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나단(Nathan) 작가)
“왕께서는 다만 인과 의를 말씀하실 뿐이지
왜 하필 이익을 말씀하십니까?” -〈양혜왕 상〉1.1
공자는 〈학이〉편에서 “주충신(主忠信)”이라고 했는데 ‘충忠’은 진실함이고, ‘신信’은 믿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정성을 다하고 믿음을 지켜라.”라는 의미입니다. 그렇다면 주충신을 제대로 실천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맛집을 탐방하는 유튜버가 소개한 단골집이 있습니다. 주인이 무려 50년 정도 가게를 운영했고 무엇보다 음식 가격이 저렴하고 가성비가 좋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메뉴판에 적힌 가격은 물가에 비해서 상당히 저렴했고 맛도 좋아보였습니다. 이 유튜버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장님 마음이 좋으니, 아들도 바르고 종업원도 밝네요.”
저는 이 가게를 보면서 공자가 말한 ‘주충신(主忠信)’을 떠올렸습니다. 가게가 50년 동안 살아남은 이유는 단순히 음식이 싸고 맛있어서만은 아닐 것입니다. 손님에게 조금이라도 더 받으려 하기보다 좋은 음식을 내놓으려 했고, 당장의 이익보다 사람과의 관계를 먼저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장사는 이익을 내야 합니다. 이익을 내지 못하는 가게는 오래갈 수 없습니다. 우리가 직장을 다니고 사업을 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돈을 벌어야 가족을 부양하고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익을 추구하느냐 아니냐가 아니라 무엇을 먼저 놓느냐에 있습니다.
사람을 대할 때도 그 사람이 나에게 도움이 되는지를 먼저 따지고, 직장에서 어떤 일을 맡았을 때도 이 일이 나에게 득이 되는지부터 생각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처음에는 영리하게 살아가는 것처럼 보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런 태도가 반복되면 주변 사람들도 그것을 알아차리게 됩니다. 결국 나 역시 이해관계에 따라 평가되고 대접받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2천여 년 전 맹자가 양혜왕에게 던진 질문도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 오직 이익을 우선할 때 벌어지는 일
ᅠ춘추시대의 강국이었던 진(晉)이 한, 위, 조 세 나라로 나뉘면서 등장한 나라가 위(魏) 나라입니다. 위나라를 문후가 통치할 때는 강자로서 영광의 시대를 누렸지만, 문후의 손자 혜왕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특히 혜왕 때는 서쪽의 신흥강국인 진(秦)나라가 점차 강력한 군사력으로 압박하자, 수도를 안읍에서 동쪽의 대량으로 옮겼고, 이 때문에 위나라는 양(梁) 나라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이렇다보니 양혜왕은 초조한 마음이 들었을 것입니다. 할아버지 때와 같은 강력한 위나라를 되찾고 싶었지만, 현실은 뜻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그때 노구의 몸을 이끌고 방문한 맹자를 보자, 왕은 다짜고짜 이런 질문을 했습니다.
“노인장께서 천 리길을 멀다 하지 않고 오셨으니, 우리나라를 이롭게 해주실 방책이 있는지요?”
양혜왕의 첫 질문부터 맹자와 왕의 생각은 엇갈렸습니다. 혜왕은 나라의 ‘이익’을 물었지만, 맹자는 그보다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그리고 바로 이렇게 답변했습니다.
“왕께서는 어이하여 이익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다만 인과 의만 있을 뿐입니다.”
그러면서 맹자는 신랄하게 비판을 쏟아내었습니다.
“윗사람과 아랫사람이 모두 이익만 취한다면 나라를 위태롭게 둘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면서 만 대의 수레를 가진 군주를 시해하는 자는 반드시 천 대의 수레를 가진 자이고, 천 대의 수레를 가진 나라의 군주를 시해하는 자는 바로 백 대의 수레를 가진 자라고 했습니다.
맹자가 우려한 것은 모두가 이익을 앞세우기 시작할 때 벌어지는 일이었습니다. 왕이 나라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면 대부는 자기 집안의 이익을 생각하고, 백성 역시 자신의 이익부터 따지게 됩니다. 그렇게 위아래가 서로 이익을 다투기 시작하면 결국 나라의 질서마저 흔들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회사도 다르지 않습니다. 리더가 조직의 이익보다 자신의 자리와 평가를 먼저 생각하면 구성원 역시 조직보다 자신의 실적과 보상을 먼저 계산하게 됩니다. 그렇게 모두가 ‘우리에게 무엇이 필요한가’보다 ‘나에게 무엇이 돌아오는가’를 먼저 생각하기 시작하면 조직의 신뢰는 조금씩 무너집니다.
◇ 내가 이익만 추구하면, 내 주변 사람은 어떨까?
비슷한 사례가 《논어》의 〈위령공〉편에도 나옵니다. 위에 언급한 위나라와 다른 위나라(衛)의 군주인 영공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어느 날 영공이 공자에게 군대를 움직이는 ‘진법(陣法)’에 대해서 물었습니다. 그러자 공자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신은 제사에 대한 예의는 경험하고 들어본 적이 있지만, 군대에 관한 일은 배운 적이 없습니다.”
다음날 공자는 말없이 짐을 꾸려서 위나라를 떠났습니다. 이 일화 역시 무엇을 나라의 근본으로 삼을 것인가에 대한 공자의 생각을 보여줍니다. 군사력과 전술도 국가에는 필요합니다. 그러나 공자가 더욱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백성의 신뢰와 예에 기초한 질서였습니다. 강한 군대가 나라를 지킬 수는 있어도, 그것만으로 백성의 마음까지 얻을 수는 없다고 본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오직 인과 예, 의를 추구하면서, 이익을 멀리하고 돈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말라는 뜻은 아닙니다. 문제는 순서입니다. 내게 이익이 되는가를 먼저 묻기 전에 옳은 일인가를 묻고, 얼마나 벌 수 있는가를 생각하기 전에 사람의 신뢰를 잃지는 않는지 생각하는 것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이러한 선택의 순간은 더 많아집니다. 지켜야 할 것도 많아지고, 가진 것을 잃고 싶지 않은 마음도 커집니다. 그래서 때로는 가족을 위해서, 조직을 위해서, 혹은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자신의 선택을 합리화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럴 때 한번쯤 스스로에게 물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나는 지금 무엇을 얻으려고 하는가. 그리고 그것을 얻기 위해 무엇을 잃고 있는가.’
돈과 지위는 삶을 편안하게 만들어주지만, 그것만으로 좋은 삶이 완성되는 것은 아닙니다. 내가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는지, 가족과 후배들에게 어떤 모습을 남기는지, 어려울 때에도 지키려고 했던 가치가 무엇인지 역시 한 사람의 삶을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입니다. 그래서 맹자가 양혜왕에게 던진 첫마디는 2천여 년이 지난 오늘에도 유효합니다.
그렇다고 이익을 버리라는 말이 아닙니다. 이익보다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이 있다는 말입니다. 어쩌면 나이가 든다는 것은 더 많은 것을 얻는 과정이 아니라, 무엇만큼은 이익과 바꾸지 않겠다고 하나씩 정해가는 과정인지도 모릅니다.

[프로필] 조형권(나단) 작가
•《치밀한 리더의 한 수,《죽음 앞에 섰을 때 어떤 삶이었다고 말하겠습니까?》 출간
•《인생의 절반쯤 왔을 때 논어를 읽다》 출간, 교보문고 MD의 선택
•《적벽대전 이길 수밖에 없는 제갈량의 전략기획서》 ,《공부의 품격》 출간
•(현)SK그룹 내 마케팅 임원
•성균관대학교, EMBA 석사, 고려대학교 전기공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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