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두천 28.6℃맑음
  • 강릉 21.7℃흐림
  • 서울 29.3℃맑음
  • 대전 29.0℃맑음
  • 대구 27.3℃흐림
  • 울산 24.8℃흐림
  • 광주 29.5℃맑음
  • 부산 31.6℃구름많음
  • 고창 27.2℃맑음
  • 제주 27.7℃맑음
  • 강화 27.5℃맑음
  • 보은 26.3℃구름많음
  • 금산 28.8℃구름많음
  • 강진군 29.8℃맑음
  • 경주시 25.1℃흐림
  • 거제 27.6℃구름많음
기상청 제공

2026.08.12 (수)

[박규훈 변호사의 택스 뷰] 다국적 기업에 세금 물리기

디지털 경제와 ‘고정사업장’과세원칙의 균열

(조세금융신문=박규훈 변호사)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월 소셜미디어에 자국의 빅테크 기업에 디지털세(Digital Services Tax)를 부과하는 나라가 미국으로 수출하는 모든 상품에 대해 10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하였다.

 

이에 대하여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만일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을 상대로 관세를 물릴 경우, 스스로의 권리와 규제의 자율성을 수호하기 위해 신속하고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고정사업장’의 세계사

 

도대체 디지털세가 무엇이기에 미국과 유럽연합 사이에 통상분쟁으로까지 치닫고 있는 것일까? 이 문제를 이해하려면, 지난 글에서 살펴본 ‘고정사업장’ 개념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OECD의 모델조세조약에서는 ‘고정사업장’을 “기업의 사업이 전적으로 혹은 부분적으로 수행되는 고정된 사업장소”로 정의한다(제5조 제1항).

 

이 때문에 외국법인이 원천지국 내에 지점, 사무소, 공장 등과 같은 물리적 거점을 두지 않으면, 원천지국은 외국법인이 얻은 소득에 대해 과세권을 행사할 수 없다.

 

국제조세에서 ‘고정사업장’ 원칙을 통해 원천지국과 거주지국 사이에 과세권을 배분한다는 관념은 1899년 프로이센이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과 맺은 이중과세방지조약에서 처음 등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대공황 이전까지 국제무역이 활발해졌지만 각국의 이중과세가 발목을 잡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국제연맹(League of Nations)은 1928년 모델조세조약 초안에서 ‘고정사업장’ 원칙을 채택하면서, 현재의 국제조세의 얼개가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다.

 

디지털 경제와 전통적인 ‘고정사업장’ 개념의 한계

 

디지털 경제가 2000년대부터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고정사업장’ 원칙은 더 이상 공평한 과세권 배분원칙으로서 작동하지 않았다.

 

구글, 애플, 메타, 넷플릭스 등의 다국적 기업을 떠올려 보자. 구글의 경우 현지에 서버를 두지 않고도 검색엔진과 유튜브를 통해 거액의 광고 수입을 올리는가 하면, 넷플릭스는 극장 없이도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스트리밍해 전 세계에서 구독료를 모은다.

 

분명 원천지국에서 사업소득이 발생하였지만, 물리적 거점이 없으니 원천지국으로서는 전통적인 ‘고정사업장’ 원칙 아래에서 딱히 과세할 방법이 없었다.

 

물론 우리나라는 물론 프랑스, 이탈리아 등 일부 유럽 국가들이 미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고정사업장’ 과세를 시도하였지만, 법리적으로 넘어야 할 산이 많았다.

 

이에 더해 구글 등은 특히 유럽에서 벌어들인 소득을 네덜란드, 아일랜드, 버뮤다 등에 세운 자회사로 이전하는, 이른바 ‘더블 아이리시 더치 샌드위치(Double Irish Dutch Sandwich)’ 전략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조세를 회피하였다.

 

디지털 전환에 실패하여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이 역내에서 세금 한 푼 없이 막대한 수익을 올리는 것을 눈뜨고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유럽연합의 불만은 점차 쌓여갔다.

 

‘BEPS프로젝트’와 ‘BEPS 방지 다자협약’의 성립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다국적 기업들의 조세회피가 점차 공론화되기 시작하였다. 대표적으로 2012년 영국 하원의 청문회에서 스타벅스가 영국에서 14년간 30억 파운드의 매출을 올리고도 법인세를 사실상 거의 납부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폭로되었다. 

 

구글, 애플, 아마존 등의 조세회피 전략도 줄줄이 대중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문제는 단순히 각국의 세법을 고친다고 막을 수는 없었고, 국제조세규범 자체를 새로 써야 하는 수준의 것이었다.

 

G20 정상회의는 2012년 OECD에 대응책 마련을 요구하였고, OECD는 이듬해 7월 15개의 과제로 구성된 이른바 ‘BEPS(Base Erosion and Profit Shifting) 프로젝트’를 발표하였다. 여기에는 디지털 경제 하에서의 과세 문제(Action 1), 고정사업장 지위의 인위적 회피 방지(Action 7) 등이 포함되었다.

 

OECD가 2015년 10월 내놓은 BEPS 프로젝트의 최종 보고서에 따라, 2016년 11월 이른바 ‘BEPS 방지 다자협약(Multilateral Convention to Implement Tax Treaty Related Measures to Prevent Base Erosion and Profit Shifting)’이 채택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2019년 12월 국회 비준을 거쳐 2020년 9월 발효되었다.

 

유럽 각국의 ‘디지털세’ 도입

 

‘BEPS 방지 다자협약’은 고정사업장 지위의 회피 방지 등에 관해서는 어느 정도 성과를 냈지만, 정작 BEPS 프로젝트가 시작한 계기였던 디지털 경제 하에서의 과세 문제에 관해서는 해답을 내놓지 못하였다. 물리적 거점의 존재를 전제로 한 ‘고정사업장’ 개념 자체를 흔들지는 못하였기 때문이다.

 

그 공백을 국내 세법으로 메우기 위한 시도가 바로 언론에서 ‘구글세’라고도 부르는 ‘디지털세’이다. 대표적으로 프랑스가 2019년 빅테크 기업이 자국 내에서 디지털 서비스를 제공하고 얻은 매출에 3%의 세금을 매기기로 하면서, 이탈리아, 스페인, 영국, 오스트리아 등이 뒤따랐다.

 

‘디지털세’는 외국 법인이 자국에서 거둔 ‘소득’이 아니라 ‘매출’의 일정 부분에 대해 과세함으로써 ‘고정사업장’의 존재를 전제하는 조세조약의 적용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 것이다.

 

유럽의 이러한 조치는 구글, 애플, 메타, 아마존, 넷플릭스 등을 겨냥한 것이다보니 필연적으로 미국의 반발을 부를 수밖에 없었고, 현재 유럽연합과 미국 사이의 무역갈등으로까지 비화된 것이다.

 

필라 1 및 필라 2에 대한 합의

 

한편 ‘BEPS 방지 다자협약’의 한계를 다시 다자협약의 틀로 극복하려는 시도가 2019년부터 시작된, 이른바 ‘BEPS 프로젝트 2.0’이다. 140여 개국은 2021년 10월 그 결과물인 이른바 ‘필라 1(Pillar 1)’과 ‘필라 2(Pillar 2)’에 대해서 합의하였는데, 전자는 고정사업장 유무와 관계없이 매출이 발생한 시장소재지국에 초과이익 일부에 대한 과세권을 배분하는 것이고, 후자는 언론에서 자주 언급되는 ‘글로벌 최저한세’를 말한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2025년 1월 취임하자마자 위와 같은 글로벌 조세 합의의 효력을 부인하였고, 이에 따라 유럽 각국의 디지털세 폐지도 명분을 잃게 되었는데, 이에 관해서는 다음 글에서 자세하게 살펴보도록 한다.

 

[프로필] 박규훈 법무법인 광화문 변호사

• 서울대 경제학부 졸업(법학 부전공)

• Kyushu University LL.M

• 현) 법무법인 광화문 파트너 변호사
• 현) 광운대학교 법학부 겸임교수 (세법)
• 현) 국세청 법률고문, 한국세법학회 이사
• 현) 한국지방세연구원 자문위원
• 전) 한국국제조세협회 이사, 국세청 행정사무관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