러가 아니라 플랫폼이다

 

소액 면세를 둘러싼 논쟁은 단순히 소비자 편익과 과세 강화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는 문제가 아니다.

 

국내 소상공인과 해외직구 간의 과세 형평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폭증하는 소포 물량을 통관 행정이 감당할 수 있는지, 그리고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제품을 어떤 방식으로 걸러낼 것인지가 동시에 논의되어야 한다.

 

실제로 주요국의 정책 방향 역시 전면 폐지나 단순 차단이 아니다. 플랫폼의 책임을 강화하고 거래 데이터를 연동해 관리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수렴하고 있다.

 

과세를 강화하면 조세 형평성과 국내 산업 보호에는 도움이 되지만 소비자 가격 상승과 행정 비용 증가가 뒤따른다. 반대로 면세를 유지하면 소비자 후생은 커질 수 있지만 세수 누수와 위해물품 관리의 어려움은 커질 수밖에 없다.

 

소액면세 시대의 경쟁력은 낮은 세율보다 정확한 ‘데이터 관리’ 능력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세금을 어디에서 얼마나 걷을 것인가보다 중요한 것은 어떤 거래를 얼마나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가이다.

 

◇ 한국이 준비해야 할 다섯 가지

 

우선 검토해야 할 과제는 플랫폼 단계에서의 과세 체계 구축이다. 모든 소포를 통관 현장에서 개별 과세하는 방식은 물류 병목과 행정비용 증가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결제 단계에서 세금을 징수하고 통관 단계에서는 위험 화물을 선별하는 구조가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개인통관고유부호의 정기 갱신과 검증 강화 역시 명의 도용과 우회 수입을 줄이는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될 수 있다. 소비자의 불편이 일부 발생하더라도 제도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사회적 비용으로 볼 필요가 있다.

 

관세청이 추진 중인 전자상거래 전용 통관 플랫폼은 단순한 전산 사업이 아니다. 향후 한국형 디지털 세정 체계를 떠받치는 핵심 인프라가 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품목별 위험도를 반영한 차등 관리 체계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안전 문제가 우려되는 품목은 보다 엄격하게 관리하되, 생필품이나 소비재까지 동일한 규제를 적용하는 것은 오히려 소비자 부담만 키울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해외 사례를 그대로 모방하는 접근은 피해야 한다. 미국과 유럽의 정책 변화는 참고할 만한 사례이지만, 한국의 통관 구조와 시장 규모, 소비 환경에 맞는 점진적이고 현실적인 개편 방안을 설계해야 한다.

 

20세기 관세행정이 항만과 공항을 통과하는 컨테이너를 관리하는 일이었다면, 21세기 관세행정은 플랫폼 서버를 흐르는 데이터를 관리하는 일에 가까워지고 있다.

 

소액 면세제도의 미래는 더 이상 세관 창구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거래가 시작되는 플랫폼 단계에서 얼마나 정확하게 관리하느냐가 관건이다. 앞으로 관세의 새로운 전장은 세관 창구가 아니라 플랫폼이 될 것이다.

 

 

[프로필] 고태진 관세법인한림(인천) 대표관세사

• (현)경인여자대학교 국제통상학과 겸임교수

• (현)중소벤처기업부, 중기중앙회, 창진원, 경기TP, 인천TP 등 기관 전문위원

• (전)월드클래스 300, NCS워킹그룹 심의위원

• 고려대학교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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