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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9.15 (화)

[관세 성실신고확인제도 시동] ①관세사 손 빌려 ‘심사 사각지대’ 메운다

세관 심사인력 한계 보완책…민관 협력형 관세행정 구축
수입액 3000만달러 미만 중소·중견기업 대상…AEO 제외
수입검사 축소·가산세 감면 인센티브…2028년 본격 시행

 

<편집자 주> 2027년 참여 희망기업 대상 시범운영과 의견수렴을 거쳐 2028년 본격 시행을 앞둔 관세 성실신고확인제도의 도입 배경과 주요 내용을 짚어보고, 제도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 풀어야 할 과제를 연속 기획으로 살펴본다. 

 

(조세금융신문=안종명 기자) 정부가 중소·중견 수입기업의 자율적인 납세 협력을 유도하고 관세 리스크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관세 성실신고확인제도’ 도입을 본격 추진한다.

 

한정된 세관 심사 인력으로 사후세액심사가 충분히 미치지 못했던 중소·중견 수입기업의 ‘심사 사각지대’를 줄이고, 관세사 등 민간 전문가를 관세행정의 협력자로 참여시켜 납세 정확도를 높이겠다는 취지다.

 

◇ 수입액 3000만달러 미만 대상…검사 축소·가산세 감면

 

재정경제부가 발표한 2026년 세법개정안에 포함된 ‘관세 성실신고확인제도’는 연간 수입금액이 3000만달러 미만인 중소·중견기업 가운데 희망 기업이 신청하는 자율 참여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미 법규준수도와 재무건전성 등을 심사받아 신속통관 등의 혜택을 받고 있는 수출입안전관리우수업체(AEO)는 대상에서 제외된다.

 

제도 참여를 원하는 사업자는 해당 과세연도 종료일 2개월 전까지 관할 세관에 ‘성실신고 확인대상 사업자’ 지정을 신청해야 한다. 요건을 갖춰 지정되면 5년간 자격이 유지되며 이후에도 5년 단위로 재신청할 수 있다.

 

지정 기업은 매 과세연도 관세사 등 전문가를 통해 수입신고 물품의 과세가격과 품목분류 등 신고 내용의 적정성을 점검받아야 한다. 관세사 등이 작성한 ‘성실신고 확인서’는 과세연도 종료일 이후 3개월 이내에 세관에 제출한다.

 

기업에 돌아가는 인센티브도 마련된다. 성실신고 확인대상 기업은 통관 과정에서 수입물품 검사를 축소하거나 생략받을 수 있다. 확인 과정에서 신고 오류가 발견돼 세액을 정정하는 경우에는 보정기간 이내에 보정한 것으로 인정해 가산세 부담을 줄여준다.

 

핵심은 기업이 세관의 사후심사를 기다렸다가 한꺼번에 세액을 추징당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관세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스스로 오류를 점검하고 바로잡도록 하는 데 있다.

 

이석문 관세무역코칭연구원장은 성실신고 확인의 핵심은 "신고→보관이 끝이 아니라 신고→검증→오류발견→수정→증빙으로 관리체계를 발전시키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수입기업 98.6%가 중견·중소기업인데…심사 인력은 약 700명 불과

 

제도 도입의 가장 큰 배경은 수입기업 규모 대비 턱없이 부족한 세관의 심사 인력 한계다.

 

관세청의 ‘2026년 기업특성별 무역통계(잠정)’ 결과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전체 수입기업 수는 총 23만 3595개 사에 달했다.

 

이 중 대기업은 1367개에 불과한 반면, 중견·중소기업은 23만 423개로 전체의 98.6%를 차지했다. 2025년 기준 전체 수입액 6319억 달러 중 대기업의 경우는 3625억달러, 중견·중소기업의 수입액은 2628억달러를 차지해 상당한 규모를 형성하고 있다.

 

즉 2028년도에 해당 제도가 본격적으로 도입된다면, 98%이상이 관세성실신고 확인대상에 포함되는 셈이다. 다만 자율적 신고 기업에 한하기 때문에 해당 기업들이 확인대상에 직접적으로 포함되는 것은 아니다.

 

대기업의 경우 대부분 수출입안전관리우수업체(AEO) 공인이나 특수관계자 과세가격 사전심사(ACVA) 등의 제도를 활용해 사전·사후 검증 체계를 갖추어 왔지만,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중견·중소기업은 이러한 사전 관리망에서 제외돼 있었다.

 

뿐만 아니라 5년마다 정기심사와 별도의 관세조사 등 사후심사에서도 관세 심사 인력의 한계로 중견·중소기업을 심사하기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 관세청 전체 인력 약 6000명 중 심사 전담 인력은 약 700여 명 수준에 그쳐, 23만 개가 넘는 중견·중소기업의 수입신고 적정성을 전수 확인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실정이다.

 

◇ 연구보고서 “심사 공백 줄이고 민관 협력 관세행정 구축해야”

 

이 같은 구조적 한계는 한국관세사회가 발주한 ‘관세법상 성실신고확인제도 도입에 관한 연구’에서도 제기됐다.

 

송선욱 백석대 교수 등 연구진은 현행 사후세액심사가 정기 법인심사와 기획심사 등을 중심으로 일부 기업에 집중되면서 중견·중소기업에 대한 세액심사에는 상당한 공백이 발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로 인해 미심사 기업의 납세의식 결여와 세수 누락이 우려되는 한편, 조사를 받는 기업과의 과세 형평성 논란도 지속돼 왔다.

 

수출입 물동량 증가에 비해 세관 심사 인력을 지속적으로 늘리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관세사를 통관 및 심사행정의 협력자로 활용해 심사 공백을 줄이고 과세 형평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수출입 물동량 증가 대비 세관의 심사 인력이 정체된 상황에서, 관세사를 통관과 심사행정의 협력자로 참여시켜 심사 공백을 축소하고 공정과세를 실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기업들이 수입 후 최장 5년 치 세액을 일시에 추징당하는 경영 불확실성을 사전에 차단하고 관세 분쟁을 줄이는 자율적 민관 협력체계가 구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세관당국 “건강검진처럼 사전 점검”…추가 유인책도 검토

 

과세당국은 성실신고확인제도의 사전 예방 기능을 강조하면서 시범운영을 통해 제도의 실효성을 검증한다는 방침이다.

 

박천정 관세청 심사정책과장은 조세금융신문과의 통화에서 “2027년 참여 희망 기업을 대상으로 시범운영과 의견 수렴을 거쳐 2028년부터 본격 시행할 계획”이라며 “초기 운영 과정에서 제도의 정확성과 안착 여부를 검증한 뒤 향후 정기 관세조사 면제 등 추가 혜택을 확대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정기 관세조사 면제 등 추가 인센티브는 현재 확정된 혜택이 아니라 향후 시범운영 결과 등을 토대로 검토될 사안이다.

 

박 과장은 “2028년 본격 시행 전까지 관세사업계와 기업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고 전산 시스템을 구축해 제도를 정교하게 다듬겠다”고 설명했다.

 

김우철 서울세관 심사2국장도 “성실신고확인제는 우리가 건강검진을 받듯 미리 과세 점검을 받아 사후에 과도한 세액이 부과되는 것을 예방하는 것”이라며 “기업이 영업 활동을 하는 데 있어 법적·행정적 안정성을 높여 잠재적인 경영 불안 요소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고 제도의 의미를 설명했다.

 

◇ 2027년 시범운영이 첫 시험대…기업 참여 끌어낼 유인책 관건

 

관세 성실신고확인제도는 세관의 한정된 심사 역량을 민간 전문성으로 보완하고 기업의 자율적인 신고·납부 문화를 확산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기업 입장에서도 수입 단계에서 과세가격과 품목분류 등의 오류를 사전에 점검함으로써 향후 대규모 추징이나 관세 분쟁에 따른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제도가 현장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기업이 관세사 확인에 따른 추가 비용과 행정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참여할 수 있는 충분한 유인책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성실신고 확인을 받은 기업에 어느 수준까지 세관 검사와 사후심사 부담을 완화할 것인지, 신고 오류를 스스로 바로잡은 기업에 어느 정도 혜택을 부여할 것인지가 제도의 실효성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꼽힌다.

 

정부가 추진하는 ‘자율적 납세협력’이 세관의 심사 공백을 보완하는 새로운 관세행정 모델로 자리 잡을수 있을지 그 향방이 주목된다. 수입기업이 체감할 수 있는 인센티브 설계와 촘촘한 제도적 보완, 관세사·기업·세관 간 신뢰가 성실신고확인제도의 기반이 될 수 있을지 향후 기대가 모아지는 이유다.

 

[알림] 다음 ②편에서는 관세 성실신고확인제도를 바라보는 일선 관세사와 수입기업의 목소리를 통해 확인 비용과 업무 부담, 세관 사후심사와의 관계, 실질적인 인센티브 등 제도 시행을 앞두고 제기되는 쟁점을 집중적으로 짚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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