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조세심판원이 SK텔레콤이 SK그룹 계열사에 가짜 일감을 몰아준 데 대해 국세청 세무조사 논리가 맞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은 조세포탈 혐의로 고발되었으나, 검찰이 무혐의 처분을 내린 바 있다. 다만, 이 사건을 배임죄 등으로 수사하면 다른 결론이 나올 수도 있다.
조세심판원은 지난 15일 SK텔레콤이 세금을 부당하게 물렸다며 부가가치세 및 법인세 등 500억원대 과세처분을 취소해달라고 제기한 심판청구에 대해 기각 결정을 내렸다.
SK텔레콤은 그룹 계열사 SK AX(옛 SK C&C)에 2013~2015년에 걸쳐 수천억 규모의 일감을 준 것처럼 가짜로 꾸민 혐의 등으로 지난해 국세청으로부터 수백억원대 추징금을 부과받았다.
이 사건은 최태원 SK회장의 SK그룹 지배력과 관계가 있다.
당시 SK C&C는 2015년 SK주식회사와의 합병을 앞두고 있었는데, 최 회장은 SK C&C 지분 40% 이상을 보유한 반면 SK주식회사 지분은 0.5%에도 미치지 못했다.
최 회장은 SK주식회사와 SK C&C를 합병해 SK주식회사 지배력을 확대할 수 있었는데, 최 회장이 SK주식회사 지분을 최대한 많이 가지려면, SK C&C 몸값이 늘어나야 한다.
이 상황에서 SK텔레콤이 SK C&C에 일감을 더 주면, SK C&C 매출이 늘어나 몸값을 더 받게 되고, SK텔레콤은 그 일감 만큼 비용을 늘려 법인세를 깎고, 매입 세금계산서를 통해 부가가치세 환급을 더 받을 수 있다.
문제는 SK텔레콤이 SK C&C에 준 일감이 급조한 가짜 일감이었다는 것이었다.
보통 계열사간이라도 거래를 하려면, 서로 계약을 맺고, 서비스를 받고, 대금을 주는 식인데, SK텔레콤은 용역을 제공받은 날로부터 수십~수백일 후에야 계약을 맺고, 전체 계약금액의 80%를 중도금, 20%를 잔금으로 일괄적으로 세금계산서를 끊었다.
심지어 소수점까지 80 대 20으로 금액을 쪼개었는데, 이는 실제 용역에 대한 계약이 아니라 사전에 모의한 지급 비율로 꾸몄다는 의심을 받기에 충분했다.
공급가액을 기준으로 가짜 세금계산서가 발급된 날짜와 계약서상의 납품기한을 비교해보니 기간이 서로 맞지도 않았다.
또한, 2016년~2023년 동안 과거 2013~2015년도 무형자산을 매년 감가상각 처리하는 수법으로 비용을 늘려 법인세를 줄였다.
이 과정에서 SK텔레콤 측은 실제 일하지 않은 사람들의 인건비를 견적서에 포함하거나, 서울국세청 조사4국 세무조사를 속이기 위해 가짜 부서를 만들고, 가짜 매출을 은닉하기 위해 허위 부서를 만들고, 실무자들이 세무조사 대비하기 위해 허위 증빙 제작을 이메일로 모의하기도 했다.
SK텔레콤 측은 이와 관련 서울국세청 조사4국이 세무조사에 착수하자 통신업계 특성상 선개발‧후계약은 일상적인 관행이며, 소스코드 관리 배포대장에 결과물이 남아 있으며, 전체 개발가치 총액이 세금계산서 금액을 넘어서기에 가짜 일감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SK텔레콤 측은 자신의 주장에 대한 증명력을 가진 증빙이 부족했는데, 일부 서류의 기재 누락이나 미비는 실수일 뿐 고의로 증빙을 꾸민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회계 증빙은 통상 의무보존이 5년이라면서 서울국세청 조사4국이 법인세 부분조사 대상으로 삼은 2013년 등의 자료는 갖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서울국세청 조사4국 측은 선공급 후계약이 상거래 상식에 위배됨에도 SK텔레콤이 세무조사 추징을 피하기 위해 이를 관행이란 명목으로 합리화하려 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가짜 일감을 진짜인 것처럼 꾸며내기 위해 가짜 부서를 만들고, 중도금 80, 잔금 20이라는 사전에 짜맞춘 비율로 세금계산서가 꾸며져 있다고 지목했다.
서울국세청 조사4국은 세무조사 과정에서 증빙을 거짓으로 꾸미려는 내부 이메일 내용을 입수, 실무진들을 추궁한 결과, “실제 수행된 업무가 전혀 없는 가공의 프로젝트였다, 세무조사에 대비해 증빙을 사후 제작하자”는 진술을 확보하기도 했다.
심판원도 ‘선공급‧후계약은 업계 관행’이라는 SK텔레콤 측의 주장에는 근거가 부족하다면서, SK텔레콤 측의 증빙이 단순히 과실이 아니라 고의로 거짓 계약‧증빙을 작성하고 주고 받은 적극적 행위로서 조세범칙 대상이 된다고 판단했다.
세금에는 부과제척기간이 있어 일정 기간이 지난 것은 국세청이 검증할 수 없으나, 조세범칙 대상이 되면, 10년 전 사건까지 검증할 수 있다.
지난 1월 서울북부지검은 이 사건 SK텔레콤의 탈세 혐의 관련 국세청 측의 고발을 무혐의 처분했지만, 심판원에선 세법상 조세범칙 혐의를 인정했다.
검찰과 심판원간 판단이 다른 이유는 사람을 처벌하는 것은 행정 제재보다 다른 관점에서의 증명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과세가 유지되어도 조세범처벌법상 공소제기에는 미치지 못할 수 있다.
다만, 이 사건을 탈세(조세범처벌법)가 아니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업무상 배임죄로 죄명을 바꿔서 수사하면, 다른 결론을 얻을 수도 있다.
최 회장은 과거 특경법 상습범 전력이 있다.
최 회장은 2003년 SK 글로벌 사건에서 자기 부담없이 그룹 지배권을 확보하기 위해 무리하게 자신이 대주주인 SK C&C 가치를 부풀리기 위해, SK C&C가 보유한 워커힐 호텔 지분을 과대평가하여 상장사인 SK주식회사와 주식과 맞교환하는 수법으로 2008년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확정판결 받은 바 있다.
최 회장은 2013년에는 SK텔레콤, SK C&C 등의 자금을 창업투자사에 펀드 투자용으로 선지급한 자금 중 497억원을 빼돌려 사적인 옵션투자를 한 혐의로 2014년 대법에서 횡령 혐의로 징역 4년을 확정받았다가 2015년 광복절 사면으로 풀려난 바 있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3월 공정거래사건에 대해선 "기업의 불공정행위가 걸리면 망한다는 인식을 갖게끔 대대적인 과징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지난해 7월엔 "한국은 투자나 경영 결정을 잘못하면 배임죄로 감옥에 간다는 인식 때문에 국내외 기업인들이 투자를 망설인다"면서 배임죄 폐지를 추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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