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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8.12 (수)

[이슈체크] ‘3연임 금지’ 카드 꺼내놓고 장고…금융지주 개편안 표류

3연임 제한 놓고 금융 공공성과 주주 선택권 충돌
법제화 수위 못 정한 사이 연말 CEO 인사 본격화

 

(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안이 좀처럼 최종 단계로 넘어가지 못하고 있다.

 

이사회의 독립성을 높이고 최고경영자(CEO) 승계 절차를 투명하게 바꿔야 한다는 방향에는 큰 이견이 없다. 논의가 멈춰 선 지점은 금융지주 회장의 재임 횟수를 법률로 직접 제한할 것인지다.

 

최근 증시 변동성이 발표 시점을 늦춘 계기로 거론되지만, 발표 지연의 근본적인 배경에는 민간 금융회사의 경영진 선임에 법이 어느 범위까지 개입할 수 있는지를 둘러싼 논쟁이 자리 잡고 있다.

 

◇ 반년 넘긴 논의…핵심 규제는 여전히 ‘미정’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1월 지배구조 선진화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키고 이사회 구성, CEO 선임·승계, 성과보수 체계 등을 논의해 왔다. 출범 당시에는 3월까지 제도 개선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었지만, 8월에 접어든 현재까지 최종안은 공개되지 않았다.

 

금융위는 지난 5월 금융지주 CEO의 재임기간을 최대 6년으로 묶는 방안이 확정됐다는 보도에 대해 “구체적인 사항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7월 20일에도 개선안의 내용과 발표 일정 모두 확정된 바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사이 금융당국의 검토 범위도 넓어졌다. 당초에는 CEO 연임 안건의 주주총회 의결 요건을 강화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됐으나, 이후 초임을 포함한 세 번째 임기 자체를 허용하지 않는 방안까지 논의 범위가 확장됐다.

 

국회에도 비슷한 취지의 법안이 계류돼 있다.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이 지난 3월 31일 발의한 금융회사지배구조법 개정안은 금융지주 대표이사의 임기를 3년 이내로 정하고 연임을 한 차례만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안이 통과되면 총 재임기간은 최대 6년으로 제한된다.

 

현행 금융회사지배구조법에는 금융지주 대표이사의 임기나 연임 횟수를 별도로 제한하는 조항이 없다. 따라서 정부가 동일한 규제를 채택하려면 금융회사의 내부 규범을 손질하는 수준을 넘어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

 

◇ ‘주주 선택’과 ‘금융 공공성’ 사이

 

관련 논의가 길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연임 제한의 필요성과 별개로 이를 법률에 직접 규정하는 방식에 대해 의견이 갈리기 때문이다.

 

반대 측은 금융지주 역시 상장된 민간 회사인 만큼 이사와 대표이사를 선임할 권한은 원칙적으로 주주에게 있다고 본다. 경영 성과나 회사별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재임 횟수를 일률적으로 제한하면 주주의 선택권과 기업의 경영 자율성을 과도하게 좁힐 수 있다는 논리다.

 

반면 금융회사는 일반 기업과 달리 예금과 투자자산을 다루고, 경영 실패가 금융시장 전체로 번질 수 있다는 점에서 보다 강한 규율이 가능하다는 반론도 있다. 기존의 이사회 중심 견제 장치만으로 장기 재임과 내부 권력 집중을 막지 못했다면 명확한 임기 상한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 같은 시각차는 7월 29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해외 민간 금융회사 가운데 CEO 임기를 법률로 제한한 사례는 찾기 어렵다면서도, 국내 금융지주에서 장기 재임을 둘러싼 논란이 반복된 배경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CEO 임기를 일률적으로 제한하기보다 이사회의 독립성과 주주의 견제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의 의견에 대해서도 “높은 가치를 두고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논쟁의 초점은 장기 재임을 막을지 여부보다, 법률로 재임 횟수를 직접 제한할지 이사회와 주주총회의 견제 기능을 강화할지에 맞춰져 있다.

 

◇ 증시 급락까지 겹쳐…외국인 투자심리도 부담

 

7월 말 증시 급락도 발표 시점을 늦춘 변수로 꼽힌다. 금융당국은 당초 금융지주 CEO들과 지배구조 개선 방향을 논의하는 간담회를 추진했지만, 이틀 연속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는 등 시장 불안이 커지면서 일정을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 상황이 불안한 시점에 해외 선례가 드문 CEO 임기 제한을 발표할 경우 금융지주 주가나 외국인 투자심리에 추가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특히 국내 주요 금융지주는 외국인 보유 비중이 높다. KB금융의 외국인 지분율은 지난 7월 27일 기준 79.40%로 집계됐다. 지배구조 규제를 투자자 보호 장치로 받아들일지, 정부의 경영 개입으로 해석할지는 규제 내용과 적용 방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다만 발표가 수개월째 미뤄진 이유를 증시 불안만으로 보기는 어렵다. 금융위는 시장이 급락하기 전부터 개선안의 내용과 발표 시점이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혀 왔다. 결국 증시 불안은 발표 지연의 근본 원인이라기보다, 이미 늦어지고 있던 일정을 더 늦춘 요인이다.

 

◇ KB 회장 선임은 진행…현직 회장 적용 여부도 안갯

 

제도 발표가 늦어지는 동안 금융지주 내부의 CEO 승계 절차는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다.

 

K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7월 3일 차기 회장 후보군을 내부 인사 4명과 외부 인사 2명 등 총 6명으로 압축했다. 오는 9월 11일 최종 후보자를 확정한 뒤 10월 2일 이사회 추천 절차와 11월 임시 주주총회를 거칠 예정이다.

 

개선안이 확정되더라도 현재 진행 중인 선임 절차에 바로 적용될지는 별개의 문제다. 법 시행 전에 시작된 임기를 재임기간에 포함할지, 기존 회장에게도 동일한 제한을 적용할지, 금융지주 외 다른 금융회사까지 적용 대상을 넓힐지 등에 따라 영향이 크게 달라진다.

 

새 제도를 기존 임기에도 적용할지를 명확히 정해야 하지만, 시행 시점을 늦출수록 당장 진행되는 금융지주 인사에는 제도의 영향력이 줄어든다. 금융당국으로서는 법적 안정성과 정책 실효성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 임기 제한보다 어려운 ‘실질적 견제’

 

금융당국이 최종적으로 임기 제한을 유지하더라도 지배구조 문제가 재임기간 규제만으로 해결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회장이 사외이사 후보군 구성이나 차기 CEO 추천 과정에 미치는 영향력을 줄이지 못하면 임기만 짧아질 뿐 폐쇄적인 승계 구조가 반복될 수 있다. 반대로 이사회가 실질적인 독립성을 확보하고 후보 검증 과정이 투명하게 운영된다면 재임 횟수를 법으로 일률 제한할 필요성이 낮아질 수 있다.

 

금융당국이 당초 TF의 논의 과제로 이사회의 독립성과 다양성, CEO 선임·승계의 공정성, 성과보수 운영의 합리성을 함께 제시한 것도 이 때문이다. 금융위는 지난 7월 15일 업무보고에서도 CEO의 이사회 장악을 차단하고 연임 절차를 개선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개선안의 실효성은 ‘3연임 제한’ 도입 여부뿐 아니라 이사회와 주주총회의 견제 장치를 얼마나 실질적으로 강화하느냐에 달려 있다.

 

재임 횟수를 법으로 제한하면 장기 재임에 따른 권한 집중을 차단할 수 있지만, 관치금융과 주주권 침해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반대로 이사회와 주주총회 중심의 견제를 택하면 경영 자율성을 존중할 수 있으나 기존 제도처럼 형식적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남는다.

 

발표가 거듭 미뤄지는 것은 금융당국이 두 방식 사이에서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규제 강도를 낮추면 개혁의 실효성이 약해지고, 법률로 임기를 직접 제한하면 금융회사의 자율성과 시장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는 부담이 동시에 작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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