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안종명 기자) 정권에 따라 요동치던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과학기술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의 규제를 개편하는 법안이 마침내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국회는 23일 본회의를 열고 더불어민주당 조인철 의원(전부개정안)과 권향엽 의원(일부개정안)이 각각 대표 발의한 법안을 통합·조정, ‘과학기술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 등의 설립·운영 및 육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재석 195인 중 찬성 189인으로 최종 가결했다.
‘R&D 매몰비용 3,560억’ 전수조사에서 시작된 입법…“장기 기본계획으로 정책 일관성 확보”
이번 법 개정의 핵심 배경에는 지난 2024~2025년 단행된 일방적인 R&D 예산 삭감 파동과 그로 인한 연구 현장의 파행을 법적으로 방지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깔려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권향엽 의원실이 2025년 국정감사를 위해 R&D 사업을 수행하는 31개 전 부처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전수조사 자료에 따르면, R&D 예산 삭감으로 과제가 중단되며 발생한 매몰비용만 총 3,560억 4,100만원에 달했다.
부처별로는 중소벤처기업부가 705억 6,800만원으로 가장 피해가 크고, 방위사업청(691.9억원), 산업통상자원부(637.8억원), 과학기술정보통신부(614.7억원 ), 국토교통부(380.2억원) 순이었다.
조세금융신문과의 통화에서 권향엽 의원실 구승모 선임비서관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R&D 예산 삭감으로 인한 3,500억 원대의 매몰비용 문제를 지적하고 언론 보도를 이어가며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았다”며 “그동안 출연연들이 개별 계획 중심으로 운영을 해오다 보니 정권의 기조에 따라 예산이 흔들리는 문제가 나타났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구 비서관은 “R&D 정책이 국가 차원에서 일관되고 종합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5년마다 ‘기관 운영 및 연구 수행 지원에 관한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심의를 거쳐 확정하도록 법적 장치를 마련한 것이 이번 개정의 핵심 유의미한 성과”라고 강조했다.
권향엽 의원의 ‘기본계획·체계화’ 융합과 조인철 의원의 ‘연구기관 원장 재선임 절차' 폐지
이번에 통과된 대안은 권향엽 의원이 발의한 안정적 지원 체계안과 조인철 의원이 발의한 출연연 혁신안이 합쳐진 결과물이다.
권향엽 의원안에 따르면 과기정통부 장관이 5년마다 출연연 운영 및 연구지원 기본계획을 수립·이행하도록 의무화했다.
조인철 의원안은 그동안 유명무실하게 운영되며 오히려 선임 과정에서 잡음을 낳았던 '연구기관 원장 재선임 절차'를 법률상 전면 폐지하고, 임기 만료 3개월 전 후임 절차에 착수하도록 개정해 경영 공백을 최소화해 5개년 기본계획 수립과 함께 원장 선임 절차를 개선했다.
어떤 기업·연구 분야가 직접적 수혜를 받게 되나?
이번 법 개정과 5개년 기본계획 도입으로, 과거 예산 삭감의 직격탄을 맞았던 첨단 중소·벤처기업, 기술자립(소부장) 기업, 그리고 출연연 기반 딥테크 창업기업들이 실질적이고 안정적인 혜택을 누리게 될 전망이다.
과거 삭감 대상에 올랐던 '차세대 반도체 고급 패키징 공정용 결함 검출 및 높이 측정 복합장비 개발' 등 첨단 반도체 공정·검사 장비 제조기업들이 출연연과의 공동 R&D 재개 및 안정적 지원을 받게 된다.
또한 '초고순도 불산의 순수 국산 양산화 기술 개발' 등 기술 자립 및 공급망 안정을 위해 국산화 과제를 수행하던 소부장 기업들이 정권 교체나 정치 논리에 흔들리지 않는 중장기 R&D 예산을 지원받게 된다.
'선박용 배출가스 저감을 위한 무시동 저속 추진 하이브리드 발전 시스템 개발' 등 탄소중립과 친환경 선박 기술을 개발하는 조선·해양 기자재 기업들의 상용화 R&D가 속도를 낼 예정이다.
과기정통부 삭감 과제의 77.9%를 차지했던 '4세대 유전자 교정기술', '차세대 이차전지 급속 충전 기술' 등 게임체인저급 기초연구 분야가 안정성을 확보함에 따라, 연구실을 이탈하던 2030 신진 연구자들의 고용 안정 및 연구 기반이 복원된다.
연구자의 지분 보유 허용 특례와 창업기업 대상 전용실시권 부여 제도가 신설됨에 따라, 출연연 우수 기술을 이전받아 창업하는 딥테크 스타트업들이 초기 기술 독점권과 안정적 투자를 발판 삼아 대거 양성될 것으로 기대된다.
기술패권 전쟁 속 출연연 혁신 거점 도약 기대
개정 법률은 공포 즉시 시행되며, 핵심인 ‘5개년 기본계획 수립’ 규정은 공포 후 6개월이 경과한 날부터 본격 시행된다.
권향엽 의원은 “정부출연연구기관은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의 최전선이자 국가 과학기술의 핵심 인프라”라며 “다시는 일방적인 R&D 예산 삭감의 횡포로 중소기업과 연구 현장이 흔들리지 않도록 5개년 기본계획을 중심으로 일관성 있게 R&D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과학기술계 및 산업계 역시 규제 완화와 안정적 연구 기반 마련에 환영의 뜻을 표하고 있으며, 이번 법 개정을 계기로 출연연이 AI, 반도체, 양자 등 국가 전략기술 개발과 기술주권 확보를 주도하는 혁신 거점으로 재도약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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