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신경철 기자) 정상적으로 수입신고를 마치고 매장에서 판매되던 유명 상표 패딩이 뒤늦게 가품으로 드러났다. 수입업체는 판매된 물품을 환불·교환했고, 쟁점 패딩은 세관에 압수돼 검찰 지휘로 소각됐다. 업체와 관련자들의 상표법 위반 혐의는 불기소로 끝났다. 하지만 업체가 수입 당시 낸 관세를 돌려달라고 요구하면서 과세 분쟁이 불거졌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한 의류 수입업체는 2023년 9월 14일 해외에서 남성용 패딩 119점과 여성용 패딩 110점을 들여왔다. 같은 달 18일 보세구역에서 반출된 패딩은 업체의 여주 물류센터를 거쳐 6개 점포에 공급됐다. 이 가운데 30점이 10월 22일부터 12월 15일까지 판매됐다.
가품 사실은 매장에 진열된 여성용 패딩 모자의 똑딱이 단추에서 불량이 발견되면서 드러났다. 업체가 사설 명품 감정업체에 진품 여부를 의뢰한 결과 가품 판정이 나왔다. 업체는 2023년 12월 29일 회수 조치를 발표한 뒤 판매된 30점 중 28점은 환불하고, 2점은 진품으로 교환해 줬다.
서울세관도 2024년 1월 조사에 착수했다. 남녀 패딩 각 1점의 감정을 상표권자에게 의뢰해 모두 위조품이라는 회신을 받은 뒤, 같은 해 4월 23일 쟁점 물품을 압수해 세관 압수창고에 보관했다.
세관은 업체와 관련자들이 가품을 고의로 판매한 것은 아니라고 보고 사건을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서울중앙지검도 2024년 9월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했다. 이후 검찰 지휘에 따라 압수된 패딩은 2025년 2월 소각됐다.
업체는 같은 해 4월 수입 당시 낸 관세를 돌려달라고 세관에 신청했다. 가품이 국내에서 소비되지 않고 국가기관에 의해 폐기됐으므로 과세 대상 자체가 사라졌다는 취지였다. 세관이 환급을 거부하자 업체는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제기했다.
관세법상 이미 낸 관세를 돌려받으려면 세금을 잘못 내거나 초과해 낸 ‘과오납’이거나 법이 별도로 정한 환급요건을 갖춰야 한다. 계약과 다른 물품을 수출 대신 폐기하려면 물품의 성질이나 형태가 바뀌지 않았고 폐기가 불가피해야 한다. 여기에 수입신고 수리일부터 1년 이내에 보세구역으로 반입해 미리 세관장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결국 이번 사건의 핵심은 사후 소각으로 이미 성립한 관세까지 사라지는지, 압수창고를 보세구역으로 볼 수 있는지, 검찰 지휘에 따른 소각이 세관장의 사전승인 폐기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 첫 번째 쟁점: 환불·소각했으면 ‘수입’은 없던 일이 될까?
업체는 관세가 본질적으로 국내 소비에 매기는 세금이라는 점을 내세웠다. 판매된 30점은 모두 환불·교환됐고, 나머지 물품도 판매되지 않은 채 소각됐으므로 국내에서 실제 소비된 가품은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과세 대상이 사라진 만큼 당초 수입신고도 취소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세관의 판단은 달랐다. 쟁점 패딩은 정상적인 수입신고와 반출 절차를 거쳐 6개 점포에 배송됐고 실제 30점이 판매됐다. 나머지 물품도 압수 전까지 업체의 책임과 관리 아래 보관됐다. 사후 환불이나 압수·폐기로 이미 이뤄진 수입과 유통까지 소급해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 두 번째 쟁점: 물건이 사라지면 관세도 ‘과오납’일까?
업체는 서울세관이 검찰 지휘에 따라 가품을 직접 소각한 만큼 과오납 환급이나 이에 준하는 사유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세구역 반입명령을 받은 물품이 폐기되면 수입신고가 취소된 것으로 보는 관세법 규정의 취지도 적용해야 한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세관은 업체가 애초 납세신고한 세액과 동일한 금액을 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세관이 과오납금을 확인해 세액을 고친 사실도 없었고, 수입신고가 취하되거나 각하된 것도 아니었다. 쟁점 패딩 역시 보세구역 반입명령에 따라 반입된 물품이 아니라 범칙조사 과정에서 압수된 물품이었다.
◇ 세 번째 쟁점: 세관 ‘압수창고’도 보세구역일까?
관세 환급 여부를 가른 결정적 요인은 패딩이 법에서 정한 장소와 절차를 거쳐 폐기됐는지였다. 업체는 물품이 수입신고 수리일부터 1년 이내에 세관 압수창고로 옮겨져 국가 통제 아래 놓였다고 주장했다. 압수창고를 실질적인 보세구역이나, 세관 허가를 받아 보세구역 밖에 물품을 두는 ‘보세구역 외 장치장소’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업체는 검찰이 압수한 패딩을 돌려달라는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아 직접 보세창고로 옮기거나 폐기승인을 신청할 수도 없었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세관은 두 장소의 법적 성격이 다르다고 맞섰다. 보세구역은 물품의 장치·검사 등을 위해 관세법에 따라 설치·운영되는 장소다. 반면 압수창고는 범칙사건의 증거물이나 몰수 대상 물품을 보관하는 곳이다. 폐기 절차도 달랐다. 쟁점 패딩은 업체가 사전에 세관장 승인을 받아 폐기한 것이 아니라 검찰 지휘에 따라 압수물품으로 소각됐다. 따라서 관세환급 요건을 갖춘 폐기 절차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 조세심판원 “정상 통관 뒤 압수·소각…환급요건 못 갖춰”
조세심판원은 세관의 처분이 정당하다고 보고 업체의 심판청구를 기각했다. 심판원은 쟁점 패딩이 정상적으로 수입신고가 수리된 뒤 업체의 책임과 관리 아래 판매·보관됐으므로, 이후 압수·폐기됐더라도 국내에서 유통되지 않은 물품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과오납 환급도 인정하지 않았다. 과다 납부나 세관의 경정이 없었고 수입신고도 취하·각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울세관 압수창고는 관세법상 보세구역이 아니며, 패딩 역시 미리 세관장의 승인을 받아 폐기한 물품이 아니라고 봤다.
심판원은 압수·폐기됐다는 결과만으로 법이 정한 관세환급 절차를 거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세관의 환급 거부에 잘못이 없다고 결론 내렸다.
[참고 심판례: 2025관0053]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1
2
3
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