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정기훈 서이한방병원 대표원장) 교통사고 환자들을 진료하다 보면 고개를 가로저으며 의아해하는 이들을 자주 만난다. “정작 목은 멀쩡한데, 어깨와 등줄기가 끊어질 것처럼 아픕니다.” 사뭇 억울해 보이기까지 한 이 토로는 교통사고 후유증 환자에게서 결코 낯선 풍경이 아니다.
흔히 대형 충돌이 남긴 상흔은 목에만 머무를 것이라 여긴다. 그러나 실제 임상에서는 목보다 어깨나 견갑골 주변의 극심한 통증을 호소하는 사례가 부지기수다. 단순한 근육통으로 치부하기 쉬운 이 증상이야말로 교통사고가 남긴 전형적인 덫, 바로 ‘편타성 손상(Whiplash Injury)’의 신호탄이다.
편타성 손상은 갑작스러운 충격으로 인해 머리와 목이 채찍처럼 앞뒤로 세차게 휘둘리면서 발생한다. 이 역동적인 타격은 경추(목뼈) 뿐 아니라 이를 지탱하는 인대와 근막, 미세 신경망까지 통째로 흔들어 놓는다. 의학적으로 목과 어깨는 하나의 생태계와 같다. 머리를 받치는 승모근, 견갑거근, 능형근 등의 근육은 목에서 시작해 어깨와 등까지 긴밀하게 뻗어 있다. 따라서 목이 입은 타격은 이 연결고리를 타고 내려와 어깨 주변 연부조직의 급성 염증과 극심한 근육 경직으로 나타난다.
사고 직후에는 체내에 솟구친 아드레날린과 긴장감 탓에 통증을 인지하지 못하다가 이틀 삼일이 지나 어깨가 무너져 내리는 듯한 통증을 느끼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밀 영상검사(X-ray, MRI)에서 ‘이상 없음’이라는 진단을 받고도 환자가 밤잠을 설치는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영상은 뼈의 정렬이나 디스크의 파열은 포착할 수 있다. 반면 촘촘한 근막과 인대에 새겨진 미세한 찢김과 염증까지는 온전히 담아내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의학에서는 이처럼 정형화된 수치로 포착되지 않는 통증의 실체를 ‘어혈(瘀血)’과 ‘기체(氣滯)’에서 찾는다. 예후 없이 들이닥친 강한 충격은 체내 기혈의 도도한 흐름을 일시에 막아버린다. 정체되어 굳어진 피인 어혈이 경락을 막으면 근육은 방어적으로 수축하고 기운이 뭉치면서 사방으로 통증을 퍼뜨린다. '통즉불통 불통즉통(通則不痛 不通則痛)'이다. 즉 통하면 아프지 않고 통하지 않으면 아프다는 의가(醫家)의 격언은 교통사고 후유증 치료의 본질을 꿰뚫는다. 막힌 흐름을 뚫어주지 않으면 어깨의 통증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결국 교통사고 후 발생한 어깨 통증은 어깨라는 국소 부위에만 갇혀서는 치료의 실마리를 찾기 어렵다. 경추의 미세한 뒤틀림과 주변 근육의 긴장도, 신경의 자극 여부를 총체적으로 조망하는 혜안이 필요하다. 양·한방 협진 치료가 빛을 발하는 지점도 바로 여기다. 영상 진단으로 구조적 골절이나 중증 신경 손상을 명확히 배제한 뒤 침과 약침으로 급성 염증을 가라앉히고, 추나요법을 통해 비뚤어진 척추 구조를 바로잡아 기혈의 순환을 촉진해야 한다.
통증은 때로 뼈아픈 기만술을 쓴다. 손상된 곳은 목인데 정작 비명은 어깨가 지르는 법이다. 당장 증상이 미미하다고 방치했다간 평생을 따라다니는 고질적인 만성 통증이 되기 십상이다. 교통사고 치료의 핵심은 외상(外傷)의 파편만을 쫓는 것이 아니다. 충격이 몸 전체에 아로새긴 보이지 않는 흔적을 찾아내고, 무너진 신체 균형을 통전적(通全的)으로 재건하는 데에 마땅히 집중해야 한다.

[프로필] 정기훈 서이한방병원 대표원장
•現) 대한고금의학회장
•前) 대전한의사회부회장
•前) 대전대 한의예과 학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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