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신경철 기자) 해외직구로 영양제를 살 때 ‘미화 150달러 이하, 총 6병 이내’면 자가사용 면세 범위로 알려져 있다. 한 인터넷 구매대행 사업자 역시 이 기준에 맞춰 건강기능식품을 들여왔다.
본인과 연인 양쪽 가족들이 먹을 목적이라며 관세를 면제받아 통관을 마쳤지만 세관의 판단은 달랐다. 신고서 한 장에 적힌 외형적인 숫자가 아니라, 그동안 들여온 ‘전체 구매 횟수’와 ‘누적 수량’을 문제 삼으며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사건은 한 사업자가 자신의 명의와 제3자 명의로 건강기능식품 등 208건을 수입하면서 시작됐다. 사업자는 각 물품을 자가사용 목적의 소액물품으로 감면 신청했고, 처음에는 신고가 수리돼 물품이 반출됐다.
하지만 세관이 2024년 4월 관세법 위반 혐의로 조사에 착수하면서 상황이 뒤집혔다. 세관은 이 물품들이 실제로는 국내 판매용임에도 자가사용 물품으로 감면받았다고 판단했다. 이후 2025년 2월 사업자를 검찰에 고발하고, 같은 해 7월 전체 208건 가운데 196건에 대해 관세 등을 부과했다. 사업자는 가족들이 직접 소비할 물품이었다며 즉각 반발했다.
관세법은 거주자가 받는 소액물품 중 물품 가격이 미화 150달러 이하면서 자가사용 물품으로 인정되는 경우 관세를 면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건강기능식품의 자가사용 통관 기준은 ‘총 6병 이하’다. 그렇다면 수입신고 때마다 수량과 가격 기준만 지키면, 횟수와 관계없이 모두 면세 대상이 될 수 있을까.
◆ 첫 번째 쟁점: 건별 6병 이하라면 모두 자가사용인가
세관은 소액물품 면세 여부를 수입신고 한 건씩 떼어 판단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자가사용 면세는 개인이 직접 사용할 물품을 전제로 하는 제도이므로, 건별 수량과 가격이 기준 안에 들어오더라도 전체 구매 횟수와 누적 수량, 실제 사용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사업자가 구매대행업을 운영하며 제3자 명의까지 동원해 반복적으로 수입한 점, 제품별 복용 방법 등을 고려할 때 물품 전부를 순수한 가족 소비용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반면 사업자는 법령상 수량과 가격 기준을 지켰다고 반박했다. 자신과 연인 명의로 본인 가족 6명과 연인 가족 4명 등 모두 10명이 복용할 건강기능식품을 구입했을 뿐, 제3자에게 판매하기 위해 들여온 물품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구매대행업을 운영한다는 이유만으로 개인 소비자로서 물품을 구입할 가능성까지 부정할 수 없다고도 주장했다.
사업자는 세관이 자택과 사업장을 압수수색하고도 판매대금 입금 내역 등 실제 판매를 증명할 객관적 자료를 찾지 못한 점도 내세웠다. 구매대행 고객에게 보낸 운송장 번호 안내 문자 역시 정상적인 업무 과정이었으나, 세관이 이를 판매 정황으로 오인했다는 것이다.
카카오톡 대화 내용도 다툼의 불씨가 됐다. 세관이 판매 정황으로 지목한 “팔아봐야겠네요”라는 메시지에 대해, 사업자는 해외 판매자와 단가를 협상하기 위해 사용한 표현에 불과하다고 해명했다. 대화에서 언급된 2026년 역시 해당 수입 건과 관계없는 가정적인 시점이므로, 장래의 발언과 실제 판매 행위를 구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 두 번째 쟁점: 형사판결 전 과세와 사전통지는 적법했나
사업자는 형사재판 결과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세관이 관세를 부과한 점도 문제 삼았다. 범칙조사는 행정기관의 조사일 뿐 개인의 유·무죄를 확정하는 절차가 아니므로, 법원 판결 전까지는 무죄추정의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는 논리다.
실제로 세관의 관세 부과일은 2025년 7월 1일이었으나,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된 1심 판결은 그보다 뒤인 7월 9일에 나왔다. 이미 자가사용으로 통관된 물품의 용도를 사후에 판매용으로 변경한 것은 새로운 과세 요건을 구성한 것임에도, 과세전통지를 제대로 받지 못해 구체적인 과세 근거조차 알기 어려웠다고 덧붙였다.
세관의 입장은 달랐다. 형사절차와 과세절차는 목적과 판단 기준이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형사재판에서 유죄가 확정돼야만 세액을 부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관세법상 세관장이 부족세액을 확인하면 형사재판과 별도로 이를 경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절차적 흠결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사업자가 2025년 2월 과세전통지서를 직접 수령한 뒤 과세전적부심사를 청구했고, 관세심사위원회에도 출석해 의견을 진술했다는 증빙 자료도 제시했다. 최종 납부고지서 역시 반송을 거쳐 정상적으로 송달됐고, 산출 근거도 상세히 기재돼 방어권 보장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 조세심판원 “건별 6병 이하만으로 자가사용 인정 어려워”
조세심판원은 세관의 처분이 정당하다고 보고 사업자의 심판청구를 기각했다. 수입신고 한 건당 건강기능식품이 6병 이하였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자가사용 목적이 입증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심판원은 쟁점 물품의 전체 구매 횟수와 수량, 제품별 복용법 등을 종합적으로 들여다봤다. 이러한 수입 규모와 형태를 고려하면, 물품 전부를 사업자와 가족들이 직접 소비하기 위해 들여왔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개별 수입 건이 형식적 기준을 통과했는지보다, 거래 전체에서 확인되는 실질적인 사용 목적이 면세를 가르는 핵심 잣대가 된 것이다.
형사판결 확정 전에는 과세할 수 없다는 주장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과세절차와 형사소송절차는 별개이므로 세관의 과세는 적법하며, 과세전적부심사 청구와 위원회 출석 등을 통해 사업자의 방어권이 충분히 보장됐다고 판단했다.
[참고 심판례: 2025관00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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