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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9.15 (화)

[전문가 칼럼] 교통사고 후 어지럼증, 귀보다 목부터 봐야 하는 이유

(조세금융신문=정기훈 서이한방병원 대표원장) 교통사고 이후 원인 모를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환자가 많다. 대개 어지럼증이 발생하면 가장 먼저 귀의 전정기관 이상이나 이석증, 혹은 대뇌의 문제를 의심하곤 한다.

 

그러나 신경학적 검사나 이비인후과 진찰에서 아무런 이상이 발견되지 않음에도 증상이 지속된다면 관점을 바꿀 필요가 있다. 특히 사고 당시 목이 크게 흔들렸고 뒷목의 뻣뻣함과 통증이 동반되면 원인은 귀가 아닌 ‘경추(목뼈)’에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교통사고 시 가속과 감속의 충격으로 목이 채찍처럼 휘어지며 발생하는 ‘편타성 손상(Whiplash Injury)’은 경추 주변의 근육, 인대, 관절낭 등 연부조직에 미세한 손상을 입힌다. 문제는 미세 손상이 뼈의 골절이나 디스크 탈출을 잡는 일반 영상의학 검사에서는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이 손상들이 실제 임상에서는 지속적인 통증과 함께 극심한 어지럼증을 유발하는 방화쇠가 된다.

 

양의학적으로 목은 단순히 머리를 지탱하는 구조물이 아니다. 경추 주변 조직에는 우리 몸의 위치와 움직임, 균형 감각을 인지하여 뇌에 전달하는 ‘고유수용성 감각수용기’가 인체에서 가장 풍부하게 분포해 있다. 정상적인 신체는 이 경추의 감각 정보와 귀의 전정기관, 눈의 시각 정보를 통합하여 균형을 유지한다.

 

하지만 사고로 경추 주변 조직이 손상되어 비정상적인 신경 신호가 유입되면 뇌가 인지하는 균형 정보에 극심한 혼선이 발생한다. 몸은 가만히 있는데도 주변이 흔들리거나 어질어질한 느낌을 받는 ‘경추성 어지럼증(Cervicogenic Dizziness)’이 발생하는 기전이다.

 

한의학에서도 이러한 현상을 정밀하게 설명한다. 외상으로 인해 목 주변에 발생한 ‘어혈(瘀血)’은 순환 장애를 유발한다. 이로 인해 대사 노폐물인 ‘담음(痰飮)’이 쌓이면서 머리와 눈을 어지럽게 만든다고 본다.

 

특히 목은 독맥(督脈)과 담경(膽經) 등 뇌와 눈으로 이어지는 핵심 경락들이 지나는 통로다. 따라서 경추의 기능 이상으로 이 통로가 막히면 기혈 순환이 차단되면서 척추성 통증은 물론 극심한 현훈(어지럼증)으로 이어지게 된다.

 

결국 교통사고로 인한 어지럼증은 양·한방의 통합적 진단과 감별이 필수적이다. 만약 회전성 현기증이나 청력 저하, 이명이 뚜렷하다면 내이 질환을 의심해야 한다. 만약 갑작스러운 극심한 두통, 의식 저하, 사지 마비나 발음 장애 같은 적색 신호(Red Flags)가 동반된다면 중추신경계 이상을 배제하기 위한 신속한 의학적 평가를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

 

이러한 응급 질환들이 배제된 경추성 어지럼증에는 체계적인 한방 통합 치료가 매우 효과적이다. 침과 약침 치료는 손상된 경추 심부 근육의 염증과 긴장을 완화하여 고유수용성 감각기의 정상적인 신호 체계 회복을 돕는다. 또 추나요법을 통해 틀어진 경추의 구조를 바로잡아 관절의 압박을 해소하고 가동 범위를 넓혀준다. 맞춤 한약 처방으로 어혈과 담음을 제거해 뇌로 가는 기혈 순환을 근본적으로 개선한다.

 

교통사고 후유증으로서의 어지럼증은 단순히 귀나 머리의 문제로만 접근해서는 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치기 쉽다. 일상으로의 온전하고 안정적인 복귀를 위해서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경추 주변 연부조직의 기능 이상까지 면밀히 살피는 혜안이 필요하다.

 

 

[프로필] 정기훈 서이한방병원 대표원장

•現) 대한고금의학회장

•前) 대전한의사회부회장

•前) 대전대 한의예과 학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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