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신경철 기자) 인도에서 들여온 남성용 셔츠에는 상표가 부착돼 있었다. 수입업체는 판매협정과 주문확인서 등을 근거로 정품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상표권자는 해당 셔츠가 위조품이라는 감정결과서를 제출하면서도, 통관보류를 요청하거나 담보를 제공하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세관이 상표권 침해가 명백하다며 직권으로 통관을 막으면서 다툼이 불거졌다.
사건은 한 업체가 2025년 4월 4일 인도 소재 수출자로부터 셔츠 1,000점을 수입하면서 시작됐다. 세관은 물품을 관리대상화물로 선별해 현품검사를 실시했다. 세관은 신고가격이 현저히 낮고 QR코드로 정품 인증이 되지 않으며, 봉제라벨이 허술하고 색상이 다른 제품에 동일한 시리얼번호가 표시된 점 등을 확인했다.
세관은 같은 날 통관대리인인 '관세법인 우신'과 상표권자 대리인인 '김앤장 법률사무소'에 침해의심 사실을 통보했다. 업체는 4월 4일부터 7일까지 세 차례 소명자료를 제출했지만, 상표권자는 4월 9일 제품 사이즈가 자사 기록과 다르고 제품번호도 유효하지 않다며 위조품이라는 감정결과서를 냈다.
세관은 이를 종합해 4월 10일 직권으로 통관을 보류하고, 관세정보시스템을 통해 우신에 통관보류통지서를 전자송달했다. 업체는 5월 19일 이의신청을 거쳐 11월 3일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제기했다. 이와 별도로 세관은 같은 해 9월 11일 업체와 대표를 상표법 위반 혐의에 대해 기소·불구속 의견으로 인천지방검찰청에 송치했고, 인천지방법원은 2026년 4월 6일 업체와 대표에게 각각 벌금형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관세법 제235조는 권리자가 담보를 제공하고 통관보류를 요청하는 절차와 침해가 명백한 물품을 세관장이 직권으로 보류하는 절차를 두고 있다. 권리관계가 명확하지 않으면 권리자의 요청과 담보가 필요하지만, 침해가 명백하면 세관이 직접 통관을 막을 수 있다. 쟁점은 침해의심 통보 뒤 권리자의 공식 요청과 담보가 없었는데도 세관이 직권보류할 수 있는지였다.
◆ 첫 번째 쟁점: 권리자 요청 없이 통관보류 가능한가
업체는 침해의심 통보 절차가 시작된 이상 권리자의 요청과 담보 제공을 전제로 한 절차를 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리자가 아무런 요청을 하지 않았는데 세관이 직권보류로 전환한 것은 위법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업체가 담보를 제공해 통관을 요청하고, 필요할 경우 세관이 관계기관이나 전문가의 의견을 듣는 절차를 거칠 기회도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반면 세관은 두 절차의 법적 근거가 다르다고 반박했다. 처음에는 침해가 의심되는 단계였지만 업체의 소명자료와 상표권자의 감정결과까지 검토해 침해가 명백해졌다면, 관세법 제235조 제7항에 따라 언제든 직권보류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 두 번째 쟁점: 상표권 침해가 명백했나
업체는 인도 소재 공식 대리점과 수출자, 수입업체 사이의 판매협정과 주문확인서, 송금자료 등을 근거로 정품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존재하는 공식 대리점이 거래 구조에 포함된 만큼 상표권자 측 감정결과만으로 위조품이라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세관은 계약서에 상표 사용 권한에 관한 내용이 없고 물품의 주문·공급 내용만 담겨 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상표권자에게 확인한 결과, 해당 업체가 공식 대리점인 것은 맞지만 제3자와 계약할 권한이 없고 계약서에 서명한 사실도 없다는 회신을 받았다. 세관은 낮은 신고가격, QR 인증 실패, 동일한 시리얼번호, 제품 사이즈 불일치 등을 종합하면 위조품이 명백하다고 봤다.
◆ 세 번째 쟁점: 통보와 전자송달은 적법했나
업체는 4월 4일 침해의심 사실 통보와 4월 10일 통관보류 통지가 모두 회사가 아닌 관세법인 우신을 통해 이뤄진 점을 문제 삼았다. 회사가 소재불명이거나 수취를 거절한 사실이 없는데도 대리인에게 침해의심 사실을 통보했고, 최종 통관보류통지서도 회사에 직접 보내지 않았다는 것이다. 업체는 또 통보를 4월 4일 받았다고 가정하더라도 7일의 소명기간은 4월 11일까지인데 하루 앞서 통관을 보류했다고 주장했다.
세관은 해당 대리인이 수입신고를 담당했고 통지서에 신고번호·품명 등 필요한 사항이 적혀 있어 전자송달에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한 업체가 이미 세 차례나 자료를 냈고 이를 충분히 검토했으므로 소명기회도 보장됐다고 봤다.
◆ 조세심판원 “침해 명백…직권보류 정당”
조세심판원은 세관의 처분이 정당하다고 보고 업체의 심판청구를 기각했다. 심판원은 권리자의 요청에 따른 통관보류와 세관장의 직권보류는 서로 다른 법적 근거에 따른 절차라고 판단했다. 현품검사와 소명자료, 감정결과를 종합할 때 상표권 침해가 명백하므로 권리자의 요청이나 담보 없이 세관이 직권보류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통지 절차에도 문제가 없다고 봤다. 수입신고를 담당한 대리인에게 통지서를 전자송달한 데 절차상 하자가 없고, 업체가 제출한 자료를 세관이 실제로 검토한 만큼 소명기회가 부여됐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직권보류 사건은 수입자의 역담보 절차가 적용되는 경우가 아니므로 업체의 절차적 이익이 침해됐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참고 심판례: 2025관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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