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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10.05 (월)

조각투자에 갇혔던 토큰증권…내년부터 주식·채권으로 확장

2027년 2월 법 시행 맞춰 단계별 인프라 구축
상장주식 토큰화 시범사업 병행…스테이블코인 결제도 단계 검토

 

(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금융당국이 조각투자를 넘어 주식, 채권, 펀드 등 기존 증권의 토큰화 인프라 구축에 나선다. 내년 2월 관련 법 시행에 맞춰 기관투자자 전용 사모 머니마켓펀드(MMF)와 사모사채, 신탁방식 비상장주식 등을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토큰화 범위를 넓힌다.

 

금융위원회는 4일 금융감독원과 한국예탁결제원, 금융보안원, 금융투자협회, 핀테크산업협회, 민간 전문가 등이 참석한 가운데 ‘민·관 합동 토큰증권 협의체’ 3차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토큰증권 정책방향을 발표했다.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토큰증권을 조각투자에만 머물게 하지 않겠다”며 “전략적·단계적 접근을 통해 주식, 채권, 펀드 등 기존 금융상품도 토큰 방식으로 발행하고 거래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증권의 발행, 거래, 청산, 결제, 권리행사, 기초자산 등 자본시장 전체 가치사슬을 하나의 디지털 자본시장이라는 관점에서 연결하겠다”며 “혁신은 시장이 이끌고, 신뢰는 정부가 뒷받침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디지털 자본시장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토큰증권은 통상 블록체인 장부에 기재돼 발행·유통되는 증권을 의미한다. 지난 2월 전자증권법 개정을 통해 ‘분산원장등록주식등’이라는 명칭으로 제도화됐으며 개정법은 2027년 2월4일 시행될 예정이다.

 

토큰증권은 증권의 내용이 아닌 발행·유통 형태에 따른 구분이다. 조각투자증권도 기존 전자증권 형태로 발행하면 토큰증권이 아니며, 주식이나 회사채 등 기존 정형증권도 토큰 형태로 발행하면 토큰증권에 해당한다. 기존 전자증권과 달리 분산원장 방식의 증권계좌부를 활용해 예탁원과 증권사 등 참여기관이 발행·유통 정보를 공동으로 기재·관리한다.

 

금융위는 초기 조각투자 중심으로 논의됐던 토큰증권 인프라를 기존 정형증권까지 확대해 구축하기로 했다. 다만 기존 전자증권 시스템의 기능을 한 번에 토큰증권 시스템으로 옮길 경우 개발 부담과 안정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단계별로 추진한다.

 

1단계는 내년 2월 법 시행에 맞춰 시작한다. 펀드는 기관투자자 전용 사모 MMF, 채권은 기관투자자 전용 사모사채의 토큰화를 우선 추진한다.

 

주식은 신탁방식을 활용해 비상장주식을 토큰화한다. 전자증권으로 발행된 비상장주식을 예탁원이나 신탁업자에 신탁하고 예탁원 또는 신탁업자가 토큰증권 형태의 비상장주식 신탁 수익증권을 발행하는 방식이다. 주식의 의결권과 배당 등은 기존 전자증권 시스템에서 관리하고 토큰증권 인프라에서는 수익증권 권리를 관리한다. 상대적으로 토큰화가 용이한 공모 조각투자증권은 1단계부터 토큰화가 허용된다.

 

이후 2단계에서는 1단계 토큰화의 안정성과 효율성, 시장 수요 등을 점검하면서 공모 증권 토큰화 등으로 인프라를 확대한다. 3단계에서는 스테이블코인 등을 결제수단으로 연계해 온체인(on-chain) 결제 인프라를 구축할 계획이다.

 

2·3단계로 넘어가는 시점은 별도로 정하지 않았다. 1단계의 안정성과 효율성, 시장 참여자들의 기술혁신 속도, 스테이블코인 법제화 상황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게 금융위 설명이다.

 

한국거래소를 중심으로 상장주식 토큰화 가능성을 점검하는 시범사업도 병행한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나스닥의 파일럿 프로그램을 참고해 상장주식 토큰화 모델 검증과 시범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 조각투자 규제 완화…장외거래소 순매수 1억원 한도

 

조각투자 기초자산의 범위도 넓힌다. 비금전신탁 수익증권은 그동안 금지했던 기초자산 집합화(Pooling)를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허용한다. 동일한 종류의 자산이면서 집합화 기준과 목적이 명확하고, 부실자산을 포함하지 않으며 개별 자산을 구분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등의 조건을 충족하면 여러 기초자산을 묶어 하나의 조각투자증권으로 발행할 수 있다.

 

기존에 금지됐던 장래매출채권과 같은 불확정 사건 연계 기초자산도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허용한다. 안정적인 기초 법률관계가 존재하고 가까운 장래에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며, 신용보완 등 강화된 투자자 보호조치를 갖춰야 한다.

 

투자자 보호를 위한 공모 기준도 마련했다. 비금전신탁 수익증권의 1인당 청약한도는 기초자산의 성격과 규모 등 개별 특성을 고려해 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다만 금융위는 ‘3000만원과 전체 발행금액의 5% 중 작은 금액’을 청약한도의 표준 예시로 제시했다. 공모물량 배정 과정에서는 특정인에게 물량이 몰리는 것을 막기 위해 일반투자자 배정과 균등배정 최소 비율을 사전에 내규로 정하는 방식을 권고했다.

 

투자계약증권은 투자자 보호 측면의 엄격한 개별심사 체계를 유지한다. 공유지분형 투자계약증권의 유통과 사업형 투자계약증권 발행을 둘러싼 쟁점은 연구용역 등을 통해 추가로 검토할 예정이다.

 

토큰증권만을 위한 별도의 금융투자업 인가체계는 만들지 않는다. 기존에 금융투자업 인가를 받았다면 해당 인가의 업무범위 안에서 별도 추가 인가 없이 토큰증권을 취급할 수 있다.

 

수익증권 투자중개업 인가를 받은 증권사는 비금전신탁 수익증권 형태의 조각투자 토큰증권 공모·주선이 가능하고, 수익증권 장외거래소 인가를 받은 사업자는 조각투자 토큰증권의 장외거래를 지원할 수 있다.

 

다만 장외거래소가 토큰증권 거래를 지원하려면 금감원과 사전 협의를 거쳐야 한다.

 

장외거래소 인가 대상에는 채무증권도 추가한다. 기존 비상장주식과 비금전신탁 수익증권에 더해 채무증권에 대한 장외거래소 인가단위를 새로 마련할 계획이다. 투자계약증권은 유통성 확보를 위한 추가 연구를 거친 뒤 인가단위 신설 여부를 검토한다.

 

일반투자자의 장외거래소 거래한도는 장외거래소별 연간 순매수 금액을 기준으로 1억원으로 정한다. 순매수 금액은 연간 총매수금액에서 총매도금액을 뺀 금액이다.

 

장외거래소를 이용한 불공정거래 관리도 강화한다. 장외거래소에는 불공정거래 예방·감시·조치에 관한 업무기준을 마련하고 준수할 의무가 부과된다. 부정거래가 적발되면 형벌과 과징금, 계좌동결, 임원선임 제한 등 자본시장법상 제재 대상이 된다.

 

금융회사가 아닌 증권 발행인이 직접 고객의 증권계좌를 개설·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발행인 계좌관리기관'의 등록요건도 구체화했다.

 

자기자본 요건은 40억원으로 설정한다. 인력은 계좌관리 전문인력 1명과 내부통제 전문인력 1명, 전산 전문인력 2명을 갖춰야 한다. 전산·보안사고 예방과 대응을 위한 기준도 적용할 예정이다.

 

예탁원은 토큰증권의 전자등록을 지원하기 위해 분산원장 참여자와 합의 알고리즘, 전자등록정보 보존 등의 심사기준을 표준화한 가이드라인도 마련했다. 증권사 등이 분산원장 연계를 신청하면 예탁원이 가이드라인을 토대로 심사와 기능테스트를 진행한다. 오류나 장애 발생 시 업무연속성을 확보하기 위한 기준도 포함됐다.

 

금융위는 토큰증권 발행이 허용되는 증권의 범위와 장외거래소 인가단위·거래한도, 발행인 계좌관리기관 등록요건 등을 담은 자본시장법·전자증권법 하위법규 개정안을 이달 말 입법예고하고 의견수렴에 나설 예정이다.

 

내년 2월 1단계 시행을 위해 예탁원과 증권사 등이 관련 인프라 구축을 추진한다. 비금전신탁 수익증권 모범규준은 현재 전자증권 형태로 발행되는 조각투자에도 즉시 적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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