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임다훈 변호사) 스타트업이 성장하면서 법조 실무에서 점점 자주 등장하는 분쟁이 있다. 임직원이 오래전 부여받은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을 행사하고, 행사 시점의 주가와 행사가액의 차이를 근로소득으로 신고·납부한다. 그런데 수년이 지나 과세관청이 “당신이 쓴 시가는 잘못됐다”며 경정을 거부하거나, 반대로 더 높은 가격을 시가로 보아 추가 세액을 고지한다.
비상장회사의 주식은 시장에서 공개적으로 거래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스톡옵션 행사이익을 계산할 때 기준이 되는 ‘시가’는 어떻게 정해지는가. 세법이 명확히 답을 주지 않는 영역이 있고, 그 빈틈에서 납세자와 과세관청 사이에 분쟁이 벌어진다.
◇ 행사이익은 근로소득이다
먼저, 스톡옵션 행사이익은 근로소득이다. 소득세법은 임직원이 법인으로부터 부여받은 주식매수선택권을 재직 중 행사함으로써 얻은 이익, 즉 행사 당시의 시가와 실제 매수가액의 차액을 근로소득에 포함시킨다.
소득이 발생하는 시점도 명확히 정해져 있다. 스톡옵션을 부여받은 것만으로는 소득이 생기지 않는다. 임직원이 행사 여부를 선택할 수 있고, 행사하지 않으면 이익 자체가 없다. 따라서 행사이익은 ‘행사’가 속한 과세기간의 근로소득으로 종합소득세 신고를 해야 한다.
◇ 법령이 정한 시가 산정의 구조
문제는 금액이다. 소득세법 제24조 제2항은 금전 외의 것을 수입하는 때에는 “거래 당시의 가액”에 의하여 수입금액을 계산하도록 규정한다. 법조문을 타고 들어가면, 법인세법 시행령 제89조 제1항은 시가를 이렇게 정의한다.
“해당 거래와 유사한 상황에서 해당 법인이 특수관계인 외의 불특정다수인과 계속적으로 거래한 가격 또는 특수관계인이 아닌 제3자간에 일반적으로 거래된 가격이 있는 경우에는 그 가격.”
대법원은 여기서 나아가, 제3자 사이에 이루어진 거래가격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자산의 객관적 교환가치를 적정하게 반영하지 못한 것이라면 위 규정이 말하는 시가가 될 수 없고, 시가에 대한 입증책임은 과세관청에게 있다고 반복하여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2005. 6. 23. 선고 2005두3059 판결).
시가가 불분명한 경우, 감정평가에 의한 가액이 없는 때에는 비상장주식의 경우 상증세법 시행령 제54조 제1항의 보충적 평가방법, 즉 1주당 순손익가치와 순자산가치를 3 대 2의 비율로 가중평균한 가액이 기준이 된다.
요약하면, 법의 흐름은 이렇다. ①먼저 정상적인 거래의 실례가 있으면 그 거래가격이 시가이고, ②정상적 거래 실례가 없거나 거래가격이 객관적 교환가치를 반영하지 못한다면 보충적 평가방법(순손익가치·순자산가치 가중평균)으로 간다.
◇ ‘거래 실례가 있다’는 말의 함정
비상장주식은 거래 자체가 드물다. 그런데 스타트업 생태계에서는 시리즈 투자 라운드가 진행될 때 일부 임직원의 구주를 기관 투자자에게 매각하는 이른바 ‘블록딜(Block Deal)’이 종종 이루어진다. 이때 과세관청은 그 블록딜 가격을 “특수관계인이 아닌 제3자간에 일반적으로 거래된 가격”으로 보아 시가로 삼으려 한다.
그러나 이것이 언제나 맞는 논리는 아니다. 블록딜의 실질을 따져봐야 한다.
스타트업의 시리즈 투자 라운드에서 체결되는 주식양수도계약은 단순한 주식 매매가 아닌 경우가 많다. 계약서에는 회사 및 대표이사가 당사자로 포함되고, 매수인에게 우선매수권, 동반매각권, 신주우선인수권, 주식매수청구권, 사전 동의권, 경업금지 조항 등 광범위한 투자 보호 및 경영 참여적 권리가 부여된다. 이러한 조항들은 단순 포트폴리오 투자에서 통상 삽입되지 않는 것들이다.
대법원은 “회사의 발행주식을 회사의 경영권과 함께 양도하는 경우 그 거래가격은 주식만을 양도하는 경우의 객관적 교환가치를 반영하는 일반적인 시가로 볼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06. 1. 13. 선고 2004두183 판결). 거래가격이 경영권 프리미엄이나 특정 투자 목적에 따른 전략적 가치를 포함하고 있다면, 그것은 이미 주식 자체의 교환가치를 초과한 특별한 가격이다.
과세관청이 어떤 거래가격을 시가로 주장하고 싶다면, 그 가격이 일반적이고 정상적인 거래에 의하여 형성된 객관적 교환가치를 반영함을 실증적으로 입증해야 한다. 거래가 ‘제3자 사이에 이루어진 것’이라는 형식적 사실만으로 시가 입증책임을 다한 것이 아니다.
또 하나 흔히 혼동되는 지점이 있다. 회사가 임직원에게 스톡옵션을 부여할 때 재무제표 작성 목적으로 산정하는 옵션의 ‘회계상 공정가치(Fair Market Value)’를 세법상 시가와 동일시하는 경우다. 국제회계기준(IFRS)에 따라 산출되는 옵션 공정가치는 미래 주가 변동성, 행사 가능성 등 다양한 가정을 전제로 한 회계적 추정치다. 이는 옵션의 내재가치뿐 아니라 시간 가치까지 반영한 것으로, 주식 자체의 시가와는 다르다.
◇ 계약서와 증거가 세금을 결정한다
비상장주식의 스톡옵션 행사이익 과세 문제는, 숫자 싸움인 동시에 그 거래의 실질을 어떻게 읽느냐의 문제다.
과세관청이 블록딜 가격을 시가로 주장한다면, 납세자는 그 거래의 성격을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 계약서에 경영 참여적 권리 조항이 포함되어 있지는 않은가, 가격 협상의 주도권이 실질적으로 누구에게 있었는가, 회사의 투자 유치 목적이 거래 가격에 반영된 것은 아닌가.
이러한 사실관계가 충실하게 증명된다면, 그 블록딜 가격은 법인세법 시행령 제89조 제1항이 말하는 ‘일반적으로 거래된 가격’이 아니라는 주장이 재판에서 유효하게 작동할 수 있다.
스톡옵션을 도입하거나 행사를 앞두고 있다면, 행사 시점의 시가를 어떻게 산정할 것인지를 미리 검토해야 한다. 회사가 보충적 평가방법에 따른 평가 보고서를 정기적으로 갱신하고 있다면 그 자료를 확보해 두고, 블록딜 등 대규모 거래가 진행 중이라면 그 계약 내용이 세금 신고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사전에 검토하는 것이 안전하다.

[프로필] 임다훈 변호사 법무법인 청현 변호사
• 사법연수원 제45기 수료
• 사법시험 제55회 합격
• 성균관대학교 법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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