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도입을 둘러싼 형사 고발이 금융당국 수장으로 이어졌다. 상품 출시 전 별도의 스트레스 테스트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금융위원회의 국회 제출 자료가 고발의 핵심 근거로 제시됐다.
이종배 전 국민의힘 서울시의원은 6일 국민신문고를 통해 이억원 금융위원장을 직무유기와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위험성을 충분히 검증하지 않은 채 상품 출시를 추진했다는 것이 고발 취지다.
이 전 시의원은 금융위 내부에서 변동성 확대와 투자자 손실을 우려하는 의견이 있었는데도 정밀한 위험 분석 없이 제도 도입이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 위원장이 실무진 등에 스트레스 테스트를 하지 않도록 지시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수사를 통해 의사결정 과정을 확인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다만 이 위원장이 검증 중단을 직접 지시했다는 내용은 현재까지 고발인이 제기한 의혹이다. 객관적으로 확인된 부분은 금융위가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실에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와 관련해 자체적으로 실시하거나 외부에 의뢰한 스트레스 테스트가 없다고 답변한 사실이다. 금융위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급락이나 유동성 위축 등을 전제로 한 구체적인 충격 시나리오는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스트레스 테스트는 주가 급락과 거래량 감소, 유동성 부족 등 비정상적인 시장 상황을 가정해 금융상품의 손실 규모와 위험 전파 가능성을 사전에 측정하는 절차다. 이 전 시의원은 이 같은 검증이 이뤄졌다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도입 시기나 상품 구조가 달라졌을 수 있다며 금융위가 투자자 보호와 시장 안정이라는 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도 이번 고발과 관련한 수사 대상에 포함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전 시의원은 이 위원장이 김 실장의 요구를 받아 검증 절차를 생략하도록 했다면 직권남용 혐의를 함께 적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앞서 이 전 시의원은 지난 3일 김 실장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와 강요,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같은 날 서민민생대책위원회도 이재명 대통령과 김 실장, 이 위원장,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했다.
금융당국은 국내 투자자가 상대적으로 보호 장치가 약한 해외 단일종목 상품으로 이동하는 문제를 줄이고 국내외 규제 차이를 해소한다는 명분으로 관련 제도를 도입했다. 지난 5월 27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한 레버리지·인버스 ETF 16종이 국내 증시에 상장됐다.
출시 이후 자금과 거래가 빠르게 몰리자 금융당국은 뒤늦게 규제 보완에 나섰다. 16개 상품의 시가총액은 상장 당일 4조4000억원에서 7월 15일 11조9000억원으로 늘었다. 당국은 신규 상장을 잠정 중단하고 개인투자자의 기본예탁금을 기존 1000만원에서 현금 3000만원으로 높이는 한편, 괴리율 관리와 사전교육도 강화하기로 했다.
법적 책임과 별개로 정치권의 문책 요구도 이어지고 있다. 조국 조국혁신당 혁신정책연구원장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을 정책 실패로 규정하고 김 실장과 금융당국 책임자들에 대한 감찰을 요구했다. 국민의힘은 제도 도입과 시장 대응 과정을 함께 조사해야 한다며 국정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최근 증시 급락을 직접 유발했다는 인과관계까지 확정된 것은 아니다. 자본시장연구원도 출시 후 1개월이 되지 않는 자료를 분석하면서 표본 기간이 짧아 엄밀한 인과관계를 판단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전제했다. 상품의 시장 변동성 증폭 여부와 정책 결정 과정의 적정성은 향후 조사와 추가 분석을 통해 가려질 전망이다.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1
2
3
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