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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8.12 (수)

[설미현의 세무 인사이트] 세무 분야에서 적법절차는 어디까지 보장되는가

 

(조세금융신문=설미현 변호사) 기업들을 자문하다 보면 종종 이런 이야기를 듣는다.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해도 결국 세금을 내야 하는 사안이라면 의미가 없지 않습니까.“

 

그러나 우리 법원이 적법절차 원칙을 바라보는 시각은 다르다. 헌법상 적법절차 원칙은 형사절차에만 적용되는 원칙이 아니라 국가가 국민에게 공권력을 행사하는 전 영역에서 요구되는 기본 원리이며, 세무행정 역시 예외가 아니다.

 

세무조사에서 발전한 절차보호 법리

 

대법원 역시 적법절차 원칙이 과세권 행사 과정에서도 준수되어야 함을 반복하여 확인해 왔다.

 

실제로 세무조사 분야에서 적법절차는 더 이상 형식적인 요건에 머물지 않는다. 대법원은 세무조사 대상 선정에 법적 근거가 없는 경우 그 조사 결과에 기초한 과세처분의 위법성을 인정하였고, 중복조사 금지 원칙 역시 실질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특히 중복조사에 관한 판례는 재조사를 통해 확보한 자료가 실제 처분의 직접적인 근거가 되었는지 여부까지 따질 필요는 없다고 보면서 절차적 통제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사전적 권리구제 절차 역시 마찬가지다. 과세전적부심사는 납세자가 과세 전에 의견을 제출하고 과세관청의 판단을 다시 검토받을 수 있도록 보장하는 제도이다.

 

법원은 정당한 사유 없이 이러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이루어진 과세에 대하여 단순한 흠결이 아니라 중대한 절차적 하자로 평가한 바 있다.

 

이러한 판례들의 공통점은 분명하다. 적법절차는 과세의 실체적 정당성을 보조하는 장치가 아니라 그 자체로 보호되어야 할 권리라는 점이다. 세금을 부과할 근거가 존재하는지 여부와 별개로, 그 과정에서 납세자에게 충분한 방어기회가 보장되었는지가 독립적인 판단 대상이 된 것이다.

 

관세조사에서는 어떻게 평가되고 있는가

 

한편 시야를 관세조사 영역으로 넓혀 보면 다소 다른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관세법 역시 조사권 남용 금지, 사전통지, 결과통지, 과세전적부심사 등 다양한 절차적 장치를 두고 있다. 제도만 놓고 보면 납세자 권리보호를 위한 장치는 상당 부분 갖추어져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다만 현재까지의 판례 흐름은 세무조사 분야와 완전히 같다고 보기 어렵다. 최근 대법원은 관세조사 과정에서 절차상 문제가 있었다고 보면서도 그 사정만으로 과세처분 자체가 곧바로 위법하게 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이는 절차위반이 존재한다는 사실과 과세처분의 효력을 부정하는 문제를 구별하여 접근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관세조사 분야에도 필요한 논의

 

물론 세무조사와 관세조사는 법적 구조와 제도의 연혁이 다르므로 모든 법리를 동일하게 적용할 수는 없다. 그러나 두 제도 모두 결국 국가가 납세자에게 과세권을 행사하는 절차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진다.

 

특히 오늘날 관세조사는 국제거래, 공급망, 이전가격, 원산지 등 복잡한 쟁점을 다루면서 기업 활동에 미치는 영향이 점차 커지고 있다. 그만큼 조사 과정에서의 방어권 보장과 절차적 적법성에 대한 중요성 역시 커질 수밖에 없다.

 

세무조사 분야에서 지난 수십 년간 발전해 온 적법절차 법리는 단순히 납세자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가 아니다. 오히려 과세권 행사의 정당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라고 보는 편이 정확하다. 관세조사 역시 같은 방향으로 발전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 관세조사 분야에서도 절차위반이 납세자의 방어권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어떠한 경우 절차적 하자가 처분의 효력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는지에 관한 논의가 더욱 축적되기를 기대한다.

 

절차가 곧 과세행정의 정당성이다

 

결국 적법절차가 요구하는 것은 과세권의 약화가 아니다. 과세권이 정당하게 행사되었다는 점을 국가 스스로 설명할 수 있는 절차적 정당성의 확보다. 납세자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한 채 내려진 결론은 그 실체가 옳더라도 쉽게 신뢰를 얻기 어렵다.

 

적법절차는 실체과세의 부속물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적법절차는 형식이 아니라 과세행정의 정당성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적법절차는 과세의 결과를 좌우하는 부수적인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과세의 정당성이 형성되는 출발점이다. 세무조사 분야에서 축적된 논의가 관세조사 분야로도 확장될 때, 납세자 권리보호와 과세행정의 신뢰는 함께 강화될 수 있을 것이다.

 

[프로필] 설미현 (유)법무법인 린 파트너 변호사

· 서울대 경제학부 졸업

· 변호사시험(2회) 합격

· 국세청 개인납세국, 서울지방국세청 국제거래조사국 등 근무

· 2025년 3월 법무법인 린 파트너 변호사로 합류
 

 

[주요 저서 및 활동]

· 국제조세 분야 박사학위 
· 조세·국제조세 관련 신문 칼럼 및 전문지 기고 (한국경제, 조세금융신문 등)
· 국세청 과세사례, 조세심판원·행정법원 판례 분석
· 기업 경영자·전문가 대상 세무조사 대응, 불복 절차 강의
· 국제조세·디지털세·가상자산 과세 관련 학술 세미나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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