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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8.12 (수)

[이슈체크] 세제개편에도 고가주택 '관망'…관건은 매물 출회

국회 통과·세 부담 계산까지 시간…고가주택 보유자 매도보다 관망
전문가 "세제만으로 한계"…집주인 선택·매물 규모가 시장 변수

 

(조세금융신문=이정욱 기자) 정부가 부동산 세제개편안을 내놓으며 고가주택 시장에 다시 한 번 변화의 신호를 보냈다. 비거주 고가주택과 다주택자의 보유·양도 부담을 높여 시장에 매물을 유도하고, 실거주 중심의 과세체계로 전환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정부 기대와 다소 거리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고가주택 보유자들이 당장 매물을 내놓기보다 개편안의 국회 통과 여부와 실제 세 부담을 따져보며 대응 전략을 계산하는 분위기가 우세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세제개편의 성패는 세율 자체보다 실제 고가주택 매물이 얼마나 시장에 나오느냐가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 세금보다 먼저 계산하는 시장…왜 고가주택은 움직이지 않나

 

정부가 이번 세제개편을 통해 기대하는 효과는 비교적 분명하다. 비거주 고가주택의 보유 부담을 높여 매물을 유도하고, 실거주를 중심으로 주택을 보유하도록 세제 구조를 바꾸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책 방향과 시장의 움직임이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 세제개편이 발표됐다고 해서 곧바로 매물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우선 개편안은 아직 국회 논의 절차가 남아 있다. 실제 적용 시점과 세부 내용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는 데다 개인별로 보유 형태와 거주 기간, 양도차익 규모가 모두 달라 세 부담 역시 일률적으로 계산하기 어렵다. 결국 집주인 입장에서는 '팔 것인가, 계속 보유할 것인가, 직접 거주할 것인가'를 먼저 따져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고가 아파트 시장은 크게 동요하지 않고 예상했던 수준에서 차분하게 관망하는 분위기"라며 "타격이 없는 것이 아니라 계산기를 두드리는 단계"라고 말했다.

 

이어 "양도세 중과처럼 당장 매도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문제가 아니라 법안이 최종 확정되면 세무사와 시뮬레이션을 해보고 전략을 세울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주택업계 역시 시장이 단기간에 움직일 가능성은 제한적으로 보고 있다.

 

주택업계 관계자는 "종합부동산세 과세 기준을 주택 수에서 가액 기준으로 전환한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면서도 "보유와 양도 단계의 부담을 동시에 높인 것은 소비자의 선택 폭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신규 분양시장도 결국 기존 주택 거래가 원활해야 움직인다"며 "기존 주택을 처분해 새 아파트로 갈아타려는 수요가 위축되면 분양시장 역시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당장 매도에 나서기보다 시장 상황과 세 부담을 계산하는 관망세가 이어지면서 정부가 기대한 매물 출회 효과도 예상보다 늦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 집주인의 선택이 시장을 가른다…매도·실거주·보유

 

정부의 이번 세제개편은 단순히 세금을 더 걷기 위한 조치라기보다 비거주 주택의 보유 부담을 높여 실거주를 유도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따라서 정책 효과를 판단하려면 세율보다 집주인들이 실제 어떤 선택을 하는지를 먼저 살펴봐야 한다.

 

김인만 소장은 이번 세제개편 이후 집주인의 선택도 크게 세 갈래로 나뉠 것으로 봤다. 주택을 매도하거나 직접 입주하거나, 세 부담을 감수한 채 계속 임대하는 방식이다. 각각의 선택은 거래시장과 임대차시장에 서로 다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 소장은 "집주인의 선택은 결국 매도하거나, 직접 들어가 살거나, 계속 보유하는 세 가지로 나뉠 것"이라며 "정부가 실거주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바꾼 만큼 비거주 주택에 직접 입주하려는 사례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실거주 중심으로 세제 혜택을 재편하면서 집주인의 선택에 따라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매도는 거래 증가로 이어질 수 있지만, 실거주 전환은 전월세 물량 감소를, 보유 유지는 세 부담의 임대료 전가 가능성을 각각 키울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 소장은 "집이 팔려도 새로운 집주인이 실거주하면 세입자는 나가야 하고, 기존 집주인이 직접 들어와 살아도 결국 세입자는 다른 집을 구해야 한다"며 "보유를 유지하는 경우에는 세 부담을 전월세에 반영하려는 움직임도 충분히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매물 증가 여부와 별개로 실거주 전환이 늘어날 경우 임대차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보유세가 곧바로 임대료 상승으로 이어진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실제 임대료는 세금뿐 아니라 지역별 전월세 수급과 신규 계약 여부, 주변 시세 등 다양한 요인이 함께 작용하기 때문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도 단기적인 임대료 전가 가능성에는 다소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경실련은 "단기적으로 전월세 가격과 보유세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실거주 중심 정책으로 전월세 공급이 줄어들 경우 일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있다"고 밝혔다.

 

이어 "민간등록임대사업자 제도를 함께 정비해 장기적으로 민간 임대차시장을 안정시키는 정책도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세제개편이 임대차시장에 미칠 영향도 집주인의 실제 선택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매도보다 실거주 전환이 많아질 경우 전월세 물량 감소가 나타날 수 있고, 반대로 매물이 시장에 충분히 나온다면 정부가 의도한 거래 활성화 효과가 일부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 정책 성패는 결국 매물…세제만으로는 시장 못 움직인다

 

이 같은 기대가 현실화할지를 두고는 전문가와 시민단체의 시각도 엇갈린다. 공통적으로는 이번 세제개편만으로 시장을 움직이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실련은 이번 개편이 실거주 중심 과세체계로 전환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시장을 바꿀 정도의 정책으로 보기에는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경실련은 "이번 세제개편안은 기존에 밝혀온 부동산 개혁 의지와 비교하면 상당히 부족한 수준"이라며 "종합부동산세를 통한 가격 조정 기능은 미미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어 "정책의 성패는 양도차익이 큰 20억원 이상 서울 아파트 비거주자와 초고가주택 보유자들이 실제 얼마나 매물을 내놓느냐에 달려 있다"며 "매물 출회 규모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번 개편이 실거주를 강조하고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서울 핵심지역의 '똘똘한 한 채' 선호를 강화할 가능성도 제기했다.

 

경실련은 "이번 개편은 실거주를 강조하고 있지만 혜택 구조를 보면 결과적으로 고가 1주택 중심의 세제 혜택이 유지되는 측면도 있다"며 "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공급과 금융, 민간등록임대사업자 제도 개선 등 종합적인 정책이 함께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세제 변화 자체보다 실제 시장 여건이 정책 효과를 좌우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과거 세제 변화가 항상 같은 결과를 만들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양 위원은 "2020년에는 양도세 중과에도 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으로 매도보다 보유가 늘었고, 2022년에는 양도세 완화에도 금리 상승과 대출 규제로 거래가 살아나지 못했다"며 "결국 세제보다 금리와 대출 환경, 시장 심리가 실제 시장 흐름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시장 역시 서울 핵심지역의 공급 부족과 대기 수요, 강화된 대출 규제가 동시에 작용하고 있다고 봤다.

 

양 전문위원은 "서울 핵심지역은 일부 매물이 나오더라도 대기 수요가 흡수할 가능성이 크다"며 "세제개편의 효과는 향후 공급대책과 금융정책이 어떻게 맞물리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는 세제개편을 통해 비거주 주택의 매물 출회를 유도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하지만 시장은 아직 매도보다 관망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번 세제개편의 성패는 실제 매물 출회와 이후 공급·금융정책이 어떻게 맞물리느냐에 달려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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