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장기민 세종대학교 건축학과 겸임교수) (주)무신사는 패션 플랫폼을 넘어 하나의 도시가 되었다. 처음에는 거리의 취향을 모아놓은 온라인 골목에 가까웠지만, 지금은 브랜드, 소비자, 물류, 데이터, 오프라인 공간, 글로벌 유통이 함께 움직이는 복합 상권으로 진화했다.
사용자가 제시한 현재 기업신용등급은 BB+다. 2022년 BBB+에서 BB권으로 내려온 뒤 한동안 낮아진 신용구간에 머물렀고, 2026년 7월 BB+로 회복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는 무신사가 여전히 성장기업의 역동성을 갖고 있으나, 신용의 관점에서는 수익성, 투자 부담, 확장 속도에 대한 검증이 더 필요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무신사의 성장은 숫자보다 도시적 현상으로 읽을 때 더 선명하게 다가온다. 2024년 무신사는 거래액 4.5조 원을 기록했고,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2023년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됐다고 밝혔다. 이는 단순한 매출 증가가 아니라 플랫폼의 운영 효율이 개선되는 신호로 볼 수 있다.
2025년에는 연결 매출 1조4679억 원, 영업이익 1405억 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발표했고, EBITDA도 증가했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2026년 1분기에도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4% 증가했고, 별도 기준 영업이익은 45.5% 증가한 것으로 발표됐다.
경제적 관점에서 무신사의 핵심은 ‘플랫폼의 도시화’다. 플랫폼은 입점 브랜드가 늘수록 상품의 폭이 넓어지고, 고객 데이터가 쌓일수록 추천과 큐레이션의 정밀도가 높아진다. 그러나 패션 플랫폼의 성장은 물류, 마케팅, 오프라인 매장, 글로벌 진출에 필요한 고정비를 동반한다.
따라서 BB+라는 신용등급은 성장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그 성장이 안정적인 현금흐름으로 반복될 수 있는지를 묻는 등급이다. 무신사에게 필요한 것은 더 큰 외형만이 아니라, 주문당 수익성, 재고 회전, 브랜드별 기여도, 오프라인 매장당 생산성을 정교하게 관리하는 구조다.
사회적 관점에서 무신사는 MZ세대의 소비문화를 제도화한 기업이다. 과거 패션 시장은 대형 브랜드와 백화점 중심으로 움직였지만, 무신사는 신진 브랜드가 등장하고 성장할 수 있는 새로운 유통 광장을 만들었다. 이는 소비자에게는 선택권의 확대였고, 브랜드에게는 진입장벽 완화였다.
다만 플랫폼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책임도 커진다. 수수료, 노출 알고리즘, 브랜드 육성, 소비자 보호의 균형이 무너지면 도시는 활력을 잃고 시장은 불신을 쌓는다. 플랫폼 도시의 지속가능성은 ‘많이 파는 능력’보다 ‘공정하게 흐르게 하는 능력’에서 결정된다.
교육적 관점에서 무신사는 브랜드를 가르치는 기업이어야 한다. 패션 생태계의 성장은 디자이너와 창업자가 제품만 잘 만드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데이터 해석, 고객 경험 설계, 재고 관리, 글로벌 판매, 콘텐츠 운영을 함께 배워야 한다. 무신사가 입점 브랜드를 단순 판매자로 두지 않고, 성장 파트너로 교육할수록 플랫폼의 품질은 높아진다. 결국 좋은 플랫폼은 물건을 진열하는 곳이 아니라, 브랜드가 성장하는 학교가 된다.
디자인적 관점에서 무신사의 경쟁력은 온라인 화면에만 있지 않다. 무신사 스탠다드 오프라인 매장, 성수와 홍대, 명동 등 주요 상권에서의 공간 실험은 플랫폼이 도시 안으로 들어가는 방식이다. 2026년 1분기 무신사 스탠다드 주요 로드숍의 외국인 고객 매출 비중이 약 44%로 집계됐다는 발표는, 오프라인 공간이 단순 판매장이 아니라 K패션의 쇼룸이자 관광 동선의 일부가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국 티몰 입점과 상하이 매장 개설 등 해외 확장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될 수 있다.
앞으로 무신사가 구사해야 할 경영스타일은 ‘도전자형 확장’에서 ‘운영형 성장’으로의 전환이다. 도전자는 시장을 열지만, 운영자는 시장을 지킨다. 무신사는 이미 MZ도시의 중심 상권을 만들었다. 이제는 그 도시의 교통망, 세금제도, 교육체계, 안전망을 설계해야 한다. 오프라인은 무리한 점포 확대가 아니라 매장당 수익성과 브랜드 경험의 정밀도로 관리되어야 하고, 글로벌 진출은 국가별 유행 추종이 아니라 K패션 브랜드의 현지화 구조로 설계되어야 한다.
무신사의 BB+는 실패의 표식이 아니라 회복의 중간지점이다. 그러나 신용등급이 다시 더 높은 구간으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성장의 감각을 수익의 구조로 바꾸는 시간이 필요하다. 무신사라는 도시는 이미 사람을 모으는 데 성공했다. 다음 과제는 그 도시가 오래 살 수 있는 질서를 만드는 일이다. 도전자가 만든 MZ도시가 진정한 메가시티가 되려면, 확장의 속도보다 구조의 완성도가 먼저다.

[프로필] 장기민 세종대학교 건축학과 겸임교수
•(현)한국외국어대학교 도시 미학 지도교수
•(현)서울창업기업원 본부장
•(현)한국경영환경위원회 위원장
•(현)인하대학교 경제학, 도시계획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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