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강건 펜타곤 법률세무회계 파트너변호사) 2019년 4월 서울 서대문구의 대지 지분을 상속받은 A는 개별공시지가에 따른 보충적 평가방법으로 토지가액을 74억 원으로 평가하고 상속세 27억 원을 신고·납부했다.
신고 8개월 뒤인 2020년 6월, 서울지방국세청은 감정기관 두 곳에 이 토지의 소급감정(과거 시점을 기준으로 하는 감정)을 의뢰했다.
가격산정기준일은 상속개시일에서 6개월 지난 2019년 10월 10일이었다. 감정가액은 121억 5,000만 원과 119억 3,000만 원이었다. A도 감정기관 두 곳에 감정을 맡겼고, 과세관청은 네 감정가액의 평균인 115억 5,000만 원을 시가로 보아 상속세 21억 9,000만 원을 추가로 부과했다.
5년 넘는 다툼 끝에 대법원까지 갔지만 취소된 세액은 약 1억 원이었다(대법원 2026. 4. 30. 선고 2024두61780 판결). 1심에서는 약 4억 3,700만 원이 취소됐는데, 항소심을 거치며 1억 원으로 줄었다. 다투는 사이 돌려받을 돈이 오히려 줄어든 것이다.
◇ 왜 이런 다툼이 생겼나
비주거용 부동산은 비교할 매매사례가 드물어 공시가격에 따른 보충적 평가방법으로 신고하는 것이 관행이었고, 공시가격은 시가보다 크게 낮았다.
시행령 개정으로 평가기간(상속 전후 6개월)이 지난 뒤 법정결정기한까지 이루어진 감정도 평가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시가로 인정할 수 있게 되었고(2019. 2. 12. 대통령령 제29533호로 개정된 상증세법 시행령 제49조 제1항 단서), 국세청은 2020년 1월 '꼬마빌딩 등 감정평가사업'을 시작했다.
납세자 측의 위법론이 이어졌고 하급심 판단도 엇갈렸다. 납세자가 이긴 하급심 판결이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그대로 확정된 사건도 있었지만(대법원 2023. 10. 18. 선고 2023두46487 판결), 대법원이 법리를 직접 밝힌 것은 아니었다. 올해 4월, 규정 자체가 유효하다는 판결(대법원 2026. 4. 2. 선고 2025두35499 판결)에 이어 이 판결이 운용의 조건을 정했다.
◇ 대법원이 정리한 세 가지 기준
첫째, 과세관청이 스스로 의뢰한 소급감정으로 과세할 수 있다. 대법원은 기존에 감정가액이 없던 재산이라도 과세관청이 법정결정기한까지 감정을 의뢰해 새로 만들어진 감정가액으로 과세할 수 있고, 고가의 비주거용 부동산을 선별해 감정하는 것도 조세법률주의와 조세평등주의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보았다.
둘째, 그 감정가액이 시가로 인정되려면 '가격변동의 특별한 사정이 없을 것'이라는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대법원은 이 요건을 엄격하게 해석했다. 시간이 흐르며 생기는 일반적인 가격변동도 고려되고, 상속개시일부터 감정가액평가서 '작성일'까지 전 기간에서 충족되어야 한다.
증명책임의 소재도 분명히 했다. "평가기준일부터 가격산정기준일과 감정가액평가서 작성일까지의 기간 중에 가격변동의 특별한 사정이 없었다는 점은 과세관청이 주장·증명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 사건에서는 개별공시지가 상승률과 지역 지가변동률에 비추어 요건이 충족되지 않아, A 스스로 의뢰한 감정 두 건까지 포함된 평균 감정가액인데도 시가로 인정되지 않았다.
셋째, 법원이 소송에서 실시하는 감정은 이 요건에 구속되지 않는다. 시행령 규정은 과세처분 단계를 규율할 뿐 법원은 그 수범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취소 폭이 줄어든 경위가 이 구조를 보여준다.
과세관청은 항소심에서 법원감정을 신청했고, 법원이 선임한 감정인은 상속개시일을 기준으로 토지가액을 113억 5,000만 원으로 평가했다. 항소심은 이를 시가로 인정해 정당세액을 다시 계산했다.
취소된 것은 감정가액 115억 5,000만 원과의 차액 약 2억 원에 대한 세액 약 9,970만 원이 전부다. 과세의 근거였던 감정가액은 배척됐지만, 법원은 그와 2%도 차이 나지 않는 가액을 다시 시가로 인정한 것이다.
◇ 쟁점에서 이기고도 세액을 돌려받지 못한 이유
납세자는 두 번째 기준에서는 이겼지만, 세 번째 기준에서 승소의 실익을 잃었다. 납세자로서는 감정가액이 배척되면 보충적 평가방법에 따른 신고가액으로 돌아가리라 기대했을 것이다. 그러나 법원감정이 그 자리를 대신하면서 세액은 돌아오지 않았다.
이 결과가 납세자에게 가혹해 보이지만, 법리적으로는 일관된다. 부과처분 취소소송에서 법원은 사실심 변론종결 시까지 드러난 자료로 정당세액을 확정한다. 시가가 증명되면 그 범위에서 처분은 적법해진다. 문제는 그 시가를 과세관청이 소송 단계에 이르러 새로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점이다.
대법원도 이 위험을 의식했다. 과세관청이 처분 단계의 감정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고 소송에서 법원감정을 신청한 경우, 시행령 단서가 마련한 "절차적 통제의 취지가 잠탈 또는 형해화될 우려가 있다고 평가되거나", 그 신청이 "이미 주장된 시가의 증명을 위하여 필요한 범위를 현저히 벗어나 과세관청에 유리한 자료를 모색적으로 새롭게 확보하기 위한 목적에서 이루어진 때"에는, 법관이 그 채택 여부를 "보다 면밀하고 신중하게 심리"해야 한다고 했다.
필자는 이 설시가 이번 판결에서 가장 실무적인 대목이라고 본다. 첫째와 셋째 기준은 과세관청에 넓은 길을 열어 주었다. 이 설시는 그 길이 소송 단계에서도 무제한은 아니라는 점을 밝힌, 셋째 기준에 붙은 유일한 단서다.
◇ 과세실무와 불복은 어떻게 달라지나
이 판결은 감정평가사업을 막지 않는다. 오히려 그 적법성을 정면으로 확인하면서 운용에만 조건을 달았다. 그 결과 다툼의 중심은 '처분이 위법한가'에서 '시가를 얼마로 볼 것인가'로 옮겨 갔다. 영향은 세 갈래로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첫째, 과세관청은 처분 단계의 일정 관리를 바꿔야 한다. 가격변동의 특별한 사정이 없었다는 점을 스스로 증명해야 하고, 그 기간은 감정가액평가서 작성일까지다. 감정 의뢰나 평가서 작성이 늦어지면 그 지연 자체가 처분의 약점이 된다. 지가변동률과 공시가격 변동 폭에 관한 자료를 처분 단계에서 미리 갖추는 실무가 자리 잡을 것이다.
둘째, 납세자의 불복은 사실상 소송으로 모인다. 조세심판원은 이런 청구를 잇따라 기각해 왔다(조심2024서3723 등). 다만 소송으로 가면 과세관청이 법원감정을 신청할 수 있으므로, 감정가액의 시가성만 다투어서는 부족하다. 법원감정의 채택 여부를 다투는 것이 별개의 쟁점이 되고, 위 설시가 그 근거가 된다.
셋째, 불복에 들어가기 전에 실익을 계산해야 한다. 과세관청의 감정가액이 배척되더라도 돌아오는 것은 신고가액과의 차액이 아니라 법원감정 가액과의 차액이다. 이 사건에서 그 차이는 2%에 못 미쳤다. 감정가액을 다투어 이기는 것과 세액을 돌려받는 것은 별개다.
◇ 납세자가 지금 확인할 것
첫째, 감정평가 대상이 되는지부터 가늠한다. 국세청은 다섯 곳 이상의 감정평가법인이 산정한 추정시가와 보충적 평가액(공시가격 등)의 차이가 5억 원 이상이거나 10% 이상인 부동산을 대상으로 선정할 수 있고(국세청 사무처리규정), 2025년부터는 대상을 주거용 부동산까지 넓혔다.
둘째, 스스로 감정을 받을지, 받는다면 언제 받을지는 전략적으로 판단한다. 이 사건에서 A가 국세청 감정 뒤에 대응으로 의뢰한 감정 두 건은 과세의 근거가 된 평균값에 포함됐다.
셋째, 감정 통지를 받았다면 그때부터 가격변동 자료를 모은다. 증명책임은 과세관청에 있지만, 요건이 충족되지 않았다는 사정을 짚어 주는 것은 납세자의 몫이다.
국세청이 밝힌 4년간 실적으로 신고가액 4조 5,000억 원이 7조 7,000억 원으로 평가됐다. 이 판결을 따른 후속 판결이 이미 20건을 넘고, 2026년 8월에도 같은 법리의 대법원 판결이 이어졌다(대법원 2026. 8. 13. 선고 2024두55396 판결). 감정평가사업을 둘러싼 다툼은 끝나지 않았다. 이제 시가 다툼의 형태로 이어진다.
【출처】
※ 대법원 2026. 4. 30. 선고 2024두61780 판결(상속세부과처분취소) — 원심 서울고등법원 2024. 10. 11. 선고 2023누68151 판결, 제1심 서울행정법원 2023. 10. 20. 선고 2021구합86047 판결
※ 대법원 2026. 4. 2. 선고 2025두35499 판결 — 상증세법 시행령 제49조 제1항 단서의 위임범위
※ 대법원 2023. 10. 18. 선고 2023두46487 판결(심리불속행 기각) — 원심 서울고등법원 2023누35380
※ 대법원 2026. 8. 13. 선고 2024두55396 판결 — 2024두61780 법리 반복 적용
※ 조세심판원 조심2024서3723 결정(2024. 11. 7., 기각)
※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60조, 같은 법 시행령 제49조 제1항·제2항(제1항 단서는 2019. 2. 12. 대통령령 제29533호로 개정된 것, 이 사건 적용 법령은 2020. 2. 11. 대통령령 제3039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 국세청 「상속세 및 증여세 사무처리규정」 제72조(국세청훈령 제2760호, 2026. 8. 3. 시행) — 감정평가 대상 선정기준(5개 이상 감정평가법인이 산정한 추정시가와 보충적 평가액의 차이 5억 원 이상 또는 10% 이상)
※ 국세청 보도자료 「부동산 감정평가 확대로 상속·증여세가 더욱 공정해집니다」(2024. 12. 3.) — 2025. 1. 1. 이후 법정결정기한 도래분부터 주거용 부동산 확대, 4년간 실적(신고가액 4조 5,000억 원 → 7조 7,000억 원)

[프로필] 강건 펜타곤 법률세무회계 파트너변호사
•現) 인천세관 고문변호사
•前) 법무법인 세종 조세그룹 파트너변호사
•前) 서울지방국세청 송무국
•前) 인천세관 공익법무관
•성균관대학교 법학과 졸업
•제53회 사법시험 합격(사법연수원 제43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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