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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9.15 (화)

[펜타곤의 택스노트] 전근·취학·간병으로 집 비웠다면…‘실거주’ 어디까지 인정될까

(조세금융신문=채용현 펜타곤 법률세무회계 대표변호사) 1주택자가 전근으로 지방에 내려가 원래 살던 서울 집을 비워 두었다면, 서울 집에 계속 거주한 것으로 볼 수 있을까? 2026년 세제개편안이 부동산 과세의 무게중심을 ‘보유’에서 ‘거주’로 옮기면서 이 질문이 새로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 부득이한 사유, 어디까지 인정되나

 

정부가 세제개편안을 입법예고하자 ‘부득이한 사유’로 거주하지 못한 경우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에 관한 의견이 쏟아졌다. 자녀의 초등학교 취학을 위한 이주부터 조부모의 손주 돌봄, 아파트 리모델링 공사기간까지 부득이한 사유에 포함해 달라는 요구가 이어졌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도 지난 8월 24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합리적인 사유로 실거주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과감하게 거주주택으로 인정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취지로 답한 바 있다.

 

정부는 9월 1일 비거주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기본공제를 9억원으로 낮추려던 방안을 철회해 현행 12억원을 유지하는 등 일부 내용을 수정한 세법 개정안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 그러나 부득이한 사유의 구체적인 인정 범위는 여전히 하위법령과 향후 집행과정에서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았다.

 

'부득이한 사유’라는 개념 자체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소득세법 시행령 제154조 제1항 제3호는 1년 이상 거주한 주택을 취학, 근무상의 형편, 질병의 요양, 그 밖에 부득이한 사유로 양도하는 경우 보유·거주기간 제한을 적용하지 않도록 하고, 구체적인 사유는 시행규칙 제71조 제3항에서 정하고 있다. 고등학교·대학교 등의 취학, 직장의 변경이나 전근 등 근무상의 형편, 1년 이상의 치료나 요양을 필요로 하는 질병, 학교폭력 피해로 인한 전학 등이다.

 

이번 개편안은 이러한 기존의 사유를 바탕으로 취학이나 근무로 인한 해외체류, 60세 이상 직계존속의 동거봉양 등을 추가하고, 이와 유사한 부득이한 사유까지 인정하는 방향을 제시했다.

 

◇ 법원과 심판원이 세워 둔 기준

 

같은 문구가 실무와 법원에서 어떻게 작동해 왔는지를 보면 앞으로 벌어질 일을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다.

 

인천 소재 검찰청 검사로 근무하다 서울 강남구의 법무법인으로 직장을 옮긴 뒤, 종전 거주지인 고양시 주택을 양도하고 서울 서초구로 주거를 이전한 납세자에게 과세관청이 약 8,700만원의 양도소득세를 부과한 사건이 있었다.

 

서울고등법원은 종래 거주하던 시·군과 다른 시·군으로 이전했다면 원칙적으로 근무상의 형편에 따른 주거 이전으로 볼 수 있고, 종전 주택에서 새로운 직장까지 출퇴근하기가 현저히 곤란한 정도여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며 과세처분을 취소했다.

 

다만 행정구역만 다를 뿐 이전거리가 매우 가까워 사회통념상 근무상의 형편으로 인한 이전이라고 도저히 인정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달리 볼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서울고등법원 2011. 12. 20. 선고 2011누20392 판결).반대 방향의 사례도 있다.

 

조세심판원은 주택 소유자의 배우자가 자기 명의로 체결한 전세계약의 보증금과 잔여 계약기간 때문에 해당 주택에 전입하지 못한 사안에서, 그러한 사정은 법령에서 정한 부득이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청구를 기각했다(조심2024인2386).

 

현실적으로 충분히 이해할 만한 사정이더라도 조세법규의 엄격해석 원칙상 법령에서 정한 부득이한 사유로 인정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번 개편으로 ‘이와 유사한 부득이한 사유’가 폭넓게 인정된다면 과거와 다른 결론이 나올 여지도 있다. 그러나 동시에 무엇이 ‘유사한’ 사유인지를 둘러싼 새로운 해석 문제가 생긴다. 결국 과세관청의 일차적인 사실판단을 거쳐 조세심판원과 법원이 개별 사안에서 그 경계를 하나씩 그려 나가야 할 가능성이 크다.

 

◇ 기준은 하위법령과 집행에 남았다

 

정부 설명자료에 따르면 ‘유사한 부득이한 사유’에 해당하는지는 과세관청이 개별 사안의 사실관계에 따라 판단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종래의 ‘부득이한 사유’는 적어도 법령의 열거와 축적된 판례·심판례를 통해 어느 정도 적용범위를 예측할 수 있었다. 예컨대 취학 사유에서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명시적으로 제외되고, 근무상의 형편에 따른 이전에도 다른 시·군으로의 주거 이전이라는 기준이 존재한다.

 

그러나 ‘이와 유사한 부득이한 사유’라는 열린 개념이 추가되면 사정이 달라진다. 초등학생 자녀의 통학을 위한 이사는 어떠한가. 맞벌이 부부가 육아를 위해 부모 집 근처로 이사한 경우는 어떠한가. 부모의 연령은 60세가 넘었지만 합가하지 않고 인근에서 간병하는 경우는 어떠한가.

 

세법을 업으로 다루는 필자 역시 정부가 예시한 사유의 바깥에서 어디까지가 ‘유사한 부득이한 사유’로 인정될 것인지 선뜻 가늠하기 어렵다.

 

납세자의 실제 삶은 법령에 미리 열거할 수 있을 만큼 단순하지 않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열린 기준을 두면 국민 개개인의 생활사정이 하나의 과세쟁점으로 바뀔 수 있다. 제도의 유연성과 조세법의 예측가능성 사이에서 보다 세밀한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 실무에서 대비할 것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는 판정 시점이 다르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양도소득세는 주택을 양도하는 시점에 거주기간을 계산하지만, 종합부동산세는 매년 과세기준일을 기준으로 납세의무가 성립한다. 전근으로 지방에 내려간 1주택자라면 동일한 비거주 사유가 여러 과세연도의 세액 계산에 계속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뜻이다.

 

불복 역시 과세연도별로 문제가 될 수 있다.

종합부동산세는 매년 별개의 납세의무가 성립하므로 어느 한 해의 처분에 대한 불복에서 납세자가 이겼다고 하더라도 그 판단이 이후 과세연도의 처분을 당연히 없애 주는 것은 아니다. 같은 전근이나 요양이라는 사실관계를 두고 여러 해에 걸쳐 과세관청과 납세자 사이에 동일한 문제가 반복되는 상황도 생각할 수 있다.

 

나아가 신고납세방식인 양도소득세에서는 납세자가 스스로 ‘부득이한 사유’의 해당 여부를 판단해 신고해야 한다는 위험도 있다. 조세심판원은 신규주택에 기존 임차인이 거주하고 있어 기한 내 전입하지 못한 사안에서 일시적 2주택 비과세 특례를 부인했고, 납세자가 비과세 요건을 충족했다고 잘못 판단한 사정만으로는 가산세를 면할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조심2025인1534).

 

따라서 자신의 비거주 사유가 ‘부득이한 사유’에 해당하는지가 불분명하다면 중요한 주택의 취득·양도나 신고 전에 과세관청의 유권해석을 확인하는 것도 방법이다.

 

무엇보다 거주하지 못할 사정이 생긴 시점부터 증빙을 남겨 두어야 한다. 세대원의 전입·전출 내역, 취학 관련 서류, 인사발령통지서, 재직증명서, 진단서와 치료·요양 기록, 직계존속과의 가족관계 및 실제 봉양 사실을 확인할 자료 등이 그 예다. 어떤 자료가 필요한지는 사유마다 다르므로 장래 세금 문제가 예상된다면 미리 확인하고 준비하는 것이 안전하다.

 

정부안은 이제 국회의 심사를 앞두고 있다. 실거주자를 보호하겠다는 정책 방향과 별개로, 국민의 삶에서 ‘거주하지 못할 부득이한 사정’은 법령 몇 줄로 모두 예상하기 어렵다. 혜택의 범위를 넓히기 위해 둔 예외규정이 오히려 수많은 사실판단과 조세분쟁을 낳는다면 제도의 취지도 반감될 수 있다.

 

국회 논의와 후속 하위법령 정비 과정에서 국민이 자신의 세부담을 미리 예측할 수 있을 만큼 구체적이고 합리적인 기준이 마련되어, 이번 세제개편으로 인한 혼란이 최소화되기를 기대한다.

 

【출처】

※ 소득세법 시행령 제154조 제1항 제3호, 소득세법 시행규칙 제71조 제3항

※ 서울고등법원 2011. 12. 20. 선고 2011누20392 판결

※ 조세심판원 조심2024인2386 결정(기각)

※ 조세심판원 조심2025인1534 결정(기각) -일시적 2주택 특례 전입요건 사건

※ 기획재정부 「2026년 세제개편안」 상세본 및 문답자료(2026. 8. 3.)

※ 세법개정안 국무회의 의결(2026. 9. 1.) -종합부동산세법·소득세법 등 11개 세법

※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발언,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2026. 8. 24.)

 

 

[프로필] 채용현 펜타곤 법률세무회계 대표변호사

•現) 한국법조인협회장, 대한변호사협회 이사

•現) 재정경제부 고문변호사

•前) 서울고등검찰청, 국세청, 서울지방국세청 공익법무관

•前) 법무법인 KCL 소속변호사
•前) 법무법인(유) 대륙아주 파트너변호사

•제46회 세무사시험, 제4회 변호사시험 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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