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김용태 건국대 경제통상학과 교수) 독일 조세기본법(AO) 제34조는 자연인과 법인, 법인격 단체의 법정대리인과 재산관리인에게 조세 납부의무의 이행에 대한 책임을 부여하고 있다.
반면 우리 관세법 제19조는 수입물품의 화주를 원칙적인 관세의 납세의무자로 규정하고 있다.
AO 제34조 법정대리인 및 자산관리인의 의무 규정에도 불구하고 사실상의 대표이사가 기업의 조세법상 의무이행 주체인지 여부나 해당 의무가 단지 형식상의 법정대표이사에게만 부과되는지는 여부는 AO 제370조 제1항 제1호(세무당국에 부당한 또는 불충분한 조세신고)의 범행자를 특정하려는 경우에는 고려할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AO 제370조 제1항 제1호는 신분범(특별범)이 아닐뿐더러 일반범의 경우에는 사실상의 대표이사 지위에 있는 자를 범행자 범위에 포함시키는 것에 대해 헌법적 문제가 제기되지 않으며, 오히려 정범(正犯)과 공범(共犯)을 구별하는 형법상의 법리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우리 관세법 제270조 관세포탈죄도 수입(납세)신고자만을 행위주체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신분범으로 취급한다. 판례는 수입물품의 납세의무자만을 진정한 수입(납세)신고자로 본다.
그래서 판례(대법원 1996.5.28. 선고 96도756 판결; 인천지법 2022.7.8. 선고 2021노1709 판결)는 화주(貨主) 등 관세의 납부의무자만이 관세포탈죄의 주체가 될 수 있는 신분범으로 보고 그러한 신분이 없는 자는 신분자의 범죄에 가공한 경우에 한하여 관세포탈죄의 공범으로 처벌할 수 있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우리 관세형벌법규에서 “세액결정에 영향을 미치기 위하여 과세가격 또는 관세율 등을 거짓으로 신고하거나 신고하지 아니하고 수입한 자”가 납세의무자가 아니라면 관세포탈죄의 정범으로 인정될 수 없다.
독일 법리에 따르면, 유한회사(GmbH)나 주식회사(AG)의 실질적인 회사경영자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그 사람이 회사의 핵심적 주체로서 회사의 대내외적 운영과 의사결정을 실질적으로 좌우해야 한다.
이러한 지위는 그 사람이 회사의 운영을 단독으로 좌우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회사 내에서 적어도 지배적 또는 압도적인 지위를 갖는 경우에도 인정되며, 이는 다른 사람이 명목상 유효한 대표이사로 선임되어 있더라도 배제되지 않는다.
가령 회사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경영자가 자기 회사의 대표이사로 바지사장(Strohmann)을 임명하였고, 그는 회사의 경제적 실태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채 실질적인 경영자의 지시에 무조건 따르고, 경영 경험도 전혀 없다 하자.
여기서 임명된 바지사장이 실질적인 대표이사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다음의 기준 중 최소 여섯 가지가 충족되어야만 한다.
기업 기본정책의 결정 ▲기업조직의 구성 ▲인사권 행사(채용·해고 및 증명서 작성) ▲세무사안의 결정 ▲계약상대방과의 거래 조건·지급 방식 설정 ▲금융기관·채권자와의 교섭 ▲회계 및 결산 업무에 대한 실질적 통제 ▲고액의 보수 등이 그것이다.
실질적인 회사경영자는 그 지위로써 통상적으로 부정확하거나 불완전한 세무신고가 이루어질 것인지 여부를 실질적으로 결정하게 되므로 그 결과 그는 해당 사안(조세포탈사건)의 진행을 지배하는 자로 평가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목상 대표이사가 법인의 허위 또는 부정확한 세무신고서를 작성·서명하고, 실질적인 회사경영자가 이에 서명하지 않았다면 실질적인 회사경영자는 직접정범으로 평가될 수 없다.
왜냐하면 서명을 통해 해당 신고서는 회사를 대표하여 이를 제출하는 명목상 대표이사의 신고(의사표시)가 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실질적인 회사경영자는, 바지사장의 행위가 형법상 간접정범 또는 공동정범의 법리에 따라 자신에게 귀속될 수 있는 경우에 한하여 정범으로 평가될 수 있으며, 또는 그가 스스로 회사의 정확하고 완전한 조세신고 의무를 부담하는 경우에만 범행자로 인정된다.
조세상 중요한 신고가 이미 자신(본인)의 신고로 귀속되지 않는 경우, 그 행위가 타인(제3자)에 의해 실행되었다면 타인의 신고는 형법상 교사범의 법리에 따라 자신의 신고와 동일하게 취급된다.
하지만 이는 통상적으로 타인(제3자)이 그 스스로 고의로 그리고 자신의 책임능력을 가지고 AO 제370조 제1항 제1호의 구성요건을 충족(실현)하는 경우에는 배제된다.
왜냐하면 이러한 경우에는 그 사람의 신고를 타인(제3자), 즉 배후자가 범행의 성취를 지배하는 수단으로서의 신고로 보아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전제하에서는 통상적으로 배후자는 그 신고서의 제출에 대한 지배력을 전혀 가지지 않으며, 오히려 모든 범죄 사정을 인식한 상태에서 자신의 책임능력으로 그 신고서를 제출하는 자만이 그에 대한 지배력을 가진다.
따라서 간접정범이 성립하기(인정되기) 위해서는, 배후자가 범행을 실행하는 사람을 지배하고, 그를 자신의 (범죄)‘도구’로 사용하고 있어야 한다.
배후자는 자신이 이용한 범행자의 책임능력 또는 책임성이 결여되어 있다는 점을 활용하며, 특히 그 범행자가 선의(무과실)로 행동한 경우에 그렇다.
독일 판례(BGH v. 19.12.2012-1 StR 165/12)에서 타인(제3자)을 통해 이루어지는 조세포탈 범행의 사례를 본다.
W는 말레이시아에 본사를 둔 회사가 N 회사로부터 고급 마이크로프로세서를 공급받으려 한다는 설명을 들었다.
그 회사가 직접 수출을 하지 않으려 한다는 이유로, 또 다른 회사가 중간에 개입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 있었고, 이에 W는 중개업자로 나서는 데 동의하여 말레이시아 회사와 공급에 관한 포괄계약을 체결하였다.
계약체결 자체는 W를 속이기 위해 조작된 것이었고, 문제의 마이크로프로세서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았다. 다만, W에 대해 실제 상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는 외관을 유지하기 위하여 저가의 컴퓨터 부품을 W가 지정한 운송회사에 인도하여 말레이시아로 수출하였다.
W는 진정한 사정을 인식하지 못하였으나 부가가치세 탈루를 목적으로 한 거래관계에 자신이 연루되어 있음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음에도 N 회사가 발행한 계산서에 기재되어 있고 이를 지급한 부가가치세를 매입세액으로 공제(신고)하였다.
실제로는 어떠한 공급도 이루어지지 않았고 W 역시 이를 인식할 수 있었으므로, 매입세액 공제에 대한 권리는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W는 N 회사의 책임자들이 이용한 ‘도구’로서 허위신고를 하였고, 이러한 신고는 형법상 교사범의 법리에 따라 그 책임자들에게 귀속된다.

[프로필] 김용태 건국대 경제통상학과 교수
· 서울시립대 대학원 법학과(석사/박사과정) 졸업, 법학박사
· 관세청 FTA원산지검증과·조사총괄과·국제조사과
· 서울세관 조사국 외환조사팀장
· 건국대(글로캠) 및 덕성여대 겸임교수
· (현) 『한국 관세법판례연구회』 사무총장
· (현) 법무법인 『광화문』 관세·외환조사대응센터장
· (주요 저서) 관세행정법 with 관세형사법 (도서출판 두남, 2023)
· (주요 저서)외국환거래법 with 외환형사법 (주식회사 부크크, 2024)
· (주요 저서) 관세평가의 법리와 판례연구 (도서출판 두남,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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